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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이야기 하는 항암치료의 실제
장지혁 기자 입력 2013년 05월 30일 20:53분599,164 읽음

글: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신경외과전문의
저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건강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항암치료의 경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항암치료를 할 때 1차, 2차, 3차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고 첫째 사이클, 둘째 사이클, 셋째 사이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첫 번째로 선택한 약을 1차 약 또는 1차 항암제라고 이야기하고 그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서 약을 바꾸었을 때 2번째로 선택한 약을 2차 항암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1차 항암제로써 3사이클 정도 한 후에 보통 CT나 MRI를 찍어서 경과를 진단하게 됩니다.

첫째는 암이 완전히 없어진 경우를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 CR)라고 합니다. 이것은 완벽히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부분관해(Partial Remission, PR)가 있는데 항암 치료받기 전보다 받은 후에 50% 이상 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좋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셋째는 오히려 항암치료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그 크기가 125% 이상 커진 경우를 진행(Progressive Disease, PD)병변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항암제가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항암제를 바꾸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넷째는 부분관해와 진행 병변의 사이로써 암이 줄었지만 50%까지는 줄지 않았고 커졌지만 125%까지는 덜 커진 그런 상태를 안전병변(Stable Disease, SD)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안정이라고 하면 좋은 뜻으로 쓰지만, 항암제에서 안정병변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듣지 않는 나쁜 상태를 의미합니다. 정체된 상태입니다.

참고로 항암제에 잘 듣는 암은 림프종, 백혈병, 고환암, 융모막암 이런 것들이 있고, 중간 정도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유방암, 난소암, 육종, 위암, 폐암, 신경내분비암, 두경부암, 전립선암이 있습니다. 암에 잘 듣지 않는 것은 신장암, 간암, 췌장암, 흑색종이 있습니다.

항암치료는 크게 고식적 화학요법, 보조 화학요법, 근치적 화학요법, 선행 화학요법 등 4가지로 나뉩니다.

고식적 항암치료는 수술할 수 없는 4기 암일 때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항암치료의 횟수를 정할 수 없고 살아있는 한, 체력이 버텨주는 한 계속 항암치료를 하는 치료입니다.

보조 항암치료는 수술로써 눈에 보이는 암을 다 들어내고 적어도 육안으로는 암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미세 전이를 치료하고 암을 완전히 박멸하기 위한 항암제를 쓰는 치료입니다. 이 치료는 4~8차 정도까지 횟수를 정해 항암치료 중 환자의 상태 변화에 전혀 관계없이 정해진 횟수만큼 하고 치료 후 환자의 상태가 변하더라도 치료를 더 하지 않고 일정 기간 지켜보는 치료입니다.

근치적 항암치료는 말 그대로 항암치료만으로도 암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는 치료를 말합니다. 백혈병, 림프종, 고환암, 융모막암 등이 있으며 완치를 목표로 하므로 용량을 많이 투여해서 면역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힘들어하더라도 계속 강하게 치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행 화학치료는 암 크기를 줄여서 수술이 필요할 때 하는 것입니다. 항문암 같은 경우는 크기를 줄이면 항문을 살릴 수 있겠는데 크기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항문을 들어내면 평생토록 다른 항문을 배 쪽으로 만들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런 경우의 수술일 때 항문을 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선행 화학 치료를 하게 됩니다. 유방암도 부분적으로 암 치료를 해서 유방을 살릴 수 있도록 큰 암을 항암치료로 작게 만드는 등의 목적으로 하는 치료입니다.

고식적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는 환우분들께서 보통 이런 질문을 합니다. "도대체 항암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 합니까?"
저는 "받을 수 있는 만큼 많이 받으세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자기 몸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대답을 한다는 핀잔을 듣게 되는데, 항암치료를 계속한다는 것은 암이 항암치료에 듣는다는 것입니다. 항암치료에 듣지 않으면 계속할 수 없습니다. 부작용만 생기기 때문에 멈춰야 합니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듣지 않으면 다른 약으로 바꾸고, 또 듣다가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바꾸는 식으로 계속 항암치료를 하게 되는데, 항암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은 바꿀 수 있는 약이 남아 있고, 운동수행 능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신체적인 조건이 되니까 항암치료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항암치료를 계속한다는 것은 신체적인 상황이 된다는 것이고, 효과가 듣는 항암제가 있다는 것이고, 또 내성이 생겨서 항암제를 다른 것으로 계속 바꾸더라도 바꿀 항암제가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그만큼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는 뜻이므로 항암치료를 계속 받으라는 것입니다.

결국, 항암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행운이지 악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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