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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내] 해피…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7월 03일 13:32분879,328 읽음

지은이 | 최철주 펴낸곳 | 궁리 정가 | 12,000원

◆지은이 소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1970년 ㈜중앙일보, 동양방송에서 입사한 후 TV방송사에서 10년, 신문사에서 26년 동안 정치, 사회, 국제 분야 기자로 활동했다. 중앙일보 경제부장, 일본총국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실장, 논설고문 등을 지냈으며, 중앙방송 대표이사로 방송경영을 맡기도 했다. 세계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9년, 주요 산유국 현장을 돌아다니며 <세계의 석유전쟁, 미래의 도전>을 제작해 대한민국 방송상을 받았으며, 1989년에 구소련 체제하에 사할린에 들어가 일제시대에 끌려간 한국동포의 생활상을 최초로 보도해 관환클럽의 제1회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2004년부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탐사보도 강좌를 개설했다. 2005년 국림암센터가 주관하는 호스피스 아카데미 고위과정을 이수하고 우리의 삶과 죽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책 속으로

∵프롤로그
호스피스 교육 과정이 끝난 다음 나는 여행을 꿈꾸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그들은 건강할 때 어떤 죽음을 생각했으며, 그것이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햇빛이 밝게 비치는 서울대학병원에서 투병하고 있는 말기환자나 인적이 드문 음성 꽃동네의 환자들을 찾아갔다. 꽤나 명예를 누렸던 사람들의 죽음이 추하더라는 이야기를 간간이 듣기도 하고 그 죽음을 목격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죽음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세상의 시간이 흐를수록, 살아 있는 시간을 더 충실하게 메우기 위해서라도 정말 그래야겠구나 하고 마음이 굳어졌다.
외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접하는 죽음 교육을 왜 우리는 어른이 되고 나이가 한참 더 들어서도 받을 기회가 없을까? 건강할 때의 삶을 더욱 알차게 이끄는 원동력인 죽음을 왜 전혀 모른 채로 세상을 끝내는 것인지 의아했다. ‘죽음’이란 소리 자체도 듣기 싫다는 지식인들의 말투나 몸짓이 영원히 살 것처럼 교만을 부리는 이유도 더듬어보고 싶었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이 지식인들보다 죽음에 의연한 경우가 더 많았다.
-20p

∵일본 존엄사 대회장에 울린 샹송
회원들은 모두 존업사 선언서(리빙 윌)에 서명한 사람들이다. 존엄사 선언서는 미국의 생전유언과 거의 비슷했다. 협회 측에서 얻은 선언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제가 불치병에 시달리며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를 대비해서 저의 가족과 저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이 선언서는 저의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온전한 정신으로 이 문서를 파기하거나 철회하지 않는 한 선언서는 계속 유효합니다.
첫째, 현대 의학에서 볼 때 제 병이 치료할 수 없고 곧 죽음이 임박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경우, 인위적으로 죽음의 시간을 미루는 조치는 일절 거부합니다.
둘째, 다만 그런 경우 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는 최대한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때, 예를 들면 마약 등의 부작용으로 저의 죽음이 앞당겨진다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제가 수개월에 걸쳐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을 때는 일절 생명유지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상 제가 선언서에서 요청한 바를 충실히 이행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여기에 덧붙여 적습니다.
-92p

∵죽음에 부딪힌 한국 언론
2007년 12월 명지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죽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연사가 강단에 올랐섰다. 가톨릭대학교의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에서 일하는 한 여성 전문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성인의 태도’를 분석하다가 갑자기 목소리 톤이 달라졌고 표정도 굳어졌다.
“요즘 드라마에서 나오는 죽음이 있잖아요. 그게 사실은 거짓입니다.”

그녀는 방송에 나오는 인간의 죽음이 편하게 맞이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그건 현실과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인은 사망 때까지 전 과정이 죽음에 대한 부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죽어가고 있거든요. 편하게 죽는 사람이 드뭅니다. 죽음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에 따르면 인간은 5단계의 마지막에서 죽음을 수용한다고 하는데, 제가 한국에서 직접 목격한 거의 모든 환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죽음을 부정하는 환자들을 ‘죽음을 수용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259p

월간암(癌) 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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