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다양한 쑥의 활용
고정혁 기자 입력 2011년 05월 23일 14:12분884,754 읽음

우리들이 흔하게 쓰는 이야기 중에 쑥맥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순하고 착한 사람에게도 사용하고, 사리 분별이 어두워 어리숙한 사람에게도 즐겨 쓰는 말이다. 이 나라 어느 지역에서든지 잘 자라는 흔한 식물이기에 이런 말이 가능했으리라.

쑥은 그 종류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약쑥은 뜸을 뜨는 쑥솜을 만들거나, 물을 달여 그 물을 먹거나, 환을 지어 병을 고치는 치료약으로 쓰기도 했다.
또 참쑥은 떡을 해 먹거나 국을 끓여 먹고, 뺨대라 불리는 쑥은 문에 치는 발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이용법 외에도 쑥은 다양한 먹거리와 민간요법의 재료로 널리 이용되었다. 우리 곁에서 흔한 식물이니 그 이용법이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었던 것이다.
또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춘궁기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쑥을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만큼 쑥은 구황식품으로 그 이용가치가 높았다. 봄철 연한 쑥잎을 뜯어다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물에 하루 저녁 담가 쓴 물을 빼낸 후 밥을 지어 먹는 쑥밥을 나이 지긋하게 드신 분 치고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다.
오죽하면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대 사상가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민초들이 쑥을 뜯는 가슴 아픈 모습을 「채호」(采蒿)라는 시로 옮겨 놓았을까.

다북쑥을 캐네, 다북쑥을 캐네 다북쑥이 아니라, 새발쑥이네
양떼처럼 떼를 지어 저 산등성이 넘어가네
푸른 치마 붉은 머리 허리 굽혀 쑥을 캐네
다북쑥 캐어 무얼 하나 눈물만이 쏟아지네
쌀독엔 쌀 한 톨 없고 들엔 벼싹 다 말랐네
다북쑥 캐어다가 둥글게 넓적하게
말리고 또 말려서 데치고 소금 절여
죽 쑤어 먹을 밖엔 또 무얼하리

'밥보다는 떡이다'는 이야기처럼 우리네에게 떡은 별식으로 대접을 받는 먹거리다. 집안 굿이 있건, 경사가 났건 간에 그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것이 떡이다. 이렇듯 떡은 음식을 차려낸 상의 격을 갖춰 주는 먹거리였다.
쑥을 이용해 만든 떡은 쑥인절미, 쑥무리, 수리치떡, 쑥경단 등 다양하다. 또 좁쌀이나 밀가루를 넣어 만든 개떡에도 쑥은 꼭 들어갔다.
쑥이 이처럼 다양한 떡의 소재로 들어갔던 것은 빛깔이나 향기를 즐기기 위한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는 떡에 쑥을 넣으면 주로 탄수화물로 구성된 떡의 산성을 중화시켜 주고, 비타민이나 단백질 등 쑥이 품고 있는 유효한 성분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즉 떡을 만들 때, 쑥을 넣어 그 속에 들어 있는 무기질과 비타민을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쑥을 이용한 민간 요법

무좀 | 말린 약쑥을 태운 재를 무좀이 있는 발에 바른 뒤 한참 두었다가 물에 씻는 일을 여러 번 하고 나면 좋아진다.

냉증 | 말린 약쑥이나 참쑥을 달여서 차 마시듯 마시면 효과가 있다. 적당한 분량은 물 1리터에 쑥 20그램 정도이다.

배앓이 | 말린 약쑥이나 참쑥 10그램 정도에 물 3컵을 부은 다음 절반 정도로 졸여 두어 번 나눠 마신다.

산후 조리 | 물 반 말에 약쑥 한 근을 넣고 푹 끓여, 입이 오목한 튼튼한 그릇에 그 물을 부은 다음 산모가 옷을 벗고 걸터앉아 쑥김을 쐬면 산후 회복과 후유증이 없어 좋다. 훈증을 하기 좋은 그릇은 요강이다.

땀띠 | 여름에 땀띠가 많이 나는 아이는 약쑥잎을 약간 넣고 달인 물로 씻어주면 괜찮아진다.

해열 | 열이 심하게 날 때, 생쑥잎으로 즙을 내어 한 컵 마시게 하면 열이 내려간다.

구충 작용 | 빈속에 약쑥즙 한 되를 마시면 회충이 죽는다.

월간암(癌) 201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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