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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착과 잡동사니를 비워라
고정혁 기자 입력 2011년 04월 30일 14:57분878,316 읽음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은 보통 하루에 약 6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이 가운데 95%는 어제 했던 생각의 반복이다. 이는 또한 그제 했던 생각과도 똑같은 반복이다. 간단히 말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많은 양의 사고는 목적 없는 비생산적, 반복적 잡담과 같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TV와 라디오의 끊임없는 쫑알거림도 매우 자극적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TV나 라디오를 습관적으로 켜 둔다. 시시한 3류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거나, 딱히 목적도 없이 웹서핑을 한다. 왜 이렇게 쓸데없는 사소한 자극에 얽매이기를 좋아하고 잡동사니를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돈 미구엘 루이스는 우리의 마음이 괴로운 이유는 머릿속에서 항상 ‘지식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마음속의 목소리는 어린 시절에 언어와 다양한 관점, 그리고 평가와 비판을 배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속은 수천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떠들어대지만 아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과도 같다.

이런 상황은 흡사 미꾸라지가 고운 물의 바닥을 헤집어 놓아 부유물들로 물 전체가 뿌연 상태와 비슷하다. 황사나 안개에 비견되는 이런 현상들은 수많은 생각들이 떠돌아다니는 상황이다. 이런 것들이 잡동사니이다. 잡동사니는 피로와 무기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오프라 윈프리는 무려 13년에 걸친 체중과의 싸움으로부터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한 살빼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감정적인 문제라는 것은 인생에서 한치도 전진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함으로써 두려움이 우리를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걱정은 흔들목마에 비유되곤 한다.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늘 같은 자리인 흔들목마와 같이 걱정은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면 할수록 머릿속에 잡동사니만 쌓여 다른 과제의 수행을 방해하고 현실의 지각과 인식도 명료하지 못하게 한다. 그것을 멈추는 방법은 무엇이든 신경을 쓰면 쓸수록 그것이 크게 불어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삶의 소유 양식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하는 여러 가지 ‘대상’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의 전반적 태도이다. 모든 것이 다 갈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 재산 의례, 선행 지식, 사상 등이 모두 갈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 자체로서는 나쁘지 않지만 나쁘게 변한다. 즉 우리가 그것들에 집착할 때, 그것들이 자유를 해치는 사실이 될 때, 그것들은 우리의 자기실현을 방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뇌를 끝없이 되새기는 것은 비의식적인 일종의 목적이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음속으로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편의 비극 드라마를 쓰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동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므로 고뇌(생각)의 반복은 소유 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성경 전도서에서는 판단력 역시 영혼에 괴로움을 준다고 하였다. 많은 지혜에는 많은 슬픔이 따르기 때문이며 또한 지식이 많으면 슬픔도 따라서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것들은 전부 쓸모없는 쓰레기에 비유된다. 화려하게 유혹하고, 놓치면 바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는 정반대이다. 생각이란 결국 자신이 소유한 것, 소유할 것 등의 소유 의식과 관련지어지려는 경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어릴 적 자유로웠던, 자유를 사랑했던 먼 옛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자유가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우리는 두서너 살 먹은 아이를 보면 그 아이에게서 자유로운 인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아이가 자유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들은 과거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으며,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현재의 순간에만 산다.

성경에 나오는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의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온갖 집착과 잡동사니들을 비워야 한다는 말이다.

<굿빠이 스트레스>, 임희택, 새로운사람들

월간암(癌) 201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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