* 월간암 기사 내용, 특히 투병기에는 특정 약품이나 건강식품 등의 언급이 있습니다.
이는 투병기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함인데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의 섭취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하신 후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은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 [에세이] 미역국 먹는 날
글: 김 철 우(수필가) 오늘도 미역국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워냈다. 사발에 안다미로 퍼준 미역국을 받아 들자 증진 효과라도 있는 듯 식욕이 일었다. 오랜 시간 끓여 부드러워진 미역과 적당한 양의 소고기 그리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바다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국물은 사발을 들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신 후에야 수저를 놓게 했...
- 가자미식해(食醢) 유감(遺憾)
글: 김 철 우(수필가) 남도의 사찰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때로는 절집에 들러 하룻밤 머물기도 하고, 한나절 절집 마당을 서성이다가 돌아서기도 한다. 그런 일정 중에 근처의 유명한 맛집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르는 편이다. 지난봄 부산 금정산 주변의 먹거리를 찾다가 한 식당 이름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북한음...
- [에세이] 오래된 집
글: 김철우(수필가) 상도동의 그 골목길 끝에는 아직도 가로등이 서 있다. 골목 입구의 구멍가게는 이제 ‘나들가게’라는 그럴듯한 간판으로 단장했고, 맞은편에 있던 대림탕은 역시 채산성을 고려한 건축업자에 의해 꼬마 빌딩에게 자리를 내줬다. 어린 시절, 두려움 속에 달렸던 골목 양쪽의 키 낮은 기와집들은 이미 공동주택들이 들어서며 훌쩍...
- [에세이] 지키지 못한 약속
글: 김철우(수필가) 며칠 전 집 근처에서 열 발자국쯤 앞에서 길을 걷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시선을 잡는다. 풍성하지만 온통 하얗게 센 머리에, 약간 굽은 등, 남들보다 좁은 보폭과 빠른 걸음걸이가 영락없이 어머니의 뒷모습이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무슨 할 말이 있으신지 돌아서서 말씀하실 것 같아 거리를 유지하고 뒤를 따르자니...
- [에세이] 사유(思惟)를 만나다
글: 김철우(수필가) 가벼운 옷을 골랐다.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놓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밤의 떨림과는 무색하게 준비는 간단했다. 현관문을 나서려니 다시 가벼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전시였던가. 연극 무대의 첫 막이 열리기 전. 그 특유의 무대 냄새를 맡았을 때의 긴장감 같은 것이었다. 두 금동 미...
- [에세이] 고정희 시인 생가(生家)에서
글: 김철우(수필가) 오롯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나선 길은 아니었다. 남도사찰기행의 하나로 해남 지역의 사찰 몇 곳을 둘러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군청에서 우편으로 받은 해남 지도를 펼쳐놓고 이리저리 가야 할 곳을 찾아 일정을 정리하다가 ‘고정희’란 이름 석 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생가가 남도 어디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 다산초당(茶山草堂)을 오르며
글: 김철우(수필가) 300m. 다산초당 입구에서부터 다산초당까지 지도상의 거리는 300m였다. 평지라면 3분 남짓한 거리. 경사를 짐작할 수 있는 등고선도 초당에서부터 정상을 향해 그려져 있었다. 전날 초당 근처의 황토방에서 따뜻하게 몸을 지지며 느긋할 수 있었던 것은 만덕산 골짜기가 아무리 험해도 300m 거리는 쉽게 오를...
- [에세이] 손으로 말해 주세요
글: 김 철 우 철판으로 만든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부어 굽는 풀빵은 찬 바람에 옷깃을 올리는 겨울의 초입이면 어김없이 입맛을 당긴다. 쫀득한 밀가루 반죽 속에 숨겨진 단팥의 맛은 한겨울의 추위를 잠깐 이나마 잊게 하는 맛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풀빵의 대명사 격인 붕어빵에서 나아가 ‘황금 잉어빵’까지 등장하여 입맛을 자극하고 있으나...
- [에세이] 경호
글: 김 철 우(수필가) 아무리 노력해봐도 성(姓)은 기억나지 않았다. ‘경호’라는 이름만 기억날 뿐이었다. 그런데 비틀거리는 내 기억 속에서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바로 녀석의 얼굴이었다. 갸름한 얼굴에 심한 곱슬머리 그리고 작고 처진 눈이 항상 능글맞게 웃는 표정을 하고 있던 녀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 것은 또렷이, 또...
- [에세이] - 골목길
글: 김철우 오래전 내가 살던 상도동의 집 앞에는 골목길이 있었다. 폭은 오 미터쯤 되고 길이는 백 미터쯤 되는 이 골목길은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골목길은 폭과 길이가 거의 같아서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었고, 왼쪽에 있는 골목길은 폭이 조금 더 넓긴 했으나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한쪽 경사면을 차지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