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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마신다! 화주
고정혁 기자 입력 2012년 01월 31일 20:22분846,756 읽음

우리 전통문화에서 꽃을 먹는 일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꽃으로 술을 빚고, 김치를 담고, 차를 만들고, 화전과 화채를 만들어 먹던 화식(花式)문화가 발달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중 계절마다 제철에 피는 형형색색의 꽃으로 약용주를 빚어 마셔왔으니 세상 어느 민족이 꽃으로 이처럼 다양한 술을 빚어 마셨을까?

꽃을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향기와 맛과 약성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화주다.
화주는 꽃의 향과 약리적 성분을 술이나 누룩을 이용해 우려내거나 발효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향을 간직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내는 이외에도 그 꽃이 지니고 있는 효능을 활용하는 지혜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 덕분에 봄부터 시작해서 겨울까지 갖가지의 꽃들이 피어난다.
그렇기에 계절마다 피는 꽃으로 술을 담가온 역사도 매우 길다.
화주를 담근 기록을 찾으면 기원이 고려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진달래술, 즉 두견주(杜鵑酒)를 만들게 된 이야기다.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이 중병에 걸렸는데 어떤 약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복지겸에게는 영랑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날마다 마을 뒷산에 올라가 아버지의 쾌유를 빌었다.
그렇게 기도를 올리다 마지막 날 꿈에 계시를 받았다.
마을 뒷산에 진달래로 술을 빚어 아버지께 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딸인 영랑이 두견주를 빚었고 이를 마신 복지겸은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두견주는 오늘날의 두견주와는 차이가 있다.
소주를 부어 맛과 향을 우러내는 것이 아니라 누룩으로 빚은 술이기 때문이다.

요통과 류머티즘에 좋은 진달래주
중양절에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국화주.
부인과 질환에 효과가 뛰어난 모란주.
설사와 토혈에 좋은 해당화주.
향이 그윽하고 여성의 대하증에 좋은 해당화주...

내 손으로 빚어낸 예술품과 같은 술에 어떻게 과음이나 폭음이 있을 수 있을까?
고운 꽃의 빛과 향, 여기에 약성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는 꽃술을 직접 담가보자.
손맛과 정성을 듬뿍 쏟고 꽃의 빛깔이 점점 배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즐거움은 마시는 기쁨을 더욱 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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