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일반
책속 한마디 - 약이 없는 지방간과 간경화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3년 06월 30일 18:13분571,847 읽음

"간(肝)에는 약이 없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온 것입니다. 또 "우리 몸이 1000냥이면 간이 900냥"이라는 속담도 있는데 그만큼 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일 것입니다. 간이 하는 역할은 참으로 많습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이 장을 통해 흡수되면 장에 붙어 있는 수많은 혈관을 통해 간으로 갑니다. 일단 간에서 정리를 하는 것이죠. 우리 몸에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정리한 뒤 심장으로 보내기도 하고, 필요 없는 것들을 배설하기도 하고, 약간의 저장도 합니다. 이렇게 간에서 한번 걸러준 피가 심장으로 가서 심장에서 산소 공급을 받기 위해 폐로 갔다가 다시 심장으로 와서 온몸으로 가는 순환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혈액검사를 해보면 지나치게 콜레스테롤이 높다거나 중성지방이 높고 특히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는 호모시스테인 같은 물질의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간 손상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음식을 먹었을 때 장에서부터 걸러주어야 하는데 장에서 그 기능을 하지 못해 독성 물질이 체내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후 간에서 충분히 해독해주지 못하면 피가 탁해지는 원인이 됩니다. 때문에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해독 기관 중 하나이고, 간이 손상되면 다른 장기들도 손상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간이 손상되어 생기는 지방간이 있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지방간은 왜 생길까요? 장으로부터 흡수된 음식물에 몸속으로 퍼지면 안 되는 독성 물질들이 많아질 때 간에서는 그 물질을 지방의 형태로 끌어안습니다. 그 결과 간세포 사이사이에 지방조직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도 계속 독성 물질들이 많아지면 간세포가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되는데, 이런 상태가 간경화(肝硬化)입니다. 간경화까지 가면 간은 해독 기능을 상실합니다. 그래서 온몸의 장기들이 손상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 힘들어집니다. 그러므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 전에 지방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술을 마시는 성인들에게 지방간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들이나 젊은 학생들에게서도 번번히 발견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원인은 정제되고 가공된 음식과 당분이 많은 음식에 있습니다. 이런 음식은 먹기 좋고 허기를 빨리 채워 혈당을 높여주어 힘을 내게 해줄 수 있으나 과도한 인공 물질과 당분은 우리 몸에서 지방으로 바뀌어 간에 쌓이고 간이 부으면서 커지게 됩니다. 몸에 유해한 물질이 우리 몸에 떠돌지 않도록 간에서부터 쌓아놓는 것입니다.

이런 지방간이 진행되면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높게 나옵니다. 여기서 좀 더 진행되면 혈관에 손상을 주어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간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상된 간을 회복하려면 손상된 간세포가 파괴되고 건강한 간세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방간이 있거나 간경화로 진행된 환자들은 간에 좋은 음식을 찾아다닙니다. 간이 손상된 원인도 모르고 뭔가 보충제를 사먹음으로써 간을 회복하려고 노력하지만 세상에 나온 어떤 것도 건강한 간세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식습관을 바꾸어 장(腸)이 튼튼해지면 간으로 가는 물질들 속에 나쁜 것이 없어져 간은 더 이상 지방을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그럴 때 지방간이 사라지면서 간세포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간은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장기이면서 손상받기 쉬우므로 간세포는 다른 세포들보다 재생 속도가 빠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손상되었다 하더라도 올바른 식사를 하면 간은 빨리 회복됩니다.

저희 병원에 왔던 간경화 환자들을 살펴보면 특징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술이나 담배 때문에 간이 망가져서 오신 분들보다는 술·담배를 하고 있지 않은 여자분들이 더 많습니다. 이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핸드백 속에 초코바나 간식을 넣어 가지고 다니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달콤한 음식을 드시는 분들입니다. 그 순간은 달콤함으로 화를 누를 수 있고 편안해질 수 있을지 모르나 과도한 당분이 지방간을 만들고 간경화로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당분 섭취를 줄이면서 일상생활을 해나가려면 올바른 식사를 통해 힘을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분 대신 소금 섭취를 늘리게 했습니다. 이렇게 식습관을 바꾸는 일은 쉬울 듯싶지만 당분 중독 단계에 있는 분들은 무척 어려워합니다. 매일 들어오던 당분을 끊으면 거의 모든 분들이 저혈당증 증상을 보이는데 심한 경우에는 식은땀과 함께 초조해지면서 손을 떠는 일도 생기고 살짝 정신을 잃기까지 합니다. 그 정도로 중독이 심하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런 증상을 보이던 분들이 현미와 함께 소금을 섭취하며 밥을 소화시킬 수 있게 되면 점차 기력을 회복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초콜릿이 싫어지고 심지어 과일도 너무 달다면서 먹는 양을 줄입니다. 집안에서 주부 역할을 하던 분들은 신선한 채소 위주로 냉장고를 채우다 보니 꽉 차 있던 냉장고 안이 텅텅 비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혈액검사를 해보면 피가 맑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간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혈액검사를 본석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간 기능 검사로 알려진 지오티(GOT), 지티피(GTP), 감마지티피(gGTP) 항목의 수치 변화입니다. 이 수치가 높으면 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데, 간이 회복될 때에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수치들은 간세포 내에만 존재하는 물질로, 간세포가 파괴될 때 혈액 속에서 검출됩니다. 즉 간세포가 손상을 입는 바이러스성 간염의 경우에도 간세포가 빠른 속도로 세포분열을 하면서 수치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간이 굳어 있는 간경화 상태에서 간이 새로이 세포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때에도 수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즉 몸이 좋아지면서 회복될 때에도 올라가는 수치입니다. 저희 병원에서 간경화나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치유를 시도한 분들 중에서 이런 변화를 겪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간 수치가 변하는 양상을 설명하면서 좀 더 지켜보자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간 수치가 안정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 하는 다양한 검사들은 그 결과가 수치로 표시되는데 이 수치가 건강과 질병 상태를 정확하게 판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몸이 기계가 아닌 이상 정확한 수치로 표시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간혹 증상은 있으나 검사상에선 정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참고치 안에 들어 있으면 정상이고 벗어나면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왜 이런 변화가 몸에 나타나는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하면서 권하는 치료들을 거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 결과는 올바른 습관으로 고쳐주기만 하면 모두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굳이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 도서및 도서 안내 : <의사의 반란>, 신우섭, 에디터

월간암(癌)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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