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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식품은 암성장을 돕는 밑거름
고정혁 기자 입력 2011년 11월 21일 16:32분862,157 읽음

우리 몸은 먹는 대로 만들어진다

식품 속의 잔류 농약, 트랜스지방, 아크릴아미드와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잔뜩 든 인공색소, 첨가물, 보존제 등은 암의 씨라 뿌려지는 단계인 '발암 개시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암의 첫째 원인은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생활습관이다. 거기에 독소식품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발암 개시기가 가장 중요한 때는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에 걸릴 위험을 피하려면 식탁의 지배권을 되찾아오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캠벨 교수는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
"발암 개시기는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며, 심지어 몇 분밖에 안 걸릴 수도 있다. 발암물질이 몸에 들어가 혈액에 흡수되고, 세포로 운반돼 활성화되고, DNA와 결합해 딸세포에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새로운 딸세포가 생성되면 과정은 끝난다. 딸세포와 그 자손세포의 유전자가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우리 소비자들과 각국 정부들은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인 암 발생 촉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먼저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인 암세포 전파기에 대해 알아보겠다. 전파기는 암이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하는 단계이며, 가장 비극적인 시기다.
이번에도 구구절절 긴 설명보다는 캠벨 교수의 요약보고서를 인용하겠다.
"암이 진행된 암세포군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키는 정도까지 증식되면 전파기가 시작된다. 잔디에 비유하면, 잔디가 모든걸 뒤덮어버리는 경우인 것이다."
이 정도까지 가면 암은 악성이 되어 다른 조직에까지 침범하고 몸의 다른 기관으로 전이된다. 그리고 최종 단계는 죽음이다.
왜 이런 말까지 하는지 궁금한가?

이미 밝혔듯이 내 목표는 독소식품이 비만 유행병 말고도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밝히는 것이다. 암은 이런 진실을 잔혹하고 비극적으로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암의 최종 단계가 죽음이라고 명기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건강한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기 위해서다. 또한 아직 미적대는 사람들에게 쓰레기 식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고통스럽게 일찍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또한 암 발생 촉진기 때 먹을거리 선택을 얼마나 잘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해 다시 잔디 비유로 돌아가겠다.
첫 단계가 '나쁜' 씨앗이 땅에 뿌려지는 시기라면, 촉진기는 그 씨앗이 싹이 나서 자라는 시기다. 싹이 나고 쑥쑥 성장하려면 물과 햇빛, 기름진 땅이 필요하다.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돌연변이 세포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성장한다.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돌연변이 세포는 증식해서 그냥 눈으로도 볼 수 있는 암이 된다. 개시기는 순간적으로 이뤄지지만 촉진기는 여러 해가 걸리기도 한다.

잔디 씨앗이 잘 자라려면 물과 햇빛, 영양분이 필요한데 암이 발생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이미 살펴봤듯 극히 일부는 유전적인 영향을 받지만, 대부분은 우리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암 개시기 때에 발암물질을 공급했던 독소식품이 암을 발전시키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공식품에 첨가된 물질 중 일부는 돌연변이 세포가 암 세포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 연구가 증명해주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80%가 가공식품이라는 점이다.
1980년대 초에 가공식품이 우리 식탁을 점령했을 때 많은 과학자가 암과 식생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캠벨 교수팀은 실험실의 쥐들한테 발암물질 아플라톡신 B1을 주입하고, 각기 다른 음식을 주어 쥐들이 무얼 먹었느냐에 따라 간암이 다르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성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을 먹은 쥐들한테 간암이 더 빠르게 3단계로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1985년에도 캠벨 교수가 지도하는 연구팀의 오코너와 뢰벅 연구원은 옥수수기름이 함유된 음식을 먹은 쥐의 몸속에서 암병변이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렇듯 동물성 단백질과 기름, 지방은 암을 발전시키는 주범이다. 하지만 캠벨 교수도 지적했듯이 이런 연구들은 동물 실험에만 국한됐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쥐의 DNA 구조가 인간과 흡사하다고 해도 완전히 똑같지 않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캠벨 교수는 거대 독소식품 회사들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교란작전을 시작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곳에서 지원군이 나타났다.

서구식 암의 증가
1980년 캠벨 교수가 학과장으로 있던 뉴욕 주의 이타카에 위치한 코넬대학교 영양생화학과에 국제교류의 일환으로 중국인 첸 준시 교수가 왔다.
캠벨 교수의 연구는 실험실의 쥐만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지만, 첸교수는 중국 예방의학회를 통해 코넬과 옥스퍼드대학교에 그때까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 대규모 연구에 참가해줄것을 제안했다. 연구 목표는 중국 65개 농촌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12종류의 암에 따른 사망률을 20년에 걸쳐 조사하고 미국 자료와 비교하는 것이었다. 첫 연구 결과는 1991년에 나왔는데 <뉴욕타임스>로부터 '전염병학의 그랑프리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중국과 미국 합동 연구팀이 일부 암이 발병과 진행 과정에서 식습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입증한 것이다.

중국의 농촌지역 주민들은 서구의 현대 암인 전립선암과 유방암, 고환암을 앓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공식품이 아직 들어가지 않아 도정하지 않은 통곡물, 채소, 과일, 기름기 없는 고기와 생선을 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반면 서구의 식생활이 시작된 지역에서는 '서구식 암'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2001년 6월 28일에 발표된 '중국 프로젝트'의 두 번째 부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자본주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중국은 필연적으로 서구의 암까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중국의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서구인과 마찬가지로 현대암을 많이 앓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변화가 생긴 이유는 식생활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인들이 전통적인 식습관을 멀리하고 지나치게 기름지고, 달고, 짜고, 화학첨가물이 잔뜩 든 독소식품을 선택한 것이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독소식품은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밑거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는 새로 암에 걸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캠벨 연구팀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 "몸은 기억한다.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암이 생겼다가 완치됐더라도 건강한 음식을 제대로 골라먹지 않으면 나중에 그 암에 다시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부분을 인용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내게 똑같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완치됐다고 여겼던 암이 재발하면 많은 암환자가 영양학적 충고가 병행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식생활을 문제 삼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후회와 분노를 토로한다. 이들은 주로 가공식품을 먹으면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암을 일으키는 '씨앗'을 함께 먹은 것이다.

<식탁의 배신>, 윌리엄 레이몽, 랜덤하우스

월간암(癌)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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