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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가 주는 에너지
고정혁 기자 입력 2012년 01월 30일 20:08분842,660 읽음

어떤 암환자가 있었습니다. 림프에 전이가 되어 작은 귤 크기의 종양이 목과 겨드랑이에 퍼졌습니다. 체력도 많이 떨어져 혼자서는 화장실조차 갈 수 없었고, 호흡도 불규칙하여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고 있었습니다. 담당의사는 그렇게 되기 전에 여러 가지의 치료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했지만 일시적으로 좋아졌다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하였으며 결국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말았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담당의사는 치료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환자 본인은 스스로 죽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며 희망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저녁에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기적의 항암제로서 새로 개발되고 있는 신약에 대한 정보를 접했습니다. 그런데 이 신약은 아직 임상 중이기 때문에 환자가 투여할 수 없는 약이었습니다. 환자는 담당의사에게 찾아가 어제 저녁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기적의 신약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도 그 약을 투여 받을 수 있도록 임상시험에 참가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보통 새로운 약이 임상을 시작할 때는 까다로운 기준이 있는데, 말기에 해당하는 암환자는 그 기준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담당의사는 상황을 설명하며 정중히 거절하였지만, 그 환자가 너무 끈질기게 조른 나머지 마음이 약해져서 엉겁결에 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환자는 임상 중인 신약을 투여 받았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자 목과 겨드랑이에 퍼져있던 귤 크기만 한 종양이 줄어들면서 뭉글뭉글해지고 식사도 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력이 생겨서 햇빛을 보며 운동을 할 수 있었고 일주일이 더 지나고 나서는 뭉글뭉글하던 종양도 모두 사라져 암환자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증세가 호전되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임상에 참여한 대부분의 환자는 상황이 더 안 좋아졌지만 유독 이 환자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 것입니다.

임상이 끝나고 그 환자가 투여 받은 신약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신문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새롭게 시도한 임상에 사용한 약물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신문 기사를 접한 환자의 상태는 다시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사라져가던 암세포들이 다시 제 위치에 자리 잡았으며 증세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었습니다. 담당의사는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담당의사는 그 환자에게 신문의 기사는 믿어서는 안 되며 병세가 악화된 것은 첫 번째 투여한 임상 신약의 약효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는 다시 한 번 같은 약을 사용하여 치료해보자고 권유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환자는 노심초사 하면서 다시 시도해보기로 결심하고는 신약을 투여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약이 도착하고 담당의사는 의기양양하게 그 환자에게 두 번째 투약을 했습니다. 두 번째 투약 후에 환자의 병세는 처음 임상 신약을 투여했을 때보다 더욱 극적으로 호전되었고, 종양은 다시 줄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치 판정을 받고는 퇴원했습니다.

그 환자는 한동안 잘 지내는 듯했습니다. 새로운 신약 덕분에 암이 나았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여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의학협회에서 그 환자가 투여한 신약이 무용지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환자는 이 기사를 읽고 심한 충격을 받은 나머지 다시 병세가 악화되어 응급실로 재입원하였지만 결국 이틀 뒤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미국의 정신의학 학회지에 보고된 내용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암시가 주는 막강한 힘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담당의사는 두 번째 투약에서는 임상에 사용하는 신약을 투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 신약은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에 약으로서의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의사가 노린 것은 암시를 통해서 치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의 성격은 암시에 걸리기 쉬운 유형이었으며 암시의 힘이 증발함과 동시에 생기마저 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암시의 시작은 주로 두 명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암시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암시를 주는 사람은 카리스마가 있거나 특별한 기술이나 의술, 절대적인 전문지식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암시를 받는 대상자는 주로 연약하고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암환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암시의 영향력으로 치유된 환자는 실제로는 의사나 암시를 주는 이의 도움으로 치료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사용하여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입니다. 최면과 같은 암시가 끝나게 되면 모든 상황은 이전과 다른 점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암과 투병하는 분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카리스마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카리스마를 이용하여 암시를 주고 아픈 사람은 그 카리스마에 기대어서 희망을 만듭니다. 고가의 물건을 팔거나, 기를 사용하여 암을 치료한다거나, 기도를 통해서 암을 없앤다거나 하는 일련의 일들이 모두 그러한 범주에 속합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암시의 힘은 막강합니다. 단 며칠 사이에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은 암시의 힘이 외부에서 들어오면 얼마 가지 않아 상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거나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암시의 힘을 외부에서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가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외부에 의지하지 않은 암시는 온전히 나의 의지로 지킬 수 있습니다.

웃음치료라는 요법이 있습니다. 누구에게 배울 필요도 없이, 그냥 이유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웃기만 하면 되는 요법입니다.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입니다. 시도해보고 나에게 맞다 싶으면 그냥 바보처럼 웃으면서 지내도 좋습니다. 또 유럽에서는 아우토겐(Autogen) 트레이닝이 있습니다. 역시 눈을 감고 자신에게 어떤 암시를 줍니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암시를 통해서 막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스로에게 암시를 주어 치유효과를 극대화하는 많은 요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가지 정도를 선택해서 올 한 해 꾸준히 스스로에게 암시를 주면 분명 치유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런 암시는 어떨까요?

'나는 건강하다.'
'삶은 행복하다.'
'하늘(바다)이 아름답다.'
'숨쉬기가 상쾌하다.'
'통증은 아무 것도 아니다.'

월간암(癌) 201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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