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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편지 - 살아 있는 또 다른 날
장지혁 기자 입력 2012년 04월 30일 17:35분811,388 읽음

오랜만에 록(Rock)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미국 밴드 드림씨어터(Dream Theater)의 공연이었습니다. 12년 전 이맘때 공연을 보고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파워와 연주력은 최고의 실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구상에 있는 밴드들 중 최고의 연주 실력과 팀워크를 가진 밴드라고 여깁니다. 드림씨어터의 음악은 각 곡과 앨범에 특유의 메시지가 있어서 그들의 음악은 알면 알수록 더욱 매료되어 빠져들게 됩니다.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는 사람이 한국계여서 그런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드림씨어터를 좋아하는 열성팬들이 많습니다.

평일 저녁 공연장을 가득 매운 관객들은 청소년, 아줌마, 아저씨 등 다양합니다. 25년 전에 결성되어 꾸준히 공연하고 앨범을 내온 밴드의 팬들이기에 그렇습니다. 밴드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며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시에 일어섭니다. 록 공연을 점잖게 앉아서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연주가 시작됩니다. 오장육부를 뒤흔드는 드럼, 심장 박동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베이스 기타, 복잡한 머릿속을 일순간에 정리해버리는 듯 소리에 빠져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음악이 주는 고농축 에너지를 받고나니 온몸이 저릿한 것이 기분 좋게 마사지를 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음악은 입고 있는 옷도 파르르 떨게 만들며 파장으로 몸을 통과합니다. 기 충전이 따로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드림씨어터는 메시지를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데 주로 사람의 고통과 치유에 대한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어떤 중년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남성은 가끔 심한 두통에 시달리곤 했는데, 좋은 병원과 치료사들을 많이 찾아 다녔지만 누구도 그의 두통을 치료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떤 심령술사를 찾아 가게 되었는데 그 심령술사가 인도해주는 최면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중년의 남자는 최면을 통해서 자신의 전생을 보게 됩니다.
남자가 최면 속에서 본 장면은 1938년의 어떤 사건입니다. 전생에 그 남자는 쌍둥이 형제 중에서 동생이었습니다. 동생은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의 이름은 빅토리아입니다. 어느 날 쌍둥이 형은 자신을 동생이라고 속이고 그 여인을 꾀어 어딘가로 데리고 가서 몹쓸 짓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쌍둥이 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도망치지만 결국 쌍둥이 형은 그 여인에게 총을 쏘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고 맙니다.
이러한 장면을 보고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그 중년 남자는 사랑하던 여인과 형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최면을 통해 전생의 사연을 접한 남자는 더는 두통이나 알 수 없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드림씨어터가 2000년에 발표한 앨범 "Scenes From a memory"의 내용입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아주 중요하며 나의 존재가 과거의 어떤 것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아픔은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치유는 지금의 삶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메시지인 듯합니다.

한 암환자가 있었습니다. 암은 머리까지 퍼져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그 암환자는 바로 밴드의 기타리스트 존 페트루시(John Petrucci)의 아버지입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고통스러워하며 암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과 아버지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음악으로 만들었는데 국내에서도 상당히 인기 있는 "Another Day"라는 곡입니다. 이 곡은 1992년도에 발표되었고 이 곡이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기적은 이 곡의 주인공이었던 존 페트루시의 아버지는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암과 함께하는 하루는 노래 가사처럼 "또 다른 날"입니다. 이전과 같을 수도 없으며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은 느낌입니다. 매일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올해는 윤삼월이 있어서 그런지 벚꽃이 작년보다는 10일 정도 늦게 활짝 피었습니다. 봄이 왔으나 체감하기 어려웠는데 벚꽃이 피어 있는 공원을 보니 이제 곧 여름이 오겠구나 싶습니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꽃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생명력이 풍부한 여름이 기다립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하루는 아름답기만 합니다. 살아있는 또 다른 날입니다.

월간암(癌)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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