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가상현실이 확장우주로 진화하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12월 02일 18:00분897 읽음
상상은 인류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상상하면 그것은 현실 속에 나타납니다. 우리가 만든 모든 물건은 그렇게 누군가의 상상에서 비롯된 아이디어가 현실 속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아주 오래전 석기 시대부터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인류가 있습니다.

최초의 인간이 사냥에 필요한 돌도끼를 만들면 어떨까 상상하다가 그 일을 실행하면서 석기시대라는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씨를 뿌려 농사짓는 것을 상상한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어 농업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우리의 상상은 곧 현실이 되고 무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래에는 그것이 현실이 됩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누군가의 머리에 저장되어 있다가 세상으로 나옵니다. 기술적 한계가 있더라도 시간이 필요할 뿐 결국 현실에서 구현되어 나타납니다.

영화에서는 아직 현실에 없는 내용을 미리 보여주기도 합니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아바타(Avatar)는 당시에 획기적인 공상과학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미래에는 영화에서 소재로 삼은 아바타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의 나는 집에 있지만 동시에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영화를 보고 한강을 산책합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합니다. 최근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늘면서 실제 사무실을 그대로 옮겨 가상현실의 사무실을 만들고 그곳으로 출근하여 업무를 보는 회사가 생겼습니다. 이제 영화 아바타에서 보여주었던 내용이 당시에는 상상이었지만 조금씩 실제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상을 하면 그것을 글로 적거나 그림으로 남깁니다. 영화는 우리의 상상력을 글이나 그림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모형으로 보여줍니다. 어렸을 적 허무맹랑하고 환상에 가까웠던 영화가 지금은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90년대만 해도 컴퓨터는 서로 독립된 상태로 작동하였지만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컴퓨터는 서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이버’공간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고 우리의 현실은 혁신적인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는 더 나아가 작은 휴대폰 속으로 컴퓨터가 들어오고 유선으로 연결되던 인터넷이 무선으로 가능해지면서 세상의 발전과 변화의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이버 월드’ 대신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가상의 세계는 조금 더 현실과 가까워졌습니다. 안경처럼 보이는 장비를 착용하고 귀에 헤드폰을 꼽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그곳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메타버스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인류는 또 한 번 혁신적으로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확장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 이렇게 두 개의 단어를 따서 만들어진 합성어입니다. 우리말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확장 우주’ 정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단어가 주는 의미처럼 메타버스는 지금 우리가 있는 현실 속의 우주를 뛰어넘은 다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며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대부분 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으며 게임을 할 수도 있고 필요했던 공부도 가능합니다. 최근 어떤 회사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실제 사무실을 만들어 놓고는 업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도 모호해서 죽음으로 이별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 분야 중에서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술을 사용한다면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런 소재를 이용해서 만든 다큐멘터리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의 재회를 가상현실로 구현하여 재회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는데 사랑하는 딸과 재회하는 어머니,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 다섯 명을 두고 먼저 떠난 어머니를 만나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 프로그램으로 기억됩니다. 생전에 살아 있던 사람의 모습과 음성은 기본이고 습관이나 어투, 행동 양식 등을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후 헤드셋이 포함된 고글 안경을 쓰면 그 안에서 그리운 사람과 생활했던 환경 그대로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현실과 가상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에서 만남은 면회를 하는 수준일 뿐 다시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아직은 현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현재의 메타버스 기술 수준은 미흡한 면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생각해보면 머지않아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가상현실에서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현실과 가상의 세계는 서로 떨어뜨릴 수 없는 관계가 됩니다.

이런 변화는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앞으로 암과 투병하는 분들은 힘들게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실제 의사선생님을 만나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는 날이 올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영화에 나온 것처럼 미래에서 나를 도와주러 방문하는 사람이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메타버스 기술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지만 이미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류는 비대면 사회로 발전하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이 기술을 발전시킬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성공적으로 투병하는 분들의 정보를 모아 인공지능에 학습을 시킨 후 멘토 역할을 하는 존재를 만들어 투병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암으로 투병하는 분들과 같이 교류하는 일을 쉽게 할 수 있으며 서로에게 용기를 주며 투병 생활에 활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연결시키면 가상의 세계는 더는 가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현실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월간암(癌) 2021년 12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sarang@cancer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