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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단추를 채우면서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6월 03일 15:39분879,292 읽음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시인 천양희
삶의 고통을 시로 승화시킨 한국의 서정시인.
천양희는 1942년 부산시 사상에서 부유한 집안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62년 경남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의 추천으로 《정원 한때》《화음 (和音)》《아침》을 발표, 등단했으나 결혼 후 활동을 중단했다. 1983년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평민사, 1983)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마음의 수수밭》(창작과비평사, 1994)을 비롯하여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1996년 《단추를 채우면서》로 소월시문학상을, 1998년 《물에게 길을 묻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월간암(癌)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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