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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치료하는 관점의 변화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3년 11월 29일 17:34분931 읽음
새로운 항암제(생물학적 활성 억제제)의 특성
의학의 발전, 특히 분자생물학 발전에 따라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항암 효과가 있는 약제를 신속하게 확인하여 투여하는 것이 생명이 위태로운 암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항암제란 혈관 신생 억제제나 텔로머라제 억제제를 이야기하는데, 이들은 기존의 항암제들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것과는 달리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하여 항암 효과를 나타내므로 생물학적 활성 억제제라고 한다. 생물학적 활성 억제제는 항암제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 특성을 서로 비교해 보도록 하자.

항암제는 사용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항암제에 대해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하게 되어 투여량을 크게 증가시킬 필요가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욱 심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즉 항암제의 가장 큰 한계는 심각한 독성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면에 생물학적 활성 억제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므로 독성이 없거나 있더라도 많지 않다. 치료 효과를 판정할 때 항암제는 투여하면 종양의 크기가 줄어드는 등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이러한 약제는 종양이 커지지만 않으면 되고 약제 효과는 장기간 투여 후에 나타난다.

생물학적 활성 억제제 효과에 대한 평가 개념의 변화
항암제의 작용 기전은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 독성 효과이나, 생물학적 활성을 억제하는 대부분의 약제는 세포 증식 억제 효과가 주된 작용 기전이다. 따라서 이들 새로운 약제의 치료 효과를 판정할 때 항암제와는 작용 기전이 다르므로 기존의 항암제 치료 개념으로 약 효과를 평가해서는 안 되고, 이에 적합한 새로운 약제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항암제는 항암 효과가 뚜렷한 경우라도 최대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용량을 계속 증가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항암제는 다른 약과 달리 치료 용량이 독성 용량과 거의 비슷하므로 독성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투여 용량에 비례하여 독성이 증가하므로 독성을 기준으로 하여 투여 용량을 정하고 효과를 판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제는 독성을 기준으로 용량을 정하지 않고 암세포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최대 억제 용량까지 투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용량을 결정할 때 항암제는 환자가 견딜 수 있는 만큼 투여하는데, 이러한 약제는 암세포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을 투여할 수 있다. 약제의 효능 면에서 효능이 없으면 항암제는 폐기 처분되나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는 암세포가 더 이상 증식만 하지 않으면 상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약제의 효과를 항암제는 암을 얼마나 완치시킬 수 있느냐의 완치율로 평가하는데 이러한 약제의 효과는 환자를 얼마나 오래 살게 해주고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되었나로 평가한다.

암 치료 개념의 변화 : 암과의 투쟁에서 암과의 공존으로
기존의 항암제들은 모든 암세포를 죽여야 한다는 개념에서 개발되어 암 치료에 이용되어 왔다. 그런데 항암제는 정상세포에도 작용하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며, 계속적인 투여 시 암세포가 항암제에 대해 내성이 생겨 효과를 지속하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또 암 치유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항암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흔한 위암, 간암 등을 비롯한 여러 암에 대한 항암제의 효과는 아직도 불만족스럽고, 전체적인 암 치유율 역시 우리 기대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수술적 제거가 불가능한 암을 완치시키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현대 의학의 분명한 한계다.

그래서 새로운 개념의 암 치료제가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암세포의 생물학적 활성을 억제하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는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생명의 연장이 가능하다. 생존 기간을 증가시키는 면에서 볼 때 기존의 항암제는 연명(延命)이 연고(延苦)로 이어지기도 하였으나, 새로운 항암제는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삶의 질을 유지하며 연명이 가능하다. 즉 건강한 나날의 연장이 가능하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더라도 조절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듯이, 암을 앓더라도 암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여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도록 암의 진행을 차단하면 암으로 금방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암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세기 암 치료의 목표는 모든 암세포를 죽여야 한다는 의미의 암과의 전쟁(fighting against cancer)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암이 있더라도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자기 수명을 다하며 살 수 있는 암과의 공존(living with cancer)이 21세기의 암 치료 개념으로 새로이 제시되고 있다.
월간암(癌)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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