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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가을
고정혁 기자 입력 2011년 05월 17일 14:20분877,273 읽음

무던히도 덥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햇볕의 따가움은 여전하지만 맑고 청명한 날씨는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가을 햇볕과 공기는 세상을 아름답다고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구나!'라며 삶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들게 합니다. 특히 암으로 투병하는 중이라면 이런 마음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며칠 전 『월간암(癌)』을 발행하는 사무실을 경기도 고양시로 이전하였습니다. 국립암센터가 바로 옆 동네에 있는 장소입니다. 국립암센터 앞을 지나다 보면 환자복을 입고 따스한 가을 햇볕을 맞으러 나온 분들을 보게 됩니다. 국립암센터 뒤쪽에 있는 정발산에도 환자복을 입고 산책을 나온 분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암과 투병하는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웃음을 띠며 산책을 하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은 가을처럼 아름답습니다.

가을은 우리들의 마음에 여유와 풍요를 줍니다. 우리는 이런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으로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암과 투병하면서 가장 커다란 적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 속에 자리 잡은 이기적인 마음은 암과의 싸움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올가을에는 이런 이기적인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살다 보면 법과 질서와 타인의 권리까지도 무시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남을 배려하면 자신이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물질적인 면에서 보면 잘살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성공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요즘 사람들의 대부분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 배후의 진실을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착하게 살아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런 부정적인 마음이 곧 나의 모습이 됩니다. 이런 부정적 마음은 내가 쏜 화살이 다시 나에 돌아와 나를 찌르는 것처럼 나를 다치게 합니다. 많은 학자들이 부정적인 마음은 확실히 혈압에 나쁜 영향을 주며 암의 원인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암과 투병하는 많은 분들과 만나서 인터뷰하고 행사를 할 때마다 "왜 암에 걸렸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하면 "부정적인 마음으로 늘 스트레스를 받고 생활해 왔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암과 투병하여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마음을 극복하여야 하며 그 방법을 터득하여야 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해도 언제든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자유의지이며,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런 자유의지는 근본적인 선택의 기회를 줍니다. 나의 선택에 따라서 길이 정해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길을 계속해서 갈 수도 있고 사랑, 친절, 인내, 온화, 협력 등의 특성을 살려 긍정적인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갖고 있는 의지를 이용하여 누구나 부정적인 마음에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확고한 의지를 통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서서히 돌아설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분노, 시기, 절망, 불안,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마음을 몰아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는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노력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단풍이 물들고 온 세상의 색깔이 변할 때 우리의 마음도 단풍과 같이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되는 분들이라면 올가을 더 멋진 단풍을 보기 위해 지리산이나 설악산에라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요? 지리산이나 설악산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병원 앞 작은 나무도 때가 되면 설악산의 큰 나무처럼 예쁘게 몸을 치장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참으로 공평해서 큰 나무, 작은 나무를 가리지 않고 똑같은 무늬의 옷감을 선물해줍니다.

암에 걸려서 투병한다는 것이 비켜갈 수 없는 생의 과정이라면 이런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라고 깨우쳐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신의 입장에서 사람 삶의 목적이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세요'라는 홍보 문구만은 아닐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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