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부기를 빼는 박
고정혁 기자 입력 2011년 07월 07일 15:10분894,047 읽음

전동명 | 한국토종야생산야초연구소장 //www.jdm0777.com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했던 박
박은 한해살이 덩굴 초본 식물이다. 전초는 짙은 녹색이고 연한 털로 덮여 있다. 종자는 백색이고 여러 개이며 긴 타원형이다. 개화기는 7~7월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모두 재배한다, 박의 종자를 '호로자', 박의 오래된 성숙한 열매의 껍질을 '진호로표, 구호로표, 파호'라고 하며 모두 약용한다.

박꽃은 달맞이꽃처럼 저녁부터 피어 다음날 아침에 걸쳐 하얀 꽃이 핀다. 특히 수박 대목으로서도 중요하게 쓰인다. 호리병박은 박보다 작고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 예쁘게 생겨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으며 말려서 벽에 걸어놓거나 작은 물바가지로도 사용되고 쓴맛이 적은 미성숙과를 김치에 이용하기도 한다. 조그만 박은 '조롱박' 또는 '종글박'이라고 하여 여행할 때 길가다 목이 마르면 물을 떠 마시는 도구로서 옛날 괴나리봇짐에 반드시 매달고 다녔던 기구이기도 하다.

박속은 열대 아시아와 아프리카 원산으로 전 세계에 약 6종이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재배를 한다. 고대 신라 때 이미 사용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신라 고분 출토품으로 미루어 볼 때 삼국시대 이전에 벌써 사용되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놀랍게도 이미 고대 한나라 전한시대인 기원전 1세기경에 범승지(氾勝之)가 기록한 인류 최초의 18편의 농서인 <범승지서(汎勝之書)>에서 이미 박을 심어 가꾸는 것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박의 활용과 성질
박의 열매는 식용을 하는데, 미성숙된 열매를 조림, 김치로 이용하며 대부분은 박고지를 가공하여 먹는다. 열매껍질은 다 익어 성숙되었을 때 따서 반쪽을 박톱으로 자르고 박속을 긁어내어 말려서 밥그릇 또는 물그릇인 '바가지'를 만들어 사용한다. 옛날에 가난한 시골 농촌에서는 그릇이 귀하였기 때문에 집집마다 박을 많이 심어 초가지붕에 올려서 재배를 하였는데, 그 열매를 이용하여 음식그릇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좀 작은 것은 밥을 담는 그릇으로, 큰 것은 물을 뜨는 그릇으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바가지를 만들어 썼기 때문에 '바가지박'이라고도 부른다.
한 번 사용한 뒤에는 깨끗이 씻어서 잘 말리는 것도 위생상 중요하다. 흠이라면 잘못 다루다가는 쉽게 깨지는 것이 약점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잘 다룰 필요가 있다.

박의 열매는 맛은 달고 싱거우며 성질은 평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의 열매 껍질은 맛은 쓰고 성질은 평하다고 한다. 모두 독이 없으며 열매는 소변을 잘 못 보고 전신이 붓는 증상에 쓴다. 피부악창, 옴이나 버짐, 종기에도 짓찧어서 붙인다.

박 및 호리병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
■화상
오래된 박열매껍질을 구워서 환부에 바른다. [빈호집간방(瀕湖集簡方)]

■신우신염
서리를 맞지 않은 것, 해를 넘기지 않은 것, 젓가락보다 약간 클 정도의 굵기로 어른 한 뼘 정도의 길이를 한 속(엄지와 중지를 이어서 만든 고리를 채울 정도의 양) 준비하고 물을 세 종지를 붓고 달여 한 종지로 만들어 마신다. [약사모 회원 체험담]

■배에 물이 생겨 부을 때
작은 호리병박 전부를 태워 가루로 만들고 매일 3차례 식간마다 따끈한 술이나 따뜻한 물로 2~3돈쭝(7.5~12g)씩 복용하면 된다. 효과가 없으면 다시 복용하면 효과가 크다. [식품비방]

■풍치, 충치통
호리병박과 씨, 잎사귀, 덩굴을 삶아서 이 물로 여러 번 양치질을 하면 효과가 크다. [식품비방]

■자궁 혈붕(子宮血崩), 적백대하가 많아 냄새가 날 때
오래된 호리병박과 연방(蓮房: 연의 꽃받침)을 같은 분량으로 태운 뒤 가루로 만들어 더운물로 매일 식전마다 1회에 3돈쭝(약 12g)씩 복용하면 멎는다. [식품비방]

박은 우리 조상들이 애써 가꾸어온 식물이다. 시골 농촌에서 초가지붕 위에 큼지막한 희고 둥근 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뒹구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릴 적 초가집 농촌을 보고 산 사람들은 어느덧 고향을 그리워하며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이젠 시골도 콘크리트 건물과 개량지붕으로 인해 초가지붕 위의 박은 좀처럼 볼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아울러 시골 아낙네들에게 친숙했던 바가지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것도 가슴 아프게 한다.

옛날 바가지는 박이 익으면 바늘이나 손톱으로 시험해서 둘로 타 쪼개어 속을 베고 삶아 말려서 물을 푸는 용기뿐 아니라 농촌에서 밥을 담아 두면 쉬지 않으므로 밥통 구실도 했고, 큰 바가지는 곡식의 씨앗도 담아두고, 두메산골에서는 목기인 나무그릇이 아니면 바가지가 식기로서 밥그릇 국그릇으로도 귀하게 쓰였었다. 또한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들의 고운 옷을 적시지 않기 위해 물동이에 엎어 띄워져 흔들흔들 춤추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길쌈하는 여인들이 여린 무릎의 살결을 보호하려고 바가지를 무릎에 엎어 놓고 삼베 올을 비벼 잇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때 흥이 동한 여인들은 바가지를 두드리며 장단 맞추어 노래하던 것이 바가지 장단의 기원이었으며, 통으로 말린 박은 제주 해녀의 자맥질하는 부자(浮子) 구실로도 큰 몫을 했다. 또 바가지 구멍을 뚫어 국수를 누르는 오늘날의 국수틀 구실도 했는데 이것을 누포자(漏匏子)라 했다. 그런가하면 목이 잘록한 조롱박은 술을 담는 술병으로 쓰였고 기름병으로도 이용했다.

지금까지 박의 효능에 대해 여러 가지 의학 서적을 검토해 본 결과 박이 인류에게 눈을 즐겁게 하는 동시에 훌륭한 먹거리로, 여러 가지 기구로서 미술품과 장식용으로도 활용되며 우리 인체에 미치는 의학적인 효능도 대단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텃밭이나 화단 및 옥상 등의 터가 있다면 박을 누구나 직접 심고 가꾸어 자라는 모습도 감상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 봄으로써 박과 함께 또 다른 행복을 맛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월간암(癌) 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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