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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누수 증후군과 반건강
임정예 기자 입력 2016년 10월 11일 11:23분13,265 읽음
글: 문창원(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뉴욕의과대학 가정희학과 교수역임)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피곤한 게 정상이 아니다. 혹 큰 병이 생긴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앞서서 병원을 찾는다. 종합검사를 포함해 이것저것 한참동안 검사를 해본다. 가슴을 졸이며 며칠을 기다려 결과를 듣는다. 의사는 감정 없는 얼굴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다는 데, 몸은 천근만근 정상이 아니다. 건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무슨 질병이 있다고도 할 수 없는 반건강 상태이다. 다른 말로 미병이라고도 한다. 바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들의 1/3은 이 반건강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본인은 힘들고 아프지만 주위 사람들은 꾀병을 부린다고 핀잔을 준다. 사실 이 미병 상태를 진단할 현대의학적 방법은 아직 없다. 혈액 검사, 방사선 검사, 많은 검사를 해도 몸의 이상은 찾아낼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의사들 입에서 ‘장누수 증후군’이란 용어가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장누수 증후군이란 장점막 세포 사이의 일정한 간격과 치밀 결합이 어떤 자극이나 손상 등으로 약해지면서, 세포와 세포 사이의 벌어진 틈으로 장내 독성물질이나 세균 같은 것이 장벽 내부로 들어가고, 결국에는 혈관으로 들어가서, 알레르기나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면역 시스템의 이상을 초래하며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을 통틀어 ‘장누수 증후군’이라 한다. 분자생물학이나 면역학의 발달로 이전에는 몰랐던 여러 질병이 장누수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소장의 점막세포는 microvilli(미세융모)라고 불리는 벨벳처럼 가는 융털돌기의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면적을 넓혀 소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흡수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것이다. 소장의 융털돌기를 모두 펴보면 약 400제곱미터나 되는데 이는 우리 피부 표면적의 200배나 된다. 가장 중요한 기능인 흡수의 역할을 다하는 이 소장에 어떤 이유로든 투과성이 증가해 장이 샌다면 세균, 곰팡이, 내독소(그람음성 균주의 부서진 세포벽 조직) 등이 혈류로 유입되어 장관내독소혈증이 일어난다.

우리의 장 속에는 수많은 세균이 존재한다. 유익균도 있고 유해균도 있다. 장내에 살고 있는 정상 유익균들은 외부에서 밀려들어온 세균들과 싸우게 되는데 이 싸움에서 죽은 세균의 껍질에 있는 내독소가 새는 장의 틈을 따라 혈관으로 들어온다. 장에서 간을 거쳐 허파, 심장을 통과한 내독소는 혈관을 따라 전신으로 퍼진다. 그리고 우리 몸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한다. 거의 대부분의 만성 질환이 이 장누수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자가면역질환, 만성염증질환, 노화, 천식, 음식물 알레르기, 여드름, 두통, 류마티스관절염, 크론씨병, 궤양성대장염, 만성피로증후군, 과민성대장증후군,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등 열거할 수 없이 많은 만성질환들이 장투과성이 증가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장누수증후군의 원인 또한 다양하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가장 큰 적이다. 부패한 음식,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 술, 고지방 음식 등도 원인이 된다. 예전에 없던 많은 현대병이 생기는 이유 중에는 현대인들의 섭생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음식을 먹었으나 지금은 냉장고에 오랜 시간 동안 저장된 음식을 먹는다. 많은 영양소와 비타민, 미네랄의 파괴와 변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좋은 음식보다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다보니 부드럽고 단 음식을 찾게 된다. 섬유질이 많은 거친 야채류보다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고기류를 선호하게 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많은 음료수와 주스는 입맛을 좋게 하기 위해 설탕을 많이 첨가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과일 주스는 너무 많은 설탕이 첨가되어 있어서 순수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손쉽게 접하는 과자, 사탕은 숨어있는 적이다. 흔히 쓰는 항생제, 소염제, 스테로이드 등도 주범이다. 이러한 약물들이 장내 유익균을 공격하여 장내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장내 유익균의 감소와 동반되어 나타나는 유해세균의 증식이 장을 새게 한다.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어린아이들에게 있어서 스테로이드 등의 외용연고만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면 결코 아토피를 이겨낼 수 없다. 장누수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고 겉이 아닌 속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장누수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양의 섬유질과 유산균을 많이 먹는 것이다. 양질의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과 야채는 장을 건강하게 한다. 섬유질은 대장 속의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증식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대장운동을 도와 독소물질, 발암 물질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다. 유산균은 장내 환경을 개선시켜 준다. 살아있는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적정량 섭취했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미생물’이라고 정의한다. 살아있는 유산균은 장내 건강뿐만 아니라 암의 예방에도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내 락토바실러스균이 많은 사람에게서 대장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또 락토바실러스가 대장암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되었다. 이외에도 유산균은 우리 몸의 병원균을 감지해서 집어삼키는 마크로파지(대식세포)를 활성화하고, 중요한 면역세포인 임파구의 분열을 촉진시키며, 혈액 속의 항체인 IgA와 감마 인터페론의 생성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서 많이 접한다. 요거트, 발효유 등의 유제품과 된장, 청국장, 김치, 나토 등에 많은 양의 유산균, 즉 프로바이오틱스가 들어있다. 집에서 우유와 유산균주를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요거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그렇게 만든 요거트가 더 효과적이다. 장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출산 후 엄마에게서 나오는 초유가 가장 좋으나 구하기 어려우므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젖소의 초유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초유에는 면역단백질이 풍부하고 많은 양의 성장인자가 함유되어 있어서 손상된 장점막이 정상 장점막으로 회복되는 것을 도와주며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높인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과일과 야채, 그리고 많은 유산균이 함유된 천연 발효식품의 섭취를 늘릴 때 우리의 장은 행복해지고 우리의 몸은 건강해진다.
월간암(癌)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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