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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에세이[에세이]비움의 미학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10월 15일 18:33분879,261 읽음
신 영_시인이며 수필가. 남편 백혈병 2년 투병 중. 보스턴에 살고 Boston Korea신문에 칼럼연재. 저서 시집『하늘』, 수필집『나는 ‘춤꾼’이고 싶다』등.
목적지를 향해 급하게 달리다 보면 가려고 했던 목적지마저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때로는 내 생각과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뒤늦게야 알아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해야 할 일들도 가득한데 벌써 쌓여 있는 내일의 스케쥴에는 빈칸은 하나도 없이 빽빽한 메모가 가득하다. 도대체 무엇인가? 이토록 바삐 움직여야 할 이유를 잠시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깜짝 놀라고 만다. 그것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떠밀려서도 아니다. 다만, 내 마음속의 가득한 욕심에서의 시작이었고 내가 만들었던 시간표이다. 설령, 계획했던 시간표의 빽빽한 목표들을 하나씩 지운다고 해서 뭐 그리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급하게 달려온, 쉼 없이 살아온 나 자신의 모습일 뿐이다.
이른 아침에 맞는 바람이 시원하다. 하늘이 파랗고 오가는 하얀 뭉게구름이 가을을 금방이라도 실어다가 줄 것만 같다. 바쁜 생활 속에서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볼까. 자동차 안에서 바라다보는 것은 즐비하게 서서 움직이는 자동차들과 유리박스 안에 놓인 무표정한 얼굴들이다. 그 얼굴들 사이에서 무언의 무표정으로 서로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여름 방학 내내 집안에서 뒹굴던 아이들도 이제는 하나둘씩 부모 곁을 떠났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기저기 남겨놓은 아이들의 자국들이 집안의 틈 사이마다 남아 있다. 쌓여 있는 빨래와 구석구석에 풀풀 날리는 먼지들은 모두가 또 그리움이 되어 남을 일이다. 곁에 있을 때는 무엇인가 답답하고 소홀히 여기다가도 떠나고 나면 모두가 아쉬움이고 그리움이 된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다. 그래서 옛 선조는 가을의 푸름과 넉넉함을 일러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가을에는 내가 정해 놓았던 세상의 욕심들을 잠시 내려놓고 “내 속의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참 나’를 만나는 역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바쁜 걸음에 지치고 힘겨운 어깨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일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바쁜 걸음으로 걷고 있는지! 쉼 없이 달려야 하는 달음박질은 누구를 위한 일인지! 내가 몸과 마음이 아프고 병들어 누워있다면 그 달음박질을 하던 바턴은 누가 또 이어받을 것인지!
“진정, 나의 삶에서 나는 얼마만큼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까?”
이 가을에는 한번쯤, 나 자신에게 묻는 물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새벽 울음이여!
詩/신 영고요를 삼켜버린 송광사 사자루의 뜰에는
오랜 고목이 제 살을 발라 먹고 뼈를 세워
두들기지 않아도 소리내는 목어를 키우고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는 바람은
비어있는 마음을 두드리며 풍경을 흔든다물이 없이도 물고기가 자라는 사자루 연못에
샛노랗고 진한 꽃분홍 수줍은 수련이 오르고
새벽을 부르는 달빛은 연못에 몸을 담그고
바람은 산사의 닥나무 틀에 매인 창호지를 흔들며
새벽 예불 준비하는 승려의 장삼 자락을 훔친다새벽을 두들기는 여린 승려들의 손가락마다
억겁의 시간을 두들기며 공간을 어우르고
법고(法鼓)가 울릴 때마다 빈 가슴에서 울림이 되고
밤과 낮을 가르며 하늘로 오르는 운판(雲板)의 여운은
텅 빈속에서 울음을 내는 목어(木魚)가 새벽을 깨운다2007년 8월에,
순천의 ‘송광사’를 다녀와서자식에 대한 기대와 가족의 건강에 대한 안위 그리고 생활의 넉넉함을 원함은 누구나 바라고 원하는 일일 것이다. 그 어느 종교를 말하지 않더라도 마음의 깊은 기도이리라. 여름 한국 방문 중에 순천의 ‘송광사’를 다녀왔다. 며칠을 묵으며 새벽예불을 위한 스님들의 정갈한 준비와 예를 곁에서 보고 만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졌었다.
‘비움’이란 ‘채움’의 반대말일 것이다. 세상의 욕심은 가지려고 애쓴 만큼 가져도 끝이 없음을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또한, 가지고도 모자라는 허전함은 그 무엇으로도 채우기가 어려운 ‘상대적인 빈곤’임을 새삼 깨달으며 ‘비움’이란 것을 잠시 묵상하게 되었다.늘 가져도, 가졌어도 허전한 것은, 무엇을 더 가져야 마음의 만족이 올까. 문득 여행 중 사찰을 돌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며칠 절에서 묵으며 ‘새벽예불’을 준비하고 알리는 법고 소리와 범종과 운판 그리고 목어를 두들기는 소리에 새로운 ‘비움’에 대한 깨달음을 만나게 되었다. 무엇이든 가득 차면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낼 수 없음을 말이다. 커다란 법고를 두드리는 어린 승려들의 움직임 속에는 새벽빛에 더욱 파르르 떨리는 삭발에 여린 손가락의 간절함과 이리저리 휘저어 흐르는 장삼 자락이 있었다. 텅 빈속에서의 울림이었다. 법고의 소리도, 범종의 소리도, 운판의 소리도, 목어의 소리도 모두가 비어 있어서 낼 수 있는 맑고 청아한 울림이었다.
비우지 않고는 낼 수 없는 울림들이 있었다. 어찌 저 절간의 새벽에서만 그 소리가 울릴까. 온 우주의 살아있는 것들의 덜어내는 소리에서 들을 수 있는 울림일 게다. ‘채움에서 덜어내는 소리가 바로 비움에서 남아 울리는 소리’일 게다. 우리의 가정생활 속에서도, 우리의 신앙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채우기만 한다면 어찌 소리를 낼까.
“소리를 내고자 소리를 낸다면 또한 어찌 울림이 있을까?”
덜어내고 비워내고 씻어내면 저절로 안에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바로 ‘비움의 울림’이 될 것이다.
어찌 밖에서 안으로 채운들 그 소리가 날까. 안에서 밖으로 흘러 넘쳐나는 소리가 울림일 게다. 이 가을에는 높고 푸른 하늘에 흐르는 말간 바람 소리를 듣고 싶다. 이렇듯 곱고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지는 ‘비움의 미학’에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만난다.월간암(癌)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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