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희망편지] 나는 아주 편안하다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6월 09일 15:30분878,208 읽음

발행인|고동탄

여러분은 ‘나는 아주 편안하다’라는 느낌을 가져 본 것이 언제인가요?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편안하다’라는 느낌은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태어나 시간이 흐르면서 편안한 상태는 점점 편하지 않은 상태로 변해갑니다.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불편한 상태보다는 편안한 상태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안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편안한 상태에서 불편한 상태로 변해왔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더구나 현대 사회와 같이 스트레스가 많이 생기는 구조에서는 많은 사람이 느끼는 것은 ‘편안함’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인 사람만은 예외적으로 본능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편안하지 않은 것들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진정으로 편안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편안하다는 느낌은 마음으로부터 생겨나고 그 다음으로 몸이 편안해집니다. 때로는 마음은 불편해도 육신은 편안할 수 있고, 몸과 마음, 둘 중의 하나만 편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한 것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편안함을 가져다줍니다.

매일 빚에 시달리던 사람이 빚을 다 갚고 나서 느끼는 ‘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또,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빚을 얻어서 고급 호텔에 묵으며 ‘몸이 편하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마음까지 편안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맹점처럼 몸이 편안한 대신 마음은 불편하고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과거 못살던 시절에는 한 집에 형제들이 보통은 3명 이상이며 많은 집은 10명이 넘는 대식구도 있었습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가릴 것 없이 발도 편히 못 뻗는 좁은 방안에 옹기종기 모여 잠을 잤습니다. 나만의 책상, 나만의 침대, 나만의 장난감은 생각조차 못한 채 형이나 누나가 물려주는 헌옷과 헌책을 썼습니다. 이제는 내 아이에게 자기만의 방과 침대도 마련해주고 어린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넓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그 비좁고 햇빛도 채 들지 않던 쪽방이 세월이 갈수록 더 그립고 아련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몸이 갈수록 편안해지는 지금, 우리는 진정으로 잘 산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억누르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다양한 통증과 만성질병, 때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우리 몸에 증상을 나타냅니다. 암에 걸린 사람 대부분은 암에 걸린 원인의 일등 공신으로 스트레스를 꼽습니다. 이렇게 암환자에게 있어 마음의 편안함은 너무도 절실합니다.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많은 방법 찾기를 먼저 할 것이 아니라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부터 찾아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중에 한 방법은 뇌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요즘 잘 알려진 웃음요법이라는 것은 아마도 뇌를 속이는 원리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속인다기보다는 뇌를 훈련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사람은 웃으면 뇌에서 엔돌핀이 생성되며 NK세포, T세포 등 과학적으로 복잡하지만 암환자에게는 이로운 세포들이 활성화됩니다. 따라서 거울을 보고 “하하하 호호호”하고 마음으로는 웃고 싶지 않아도 몸으로 웃는 것입니다. 그런 행동을 몇 번 하다 보면 뇌는 진짜 웃는 것으로 착각하여 여러 가지 암환자에게 좋은 면역세포들을 만들어냅니다.
암과 투병 중이라는 생각에 좀처럼 웃을 일이 없지만 이런 웃음요법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으며, 어렵지도 않으니 시도해 볼만한 요법입니다.

또 하나는 눈을 감고 편한 자세로 앉아서 ‘나는 아주 편안하다’라고 되뇌는 것입니다. 그럼 신기하게도 몸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관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밑져야 본전이므로 한 번 해보는 것입니다. ‘나는 아주 편안하다’라는 생각을 한 번, 두 번 거듭할수록 몸은 점점 더 편안한 상태로 변해갈 것입니다.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편안한 사회가 아닙니다. 사회가 편안하지 않다는 것은 그 구성원들이 편안하지 않다는 것이며 이러한 상태는 사람의 병으로 표출됩니다. 편안하지 않은 사회일수록 암 발병률이 높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암이라는 병이 만연하는 것은 이렇게 편안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은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있으므로 암에 대한 사회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암을 단순히 몸의 문제, 장기의 문제라고만 하는 단순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암을 비롯한 난치병 환자에게 각종 심리요법 병행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여러 심리요법에 대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에서 하는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중 일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나머지는 환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암환자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암 예방과 조기진단도 중요하지만 현재 암과 싸우는 많은 암환자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또한 암환자 스스로도 마음의 상태를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투병의 기본은 ‘나는 아주 편안하다’라는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모든 상념을 다 비우고 일분 동안 눈을 감은 상태에서 ‘나는 아주 편안하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세요. 놀라운 효과를 일분 후에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월간암(癌) 2008년 10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