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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유발 설사의 한약치료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3년 12월 29일 15:44분1,419 읽음
글: 장성환 한의학박사, (사) 대한통합암학회 부회장, 대한암한의학회 부회장, 대한통합방제한의학회 회장, 항암치료 부작용 완치법 저자, 의료법인 명원의료재단 파인힐병원 한방원장, 통합의학 센터장

항암제 유발 설사의 문제점
암 치료에서 일어나는 설사는 항암화학요법이나 수술(소화기 절제) 이나 복부, 골반부 방사선치료로 인한 것 등이 있다. 일부 항암요법 특히 대장암이나 위장관 암을 대상으로 하는 항암요법은 중증 또는 난치성 설사를 유발하게 되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항암제 유발 설사가 암 환자의 최대 82%에서 부작용으로 보고되었으며, 최대 33%가 3등급(하루 7번 이상 설사), 4등급(생명을 위협하는 설사) 설사를 경험했다고 보고하였다.1)

소화기 독성은 많은 사망 사례와 연관되어 있으나 종종 인식되지 않고 치료되지 않는 항암화학요법의 합병증이다.2)

탈수, 호중구감소증, 발열, 영양실조, 신부전, 감염성 합병증 또는 심각한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하는 심한 설사는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항암제로 유발된 설사(chemotherapy-Induced Diarrhea: CID)는 항암제를 바꾸거나, 치료 용량을 줄이며, 치료를 지연하거나, 심지어 치료를 중단하도록 영향을 미쳐 잠재적으로 임상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2)

연구에 의하면 1등급(하루 4번 미만 설사) 및 2등급 설사(하루 4~6번 설사)는 환자의 11%가 항암제의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고, 모든 등급의 항암제 유발 설사를 경험하는 환자의 약 45%는 항암제의 용량 감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3)

설사를 잘 유발하는 항암제
이리노테칸, 5-FU(플루오로우라실), 카페시타빈(상품명 젤로다), 토포테칸, 테가푸르, 아파티닙(상품명 지오트립), 제피티닙(상품명 이레사), 세툭시맙(상품명 얼비툭스) 등, 설사의 빈도는 5-FU, 이리노테칸, 토포테칸 등의 대사길항제를 사용하는 항암치료에서 가장 흔하다.

항암제 유발 설사의 빈도
대장암의 1차 치료는 여러 가지 항암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선호되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5-FU와 5-FU의 효과를 도와주는 류코보린을 함께 투여하면 설사의 빈도가 더 증가한다. 대장암이나 위암에 사용되는 폴피리(FOLFIRI)나 폴폭스(FOLFOX), 췌장암이나 담도암에 사용되는 폴피리녹스(FOLFIRINOX)에 함유된 항암제가 5-FU와 류코보린이다. 5-FU와 류코보린을 병용하여 매주 치료받은 환자의 최대 50%가 설사를 경험하게 된다.4)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 치료제(에를로티닙 타세바), 아파티닙(지오트립), 제피티닙(이레사), 라파티닙(타이커브))로 치료받은 환자는 최대 60%에서 설사를 경험하며, 10% 미만의 사례에서 3등급 이상의 설사를 경험한다.4)

설사의 일반적 보조치료
항암화학요법으로 유발된 설사나 묽은 변에는 억제 효과가 있는 약제를 투여한다. 급성 설사에는 항콜린약(부틸스코폴라민)을 사용하며, 지연성 설사에는 장 연동 억제제(로페라미드, 스코폴리아엑기스)나 정장제(비피더스균, 낙산균)를 투여한다.5)

로페라미드(상품명 : 로페민)는 항암제 유발 설사에 대한 초기 선택 약물이며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합성 아편 유도체인 로페라미드는 위장관에 연동운동을 감소시키고 체액 재흡수를 증가시켜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변비가 올 수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마비성 장폐색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고용량 로페라미드를 사용하는 동안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6) 로페라미드는 단순 설사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중증 설사에 대한 단독요법으로서의 유용성은 제한적이다.7)


한약 치료법과 근거
설사에 대한 양방 약제에 여러 종류가 있듯이 한약에도 다양한 처방이 있다. 암환자 설사에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반하사심탕, 감초사심탕, 오령산, 시령탕 등이 있다.

일본 의사들이 항암제 유발 설사에 많이 처방하고 있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이 있다. 반하사심탕은 속쓰림, 소화불량, 설사, 복통 등 위장염에 국내외 한의계에서 오랫동안 많이 사용됐으며, 여러 과학적 근거가 보고된 처방이다.

일본 도치기 암센터 흉부과 모리 교수팀은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RCT)에서 비소세포 폐암 41례 대상환자(시스플라틴과 이리노테칸 병용요법을 받는 환자) 중 39례가 설사를 경험하였으나, 반하사심탕 투여군 18례는 대조군(비투여군) 23례와 비교하여, 설사 등급이 유의하게 낮아, 3등급 이상의 증례수가 적었다고 보고하였다.8)

세이 마리안나 의과대학 유방외과 시모 신 교수는 표적치료제 라파티닙(타이커브)으로 유발된 난치성 설사에 대한 반하사심탕의 유용성을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9) “HER2 양성 유방암에 사용되는 표적치료제인 라파티닙(타이커브)은 설사의 부작용이 약 60~70%로 특히 3등급 이상의 중증 난치성 설사의 빈도는 약 10% 정도로 보고되어 있다.

현재 난치성 설사에 대한 치료로 정장제는 거의 효과가 없으므로 로페라미드와 같은 지사제를 1시간 간격으로 투여하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라파티닙(타이커브) 휴약이나 감량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라파티닙 치료효과가 나타나더라도 끊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09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라파티닙을 사용한 57명을 대상으로 반하사심탕 사용에 따른 설사 발현 빈도를 조사하고, 반하사심탕 예방투여에 따른 설사 발현빈고 변화에 대해 관찰했다. 그 결과 라파티닙 복용에 따른 2등급(하루 4~6번) 이상의 난치성 설사 발생 7례에서 반하사심탕 투여 후 모든 증례가 0등급 또는 1등급(하루 4번 미만)이었으며, 2등급 이상의 설사가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예방투여를 시행한 14례(투여군)와 투여하지 않은 43례(비투여군)을 비교해 보면, 비투여군에서는 난치성 설사의 등급이 0~4등급까지 있었지만, 투여군에서는 모든 증례가 1등급 이하였고, 2등급 이상은 1례도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반하사심탕 투여군(21례)과 비투여군(36례)의 라파티닙 평균 투여기간은 반하사심탕 투여군 11.24개월, 비투여군 평균 5.28개월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216).


즉 반하사심탕을 투여함으로써, 라파티닙 부작용을 경감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라파티닙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서 HER2 양성 유방암의 치료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둔산한방병원팀은 지사제인 로페라미드로 유발된 기능성 소화불량을 반하사심탕이 위 조직의 카잘세포(cajal cell)를 활성화해 위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함으로써 음식물의 이동과 배출을 촉진한다고 보고하였다.10)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국제학술지(Frontiers in Pharmacology)에 5,5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57건의 무작위 대조 시험을 분석한 결과, 반하사심탕을 투여하면 약 93%의 환자들에게서 기능성 소화불량의 증상 호전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같은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반하사심탕은 항암제 유발 설사를 치료, 예방할 뿐만 아니라 항암제나 지사제(로페라미드)로 유발된 소화불량 증상도 함께 호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반하사심탕에서 감초의 양을 늘린 감초사심탕 역시 항암 중 체력이 떨어지고 설사가 심한 경우에 사용된다.

호전 환자 증례
필자 역시 반하사심탕과 감초사심탕을 항암 중인 난치성 설사의 치료에 흔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그 유효성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비소세포 폐암 4기(뇌전이) 60세 여성이 대학병원에서 EGFR 표적치료제 아파티닙(지오트립)을 1회 복용 후 물과 같은 3등급(하루 7차례 이상)의 중증 설사와 소화불량을 호소하며 입원하였다. 대학병원에서 처방받은 로페라미드로는 중증 설사를 막지 못하고 있어 표적치료제를 감량하거나 휴약해야할 상황이었다. 이에 필자는 환자에게 감초사심탕을 하루 3회 10일분 복용하도록 하였다.

감초사심탕을 복용 후 매일 설사를 하지 않았고 3~4일에 1번 정도 2등급 이하의 묽은 변을 보는 정도로 호전이 되었고, 소화불량도 함께 개선되었다. 따라서 지오트립을 줄이거나 중지하지 않고 계속 복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영상 검사에서도 종양이 확연히 줄었으며(Figure 1), 이후에는 3등급 이상의 중증 설사가 발생하지 않아 표적 항암을 줄이거나 휴약하지 않고 치료과정을 잘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11)

결론
항암중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완화하지 못하면 항암제가 효과가 있더라도 항암제를 휴약하거나 중지하고 이것이 계속되면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못하여 다른 항암제로 변경하는 일이 발생한다.

카나자와 의과대학의 종양내과학 주임교수인 모토오 요시하루는 다음과 같이 항암치료중에 한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암 보조요법에서 한약은 양약의 효과가 미흡할 때, 시너지를 주거나 단독으로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양방의 표준 치료가 그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여, 암을 공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암 보조요법의 하나로써 한약은 신체 방어의 역할을 맡는다. 즉 “표준 치료를 완수시킨다”는 것 자체가 암치료에 한약을 사용하는 목적이다.5)”



참조
1) Elizabeth A. Koselke, Shawna Kraft, Chemotherapy-Induced Diarrhea: Options for Treatment and Prevention. J Hematol Oncol Pharm. 2012;2(4):143-151.
2) Benson AB 3rd, Ajani JA, Catalano RB, et al. Recommended guidelines for the treatment of cancer treatment-induced diarrhea. J Clin Oncol. 2004;22:2918-2926.
3) Arbuckle RB, Huber SL, Zacker C. The consequences of diarrhea occurring during chemotherapy for colorectal cancer: a retrospective study. Oncologist. 2000;5:250-259.
4) Stein A, Voigt W, Jordan K. Chemotherapy-induced diarrhea: pathophysiology, frequency and guideline-based management. Ther Adv Med Oncol. 2010;2:51-63.
5) 모토오 요시하루(일본 카나자와 의과대학 종양내과학 주임교수). 한약암치료 과학적 근거를 기반하다. 청홍. 2020. p46~47, 130~135
6) Kornblau S, Benson AB, Catalano R, et al. Management of cancer treatment-related diarrhea. Issues and therapeutic strategies. J Pain Symptom Manage. 2000;19:118-129.
7) Saltz LB. Understanding and managing chemotherapy-induced diarrhea. J Support Oncol. 2003;1:35-46; discussion 38-41, 45-46.
8) Mori K, et al:Preventive effect of Kampo medicine(Hangeslnashin-to)against irinotecan-induced diarrhea in advanced non-small-cell lung cancer. Cancer Chemother Pharmacol, 51(5):403-406, 2003.
9) 志茂 新. 제24회 일반 외과한방연구회. 화학요법 부작용에 대한 한방치료 대처. 2014.11.21.
10) Yoo-Jin Jeon, et al. Banha-sasim-tang improves gastrointestinal function in loperamide-induced functional dyspepsia mouse model. J Ethnopharmacol. 2019 Jun 28:238:111834.
11) 장성환. 감초사심탕, 사위탕과 지오트립 병행치료한 전이성 비소세포성 폐선암의 퇴축 호전 환자 1례. 대한암한의학회지. 2015;20(2):1-4.
월간암(癌)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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