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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편지] 암환자의 마음치유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6월 19일 14:16분879,009 읽음

고동탄 | 발행인

이제 무자년(戊子年)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엊그제 새해를 맞이한 기분인데 벌써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시간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지나갑니다. 한해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느낌은 남다르기만 합니다. 월간<암>을 제작하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암과 싸우는 분들을 종종 경험합니다.

동네 병원에서 암이 의심된다는 말과 함께 큰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에도 병원에 갈 진찰비가 없어서 방치된 상태로 통증에 신음하는 분도 계시고, 5년 동안 뇌종양으로 투병하는 어린아이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물론 병에 걸린 것이 불행이겠으나, 단지 돈이 없어 더 큰 불행을 겪어야 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병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또한 암과 같은 병은 부자라고 병이 낫고, 가난해서 낫지 않는 병이 아닙니다. 예전 SK그룹의 총수였던 최종현 회장 또한 암으로 사망하였으며, 유명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도 암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암환자를 만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환자들을 보면 말 그대로 감동의 물결이 마음속에서부터 넘실거리는 것을 느낍니다.

그들은 암을 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축복으로 받아들입니다. 암 진단 이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봉사하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되었으며, 자신의 봉사로 다른 사람이 희망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남에게 봉사한다는 것, 더구나 암이라는 병에 걸린 몸으로 봉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새롭게 얻은 생명이라 생각하고 겸허하고 감사함으로 더욱 큰 기쁨을 돌려받는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봉사로 남에게 베풀어 행복해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얻는 행복한 마음은 항암제 못지않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시스템은 철저하게 몸의 치료위주로만 돌아갑니다. 하버드 의대 출신의 의학박사 앤드류와일 박사는 “의사들은 병에 대해서는 해박하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현대의학은 진정한 치유의 열쇠인 인체의 자연치유 시스템을 도리어 파괴하는 치료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하였으며 또한 “당신이 치유될 수 없다고 말하는 의사나 병원에 치료를 맡기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이 말은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우리의 몸은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암이 병이라면 몸은 그 병을 치유하려고 할 것입니다. 지나가는 무자년 한해가 치유의 삶이었는지 스스로 자문하는 것은 어떨까요? 언제까지나 병원 치료에만 의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재발이나 전이가 두려워 끝없이 항암주사를 맞을 수도 없고, 뇌에 전이될까 두려워 미리 머리에 방사선을 쬐고 살 수야 없습니다.

자신의 몸을 느끼며 변화하고 긴장을 풀고 이완되는 느낌들에 대해서 어떤 반응들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하는 치유의 생활로 만드는 것입니다. 스스로 치유한다는 것은 스스로 느끼는 것입니다. 암과 같은 병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느낄 때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입니다.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 자유를 빼앗긴 채 암에 점령당해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생활하는 모든 것이 암에 매여 있습니다. 밥 먹고, 잠자고, 물 마시고, 운동하고, 옷 입고 병원에 가는 모든 것이 암 때문입니다. 암에 좋다는 혹은 나쁘다는 음식을 찾고 가려서 먹어야 하고, 암에 좋다는 물을 마셔야 하고, 운동도 즐기기보다는 암 때문에 하게 됩니다.

감기에 걸릴까 봐 밖에 나갈 수가 없고, 운동시간이 30분 이내가 좋다는 말에 늘 가던 약수터까지 가지 못하고 시계를 보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눈 뜨고 잠들 때까지의 모든 움직임은 암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신경질적이 되어 항상 불안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며 무엇보다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하면서 면역저항력도 감소합니다.

그래서 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생각과 마음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시간을 암에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먹을 때는 씹는 음식의 맛과 향을 음미하고, 하루의 무게를 모두 내려놓고 잠을 자고, 상쾌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마음의 상태를 병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심리적인 치료는 몸의 치료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미국의 게리 크레이그 박사가 개발한 EFT나 혹은 독일 슐츠 박사의 아우토겐 트레이닝 등은 외국에서 암환자를 비롯한 많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심리치유법입니다. 외국은 암환자 심리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보험적용이 되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암에서 멀어질까’하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마음을 암에 빼앗기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하면 어떨까요? 암에 걸렸다 할지라도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더 나은 투병생활로 방향을 돌릴 수 있게 됩니다.

다가오는 2009년 기축년(己丑年)에는 이런 방향전환의 기회를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월간암(癌)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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