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암 기사 내용, 특히 투병기에는 특정 약품이나 건강식품 등의 언급이 있습니다.
이는 투병기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함인데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의 섭취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하신 후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은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료기관에서 받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 [에세이] 우생마사(牛生馬死)
글:김철우(수필가) 요즘 한창 캘리그라피를 쓰는 친구가 연말이라며 캘리그라피 이미지가 들어간 온라인 엽서를 보내왔다.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라며 리터칭 프로그램으로 이것저것 후보정하고, 작은 글자는 타이핑 그리고 제목인 ‘牛生馬死’는 캘리그라피로 써넣은 것이 꽤 그럴듯해 보이는 엽서였다. 이미지를 확대해 보니 ‘소는 살고, 말...
- [에세이] 오렌지마트
글 : 김철우(수필가) 정확하게 연도는 기억나지 않는다. 외국계 편의점이 난립하듯 국내 시장을 점령해 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국내산 편의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며 시장을 재편하던 시기였다. 지금이야 국내 편의점 브랜드도 정리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신생 편의점도 저가 공세를 무기로 시장에 발을 내밀 때였다. 그렇게 집 근처에 생긴 편의...
- [에세이] 골목 위의 휠체어
글: 김철우(수필가)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과거 군부대 부지였다. 군부대가 이전하며 토지를 불하(拂下)받아 동네가 형성되었으니, 다른 지역에 비하면 계획적으로 개발되었다. 집 앞 도로는 200여 미터가 직선으로 이어졌으며, 인근 도로 역시 바둑판처럼 형성되었다. 우리 골목 위쪽이 주변에 비해 지대가 다소 높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 [에세이] 파란 우산
글: 김철우(수필가) 사무실 한쪽 구석에 우산이 서 있다. 짙은 파란색 우산은 무채색으로 둘러싸인 사무실 벽과 뚜렷하게 대비되어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눈길을 잡는다. 우산은 가는 쇠로 살을 만들고 나일론을 씌운 흔하디흔한 박쥐우산이지만, 크기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뒤에 놓인, 3단으로 접어 우산대만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검은 우산이...
- [에세이] 노란색 고무밴드
글: 김철우(수필가) 노란색은 겨울이란 무채색의 계절을 견뎌낸 후 처음 만나는 원색이다. 시인성(視認性)이 뛰어난 노란색이 격정의 감각으로 시선에 꽂히는 순간은 겨울이란 고난을 이겨내고 마침내 다다른 봄이라는 극단적 대비 때문인지도 모른다. 개나리와 산수유, 생강나무, 복수초 등이 모두 노란색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다. 본격적인 광합성을 ...
- [에세이] 감나무가 있던 자리
글:김철우(수필가) 문학의 집이 사라졌다. 서울시 스물다섯 개 구(區) 가운데 유일하게 구로구에만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한국문인협회 소속 문인이기도 했던 구청장님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문인들은 자랑스럽게 하곤 했다. 그런데 문학의 집이 사라진다니……. 1968년에 지어진 집을 구청에서 사들여 「문학의 집 · 구...
- [에세이] 귀래관(貴來館)에서
글: 김철우(수필가) 방문을 열자 흙냄새가 태풍처럼 밀려 들어왔다. 간밤에 비바람이 얼마나 대지를 뒤흔들어 놓았는지 짐작이 갔다. 보습의 신이 세상의 땅을 모조리 갈아엎어 놓은 것은 아닐까. 폭격을 맞은 듯 잎을 떨군 문 앞의 나무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콘크리트 숲에서만 살아 온 삶에게 코를 파고드는 흙냄새는 충...
- [에세이] 순댓국
글: 김철우(수필가) 석수역에서 시작된 시흥대로는 도로의 종착지인 대림삼거리에서 여의대방로와 신길로로 그 이름을 바꾼다. 그 후 여의대방로는 보라매역과 대방역을 지나 여의도로 이어지고, 신길로는 신풍역을 지나 영등포 로터리로 향한다. 대림삼거리에는 지하철역이 없어 역세권에서 멀어지며 그 지운(地運)을 잃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교통 요지의 ...
- 선유도, 바다 위에 쓴 詩
글: 김철우(수필가) 군산 외항의 연안여객터미널은 예상보다 협소했다. 정오에 출발하던 선유도(仙遊島) 행 배가 20분이나 앞당겨지는 바람에 시간에 맞춰 온 사람들은 거의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같은 티셔츠를 맞춰 입은 대학생들과, 부부 동반 여행에 나선 스무 명 남짓의 중년 남녀. 어린 남매를 동반한 가족. 외국인...
- 청산도에서 봄을 만나다
글: 김 철 우(수필가) 완도에서 청산도로 향하는 청산고속카훼리 2호의 난간에 기대서서 저는 가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아홉 시간을 달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쩌면 마흔 몇 해를 달려 온 제 삶의 기둥 한 귀퉁이에 이 섬의 이름이 음각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목 새겨진 그 이름은 세월이 흐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