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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마디] ‘내몸 관점’이 바로 서야 건강하다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6월 26일 12:56분878,237 읽음

우리는 흔히 세상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가 내몸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상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내몸이다. 내몸을 함부로 대하면 나중에는 인생을 파괴하는 야수로 변신한다. 내몸 관점이란 내몸과 내몸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바른 인식이다. 내몸 관점의 핵심은 이것이 내몸 하나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내몸, 내 마음, 일, 삶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이라는 점이다. 현대인의 가장 큰 취약점 또한 내몸 관점 자체가 없거나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몸 관점을 갖고 있더라도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내몸 인식 몇 가지를 살펴보자.

● 주인이 아닌 종의 자리에 서 있는 내몸

현대인의 삶은 신체를 도구나 목적의 실행물로 한정짓는 경우가 많다. 이성과 몸을 이분화한 후 몸을 깔보는 습관은 서구화의 물결과 함께 우리에게 보편화된 인식이 돼 버리고 말았다. 손톱 하나도 조심했던 조상의 내몸 관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건강할 때는 무관심의 대상, 아플 때는 빨리 고쳐 생업에 지장이 없게 할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 현재의 내몸 관점이라면 관점이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시고 후회를 할 때도 지나친 지출이나 업무에 줄 지장만 생각하지, 손상된 내몸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느끼지 않는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내몸 무시가 질병을 부르는 정신의 덫이라고 할 수 있다.

● 공짜로 먹으려는 도둑 심보

우리에게는 때로 무임승차 심리가 있다. 안면 있는 사람이면 뒤를 봐 주거나, 연줄을 들먹여 공짜로 이득을 취하려는 도둑 심보 말이다. 가난하고 험난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준법은 손해’라는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왔다.
과정의 아름다운보다 결과에 대한 탐욕은 건강관리, 내몸 챙기기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아름다운 몸매를 얻고자 하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귀찮을 뿐만 아니라 매번 욕구를 자제해야 하는 운동이나 절식보다는 약 몇 알에 의지하려고 한다. 또 여기 건강해지고 싶은 중년남성이 있다. 그도 역시 몇 끼의 보양식으로 쉽게 건강을 챙기려고 한다. 그러나 내몸 경영은 얕은꾀로 성취될 수 없다. 적어도 내몸 경영에서 공짜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 음식만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내몸에 관한 심각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오로지 음식만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최근에는 온갖 음식의 효능을 몸의 여기저기에 갖다 붙이는 먹을거리 상술과 이런 정보를 여과 없이 재생산하는 방송의 잘못이 크다.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고, 어느 지역의 특산물은 몸의 어디에 좋으며, 미국의 과학자들이 어떤 음식의 어떤 효능을 새로 발견했다는 갖가지 음식 정보를 듣다 보면, 음식으로 만병을 막을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진다.
물론 음식은 우리 인체에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고, 독특한 약성이 있기 때문에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적당한 마음의 평화와 적절한 운동은 제쳐 놓은 채 오로지 음식만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보상 심리의 보약 문화가 더해진 일종의 강박관념이 아닐 수 있다.
이처럼 음식만으로 건강을 챙기겠다는 생각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영양 과잉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영양 과잉은 비만의 전염병 시대를 열었다. 꼼꼼한 칼로리 계산은 뒤로 한 채, 보양식이라면 집어삼키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극히 위험하다. 몸에 좋다는 음식 몇 접시만으로도 필요 열량이 훌쩍 넘는다. 저칼로리, 유기농에 대한 정보들이 증가하고 대중의 인식도 높아졌지만, 열량의 비밀은 일상의 먹거리에서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대개의 외식산업은 포만감이라는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을 저버릴 수 없다. 간단한 반찬과 밥 반 공기만 달랑 내오는 음식점을 본 적이 있는가.

둘째는 오로지 음식에만 의존해서는 내몸을 위해 기울여야 할 중요한 일들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먹는 것만으로 손쉽게 건강을 얻으려는 도둑 심보 때문에 운동이나 절식은 뒷전이 된다. 먹는 행위는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정석 플레이에 비해 쾌락적이고 즐겁다. 우리 사회는 지금 터무니없는 음식 건강법이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99세까지 20대처럼 88하게 사는 건강법 내몸 경영>, 박민수, 전나무숲

월간암(癌) 200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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