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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어난 시대가 치르는 대가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11월 03일 11:45분2,644 읽음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최장기간 장마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 구상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올해는 열매도 잘 안 열리는 것으로 밝혔습니다.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전역에서는 호우와 폭풍, 눈이 쌓이는 곳도 있습니다. 당장 김장철을 앞두고 이례적인 가을장마와 갑작스러운 한파로 배추가 병이 들어 썩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사자가 먹이를 사냥해서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척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다가 배가 고파지면 서서히 먹잇감을 찾아서 돌아다니다 목표물을 정하면 쏜살같이 달려가 무참하게 먹잇감의 숨통을 끊고는 식구들과 식사를 합니다. 사람의 먹는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음식입니다. 그렇게 동물들이 먹는 먹이를 사람이 똑같이 먹는다면 우리는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 수명을 다할 것입니다. 인간은 맹수들에 비해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지금과 같은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연에 가까운 것일수록 두려움을 갖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과학이 발전은 그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가령 밤이 되었을 때 숲 속에서 어둠을 맞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벌레와 같은 곤충이나 뱀과 같은 파충류를 마주쳤을 때도 같은 두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두려운 존재라는 본능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류의 발전은 자연에 대항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연과는 거리가 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 속에 있을 때 안전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인류가 만든 문명 속에 있다는 것은 자연과 먼발치 떨어져 지내는 삶을 의미하며 그렇게 발전해온 문명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자연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과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과학의 힘은 아직까지 완벽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서 뼈아프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야생에서 살던 시절에도 바이러스에 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으며 이런 위험은 유전자에 남아서 인류전체에 집단 트라우마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사람이 사망하는 일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고 대처합니다. 그러나 자연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는데 반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금까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우리 주변에 기웃거리며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큰 쟁점은 어디서 어떻게 최초로 만들어졌는가 입니다. 원래 있던 바이러스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진 종류라는 점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합니다. 만약 과학적 실험실에서 유출되었다면 매우 끔찍한 현실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위적인 바이러스라면 미래에는 이러한 일이 반복될 수 있으며 치명률과 변이가 더욱 높은 바이러스가 유출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직한 일이 생길 것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자연 속에 있던 바이러스는 대부분 과학이 만들어낸 항생제나 항바이러스 등의 약으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심지어 후천성 면역결핍을 일으키는 HIV바이러스조차도 최근에는 치료가 가능한 범주에 들어섰습니다. 암을 일으킨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또한 예방 백신이 나왔으며 과거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었던 페스트나 천연두와 같은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책이 있습니다.

이번 팬데믹을 일으켰던 COVID-19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완료되어 이제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바이러스들에 대해서 그 종류마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되었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더욱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은 언제나 자연에 대항하는 쪽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실험실 바이러스는 자연적인 소멸이 어렵도록 유전자를 조작하고 스스로 변이과정을 거쳐 진화하는 쪽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도 변이가 이루어지면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조차 돌파 감염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준비되었으므로 각 나라마다 코로나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위드코로나’입니다. 작년부터 약 2년 동안 자연을 거스르고 또 자연을 잊은 채로 지낸 대가치고는 상당히 혹독합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최초의 사람이 야생에서 지내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안전하고 안락한 생활입니다. 수명도 늘었고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롭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루어 놓은 수많은 문화와 기술 발전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덕분에 현재 우리는 자연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며 자연은 거대한 두려움이 되었습니다. 작은 바이러스가 새로 생겨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일은 과거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내용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우리는 현실 속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코로나 바이러스 치명률이 1~3퍼센트 내외라는 것입니다. 이제 곧 코로나 시대는 끝나고 한 단계씩 일상을 회복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 주민등록등본이 없어 입장을 거절당하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지낸 시간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자연에서건 실험실에서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일을 우리가 노력해서 못하게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2년간 무사히 지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암과 투병하는 분들은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지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과입니다. 위드코로나 시대가 다가 왔다고 방심하지 않고 건강을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월간암(癌)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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