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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편지] 치유와 치료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6월 10일 16:55분878,129 읽음

발행인|고동탄

우리는 아프면 병원을 찾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치료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우리가 아프면 병원에 가고, 병원은 우리의 아픔을 치료해준다는 것. 만약에 이런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 깨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요즘 국정감사가 한창입니다. 보건복지부 국감에 나온 몇 가지 통계를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 중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약품(병용금기약품)을 처방한 사례가 19,925건이었으며, 일정 연령 이상 환자만 복용할 수 있는 약품(연령금기약품)을 기준보다 어린 환자에게 처방한 사례가 16,883건이었습니다. 이렇게 수만 건에 달하는 부조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금기약품은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법으로 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의료현장에서 법을 어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국감에서는 과잉진료 또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반 동안 무려 3,494건의 과잉 진료 사례가 적발됐고 부당 청구된 진료비 총액은 567억여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100명 중 2명 정도는 불필요한 치료를 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발견된 과잉진료가 이 정도라면 모르고 지나친 과잉진료는 또 얼마나 많을까요? 특히 암환자는 과잉진료에 심하게 노출이 될 수 있습니다.

결정은 가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 치료가 과잉치료인가 아닌가를 따져야 할 것이며, 의사선생님들 또한 스스로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환자를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국회의 감사자료에도 나와 있지만, 대형병원일수록 비싼 약을 더 많이 사용하며 비싼 약을 사용하는 비율은 병원의 규모와 비례한다는 조사보고가 있습니다.

사람의 아픔을 치유해야 하는 병원이 이제는 산업화와 자본주의와 맞물려 돈벌이의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의사는 남을 치유하는 직업입니다. 치유라는 것은 몸의 증상과 아픔을 단기간에 없애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진정한 치유는 확신과 신념으로 치료의 행위가 이루어질 때 나타납니다. 특히, 암환자를 치료하는 일선 의사에게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아주 중요한 치유 요소 중 하나입니다.

치유는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병은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병의 치료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암은 중병이기 때문에 치료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통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하는 치유는 환자에게 희망을 주며 신념을 줍니다. 삶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삶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치료의 과정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 암환자는 이렇게 희망과 신념으로 치료하는 치유자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의료진의 역할은 그러한 것이 아닐까요? 의료진의 역할이 단순히 약만 처방하고 수술만 하고 기계처럼 일하는 기술자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내년에 하는 국정감사에서는 환자들을 위하는 마음이 반영된 의료진의 모습으로, 올해보다는 좀 더 치유자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월간암(癌)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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