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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과 육식, 무엇을 먹어야 하나 - 두번째 이야기

이 기사는 고정혁 기자가2012년01월30일 12시28분에 최종 입력하였습니다. 총 841986명이 방문하여 읽었습니다.

김진목 | 암재활전문/통합의학치료 패밀리요양병원장. 저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지난 호에 POPs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POPs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란 뜻의 영어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라는 단어의 앞글자를 따 온 말이다. 이 POPs는 지방조직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을 통해서 전달되어 지구 상 전체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모든 생명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독성작용은 물론이고 호르몬작용도 있는데, 흔히 말하는 환경호르몬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호르몬이란 외부에서 들어온 화학물질들이 인체 내의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물질들을 말한다. 몇 년 전에 SBS스페셜에서 '환경호르몬의 습격'이란 방송을 해서 대한민국 주부들이 플라스틱 반찬통을 다 버리고 난리가 났었다. 그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은 비스페놀 같은 종류인데, 랩을 씌워서 전자레인지를 돌리거나 컵라면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우러나온다. 그런데 사실 원조 중의 원조격 환경호르몬이 바로 이 POPs이다.

아직 많은 연구자들이 환경호르몬 혹은 내분비장애물질로 발생하는 건강상 문제라면 주로 에스트로겐, 안드로겐과 같은 성호르몬과 관련된 문제들, 여자의 생식기, 남자의 생식기와 관련된 문제만으로 국한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우리 인체 자체가 바로 수많은 호르몬의 네트워크이며 이러한 호르몬의 광범위하고 정교한 네트워크는 소위 인체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어떤 화학물질이 체내로 들어가서 이러한 수많은 호르몬의 정상적인 작용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되면 우리는 이들을 환경호르몬, 내분비장애물질이라고 부르게 되고 이들은 우리 인체의 대사와 면역체계에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공장식 축산의 결과로 고기 속에 많은 화학물질, 특히 POPs의 존재가 우리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얘기를 하였으니 그렇다면 고기 대신 생선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과연 생선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생선 속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콜레스테롤이 고기보다 적게 들어 있고, 암의 주원인으로 지목받는 붉은 살코기가 아니라 흰 살이기 때문에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염증을 억제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녹이는데 중요한 오메가-3이 많기 때문에 고등어, 청어 등의 등푸른생선 반 토막을 매일 먹으라고 영양학회에서 권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생선은 사료로 가둬 키우는 양어장을 제외하고는 먹이사슬이 그대로 적용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을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고, 동물성 플랑크톤을 작은 물고기들이 잡아먹고, 작은 물고기를 중간 크기의 생선이 먹고, 중간 크기의 생선을 또 큰 생선들이 먹는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던 POPs(잔류성 유기오염물질)는 오염의 정도가 큰가 작은가의 차이일 뿐 지구 전체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든 식물성 플랑크톤에서부터 큰 생선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을 통해서 그대로 축적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식물성 플랑크톤에 수만 분의 1ppm 정도의 POPs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게 큰 생선 속에는 1,000ppm 정도가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축적이 된다.

2002년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돌고래의 영아사망률이 60~80%나 된다고 한다. 영아사망률이란 출생해서 1년이 지날 때까지의 사망률을 말하는데,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아사망률은 4.2이다. 인구 1,000명당 4.2명이란 말이다. 돌고래의 영아사망률이 80%라는 것은 1,000마리당 800마리라는 말이다. 왜 이렇게 많이 죽을까?
아시다시피 돌고래의 먹이는 오로지 생선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생선에는 먹이사슬에 의해서 POPs가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축적된 POPs가 들어 있는 생선을 평생토록 먹는 돌고래 속에는 두말할 필요 없이 어마어마한 양의 POPs가 축적될 것이다.
POPs는 그 특성상 지방조직에 축적되며 많은 양이 유방조직 속에 저장된다. 따라서 새끼 돌고래를 수유할 때 막대한 양의 POPs가 젖을 통해 새끼에게로 전달될 수밖에 없으므로 치사량의 POPs에 의해 돌고래 영아사망률이 그토록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첫 새끼에게만 적용되며, 두 번째 새끼가 먹는 젖에는 POPs가 많지 않아 사망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한다.

산업폐기물을 바다에 투척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점을 고발한 TV 프로그램도 있었다.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장 설립이 님비현상으로 육지에 세우는 것이 힘들어지자 국가에서 엄청난 양의 산업폐기물을 동해와 남해에 투척하는 것을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궁극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어떠한 문제를 가져오는지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산업폐기물들은 당연히 수많은 화학물질의 덩어리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다에 투척한 그 화학물질들이 결국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다양한 바다 식품들을 오염시켰을 것이 분명할 것이다.

이렇듯 POPs만을 두고 고려한다면 평생 사료만 먹고 크는 동물에 비해 생선이 훨씬 더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OPs뿐 아니라 중금속도 생선에 큰 문제이다. 임상적으로 흔히 겪는 일로 생선회를 즐겨 먹는 해안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검사해 보면 수은, 비소 등의 중금속 수치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생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기와 생선 그 자체는 단백질도 많고 오메가-3도 있는 등 영양학적으로 인체에 유익한 영양소가 틀림없지만, 콜레스테롤 때문에 많이 먹는 것을 자제하라는 일반적인 권고사항 이외에도 최근에는 그 속에 POPs나 중금속 등 몸에 해로운 성분들이 많이 함유돼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미 체내에 들어와 있는 화학물질들은 간에서 대사되어 담즙을 통해 배출되는데, 이 담즙 속에 실려 체외로 배출되어야 할 것들이 소장의 말단인 회장에서 대부분이 재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의 배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섬유질이 풍부한 현미 채식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채식에는 동물식에 비해 건강유지에 필수적인 성분이 결핍되거나 부족할 수가 있으므로 영양학적 불균형을 피하려면 현미밥을 기본으로 하고 채소, 과일, 해조류 등 최대한 많은 종류의 식물을 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능한 한 유기농 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지만, 유기농이든 아니든 철저히 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