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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마디] 감정의 기복은 세로토닌 때문이다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6월 19일 14:33분880,184 읽음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현대병이다
우울증의 종착역은 자살 기원이며 자살이다. 정신적으로 우울한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비록 육체적인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마침내 자신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현대의 가장 대표적인 정신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은 늘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든가, 정신상태가 언제나 안정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언제 우울증이라는 심각한 정신병이 발병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보았을 때, 요즘 들어 감정의 기복이 없고, 기분이 울적하다거나, 마치 검은 커튼이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는 듯 느껴진다면, 이는 이미 우울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더욱 진전돼 외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심이 적어지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어리석게만 느껴지며, 보고 듣는 것에 어떤 의미나 가치도 없다고 여겨진다면, 이미 우울증으로 향하는 열차의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이나 진배없다.

이 정신질환은 오늘날에는 어떤 성격이나 기질의 사람도 걸릴 수 있는 아주 일반적인 마음의 병으로 보고 있다. 사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수는 여타의 모든 정신질환 환자 수를 크게 웃돌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자세한 통계가 공표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남성의 12%, 여성의 20%가 일생에 한 번 본격적인 우울증에 걸리며, 10% 이상은 일생에 두 번 이상 발병한다고 한다.

‘세로토닌’이 우울증의 원인이다
과거에 우울증은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가족 중에 그러한 경향이 있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간주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우울증이 유전, 즉 선천적인 체질이나 기질에 의한 것이 아니며, 또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걸리는 병도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 대신 우울증의 정체를 뇌의 신경생리학적 질병이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혈압강하제나 결핵 치료제에 들어 있는 성분이 뇌에 작용해 우울 증상을 초래하거나, 반대로 우울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이때 우울증의 원인물질로 떠오른 것이 ‘모노아민류’였다.

아민은 암모니아와 비슷한 아미노기를 가진 화합물로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뇌내 정보 전달 물질인 한 개(모노)의 아미노기를 가진 화합물을 모노아민이라고 부른다. 모노아민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당시 연구자들은 어떤 것이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범인지 알아내기 위해 동물실험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물질이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이라고도 한다)이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왜 우울증에 걸릴까
세로토닌은 체내에서는 합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인 트립토판이 뇌내에서 대사될 때 생성되는 물질로, ‘기적의 약’이라고 부르며 우리들의 몸과 마음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 와서는 뇌내 세로토닌 양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식욕이나 수면, 기억, 체온 조절, 기분, 행동, 심장혈관의 활동, 근육이나 혈관의 수축, 내분비선의 활동 등이 영향을 받고, 우울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세로토닌은 뇌의 신경세포(뉴런)에서 방출되면, 시냅스의 간극을 거쳐 이웃한 신경세포의 수용체에 흡수된다. 이에 따라 정보가 하나의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그러나 방출된 세로토닌이 모두 이웃한 신경세포의 수용체에 흡수되는 것은 아니며, 상당한 양의 세로토닌이 원래의 신경세포 수용체에 ‘재흡수’돼 버린다. 이때 만일 재흡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일어나게 되면 세로토닌이 부족해지고, 이런 상태가 몸과 마음의 기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마약의 일종인 LSD는 그 구조가 세로토닌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에 LSD가 뇌내로 들어오면 신경세포 수용체는 LSD를 세로토닌으로 착각하고 흡수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세로토닌의 정상적인 정보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뇌가 정보의 혼란을 일으켜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환각적인 색채나 강한 환각을 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약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야자와 사이언스오피스, 전나무숲

월간암(癌)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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