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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술에 장아찌 얹어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11월 25일 17:57분881,473 읽음

짠무지·가을콩잎장아찌·죽나무순장아찌

이화실 | 안현필 건강밥상 운영(//www.iahp.co.kr) 문의 (02) 853-6094

짭짤하면서도 칼칼하고 뒤끝이 깨끗한 장아찌는 어쩌면 우리 한국여성들의 깊은 속마음을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음식과 간편한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요즘 여성들은 이 전통의 맛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나름대로 온갖 지혜를 발휘해 먹거리가 오래가도 썩지 않고 변질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그중 하나가 염장식품인 바로 이 장아찌다.
예전에는 한여름 찬물에 말은 보리밥에 이 장아찌 하나만 걸쳐 얹어 먹어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또 장아찌는 우리가 가난하게 살았던 시절 학생들의 도시락 반찬통을 지켜준 중요한 찬거리이기도 했다.
우리 몸에 좋은 된장과 고추장의 맛이 배인 전통식품 장아찌를 직접 담아 식탁 위에 올려보자.

짠무지 재료인 무가 흔한데다가 만드는 방법도 손쉬워서 예부터 김장철에 가장 많이 담그는 게 이 짠무지일 것이다.
짠무지는 단순히 무와 천일염, 항아리를 준비한 후 무를 소금에 둥글려서 차곡차곡 항아리 속에 재워놓기만 하면 된다. 이것을 여름철에 열어보면 물을 붓지 않았는데도 항아리 속에는 물이 가득하다. 무의 수분이 다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를 꺼내보면 쭈글쭈글하다.
이 무를 생수에 담가 짠물을 빼낸 게 짠무지다. 무에서 우러난 짠물은 국수를 말아먹어도 맛있고 밥을 말아먹어도 맛있다. 이 짠무지는 여름철 동치미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난 지금도 짠무지를 이렇게 담가서 즐겨 먹고 있다. 입맛이 없을 때 정말 최고다. 이상한 것은 우리 어머니가 담그는 짠무지는 어머니만의 특별한 맛이 있는데 난 아직도 그 맛을 제대로 흉내 내지 못하고 있다.

가을콩잎장아찌 콩잎은 경상도에서 많이 먹지만 내 고향 충청도에서도 콩잎 장아찌를 많이 해 먹었다. 우리 어머니는 누르스름한 가을 콩잎을 따다가 물에 씻지도 않고 한웅큼씩 된장 속에 박아놓곤 했다.
콩잎을 물에 씻지 않는 이유는 농약을 하지 않은데다가 자연 속에서 비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자라는 것들은 깨끗하기 때문이다. 또 물에 씻었다가 물기가 남아있는 콩잎을 박으면 고자리가 생길까 봐 씻지 않고 그냥 박은 것이다.
어렸을 때의 기억이지만 이 콩잎장아찌는 밥을 할 때 투가리 속에 넣고 솥 안의 쌀 위에 올려놓으면 밥물이 그릇 안까지 넘치면서 부드럽게 익는다. 이렇게 해서 밥이 다 됐을 때 투가리를 들어내서 보면 밥물 맛과 콩잎 장아찌의 맛이 어울려 정말 기막힌 맛이 난다.

▣만들기

① 여름이 지나 가을에 접어들면 콩잎도 단풍이 드는 데 단풍이 들기 전 콩잎을 따다 짭짤하게 소금물에 열흘정도 삭힌다.
② 잘 삭혀진 콩잎을 조림간장에 실고추와 생강채, 마늘채로 양념한 다음 20장씩 묶어 양념간장을 고루 펼쳐 바른다.
③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돌멩이로 꼭 눌러 놓은 다음 남은 간장물을 가득 부어놓는다.
④ 장아찌가 다 될 즈음 한 묶음씩 꺼내 밑반찬으로 사용한다.

·콩잎을 따서 10장씩 묶어 된장에 박아두었다가 곰삭아 맛있게 익으면 꺼내서 참기름과 조청 약간, 다진 마늘, 참깨가루로 맛깔스럽게 무쳐 먹으면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난다.
또 콩잎을 소금물에 절여놓았다가 쌈을 싸먹으면 콩잎이 지닌 독특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죽나무순장아찌 아무리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우리 친정집에서는 해마다 이 죽나무순 장아찌를 담는다. 이 죽나무는 그 특유의 맛과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부모님에게 있어서는 잊지 못할 향수인 것 같다.
그래서 어머니는 항상 연례행사로 담그시지만 다른 집들은 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고향의 어머니 또래 분들도 산에 고사리는 캐러가도 이 죽나무순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만들기

① 죽나무순과 잎을 소금물에 절인다.
② 죽나무순이 절여지면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고 꾸들꾸들하게 말린다.
③ 양조간장과 마늘채, 생강채, 건 홍고추, 다시마를 넣고 끓인 다음 식힌다.
④ 항아리나 유리병에 건조가 잘 된 죽나무순을 한 줌씩 묶어서 차곡차곡 담고 양념간장물을 부은 후 돌멩이로 꾹꾹 눌러 놓는다.
⑤ 향기가 독특하기 때문에 특별한 별미로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꺼내 갖은 양념으로 맛있게 무쳐낸다. 술안주로도 별미다.

월간암(癌)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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