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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수컷 불임률 3배 높인다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6년 07월 21일 16:03분9,851 읽음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생쥐 수컷 불임률 3배 높이고 암컷 생식능력 20% 떨어트려
임신 도중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 과다 노출로 인한 해악이 대물림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신 기간에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를 다량 섭취한 생쥐가 낳은 새끼 중 수컷은 불임률이 일반 생쥐보다 3배까지 높고, 암컷은 생식능력이 20% 가량 떨어진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국내·외 학자에 의해 제시됐다. DEHP 등 프탈레이트는 배달음식의 랩 등 일부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하는 물질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한양대 생명과학과 계명찬 교수(환경호르몬 대체물질 개발사업단장)는 임신기간에 DEHP(프탈레이트의 일종)를 주입한 생쥐와 임신 도중 DEHP에 노출되지 않은 생쥐의 암컷 새끼를 비교했다.

비교 결과, DEHP에 노출된 어미가 낳은 새끼의 경우 질 경부가 정상(생후 33일)보다 5일 가량 일찍 열렸다. 일반 생쥐에 비해 자신의 새끼도 20% 정도 적게 낳았다. 닫혀 있던 질의 경부가 열린 것은 암컷 생쥐가 성숙했음을 의미한다. 출산 새끼 수는 생식능력을 반영하는 지표다. DEHP에 많이 노출된 어미가 낳은 암컷 생쥐의 발정주기(사람의 생리주기에 해당)는 정상(약 5일)보다 0.8일(16%) 연장됐다. 이는 총 배란 횟수가 줄어 생식능력이 그만큼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계 교수는 “DEHP에 과다 노출된 어미로부터 태어난 암컷 새끼가 성숙하길 기다렸다가 이 새끼(시험관 아기 시술 때처럼)에 과(過)배란을 유도했다”며 “그 결과 비(非)정상 난자 수가 늘어난 반면 난자의 수정률은 20%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도중 DEHP에 많이 노출된 어미가 낳은 암컷 새끼와 보통 수컷을 교배시켰다. 젊은 ‘생쥐 부부’는 평균 11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일반 생쥐 부부의 새끼 수 14마리에 비해 3마리(21%)나 적게 낳은 셈이다. 
계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를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하긴 힘들지만 임신 중이거나 모유를 먹이는 기간에 DEHP에 노출된 엄마가 낳은 딸은 사춘기가 빠르고 나중에 생식 능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임신 기간 프탈레이트 과다 노출된 생쥐 어미가 낳은 수컷 불임률 최고 86%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일리노이대 수의학과 고제명 교수는 “임신 기간에 DEHP에 과다 노출된 어미가 낳은 수컷 생쥐도 성숙이 지나치게 빠르고 불임률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DEHP에 노출된 어미가 낳은 수컷 생쥐의 불임률은 최고 86%에 달했다. DEHP와 접촉하지 않은 어미가 낳은 수컷의 불임률(25%)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정자수와 정자의 운동성도 임신 도중 DEHP에 과다 노출된 어미가 낳은 수컷이 떨어졌다.

고 교수는 “어미가 임신 기간에 DEHP에 많이 노출되면 수컷 새끼의 불안감이 커지고 기억력이 떨어졌다”며 “동물실험 결과라는 한계가 있지만 엄마가 임신 도중 환경호르몬과 자주 접촉하면 아들·딸의 생식 능력은 물론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임신 기간엔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환경호르몬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호르몬 대체물질 개발사업단’은 프탈레이트 대체물질 등을 개발 중이다. 이 연구는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3년간 연구비를 지원받아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남성과학회 주최, 미래창조과학부 환경호르몬사업단 주관으로 4월 21일 오후 한양대 자연대에서 열린 ‘2016년 한양생식생물학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월간암(癌)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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