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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스웨터 입은 의사선생님
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3월 11일 10:57분878,440 읽음

서지숙 | 서울출생, 총회신학졸업, 전도사, 서라벌문예추천 등단(시 부분)

유방암으로 양 가슴을 다 들어내고 기쁠 것도 귀할 것도 급할 것도 없는 사람처럼 처연해진 심정으로 누군가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하며 동병상련의 환우들을 찾았습니다. 그 암환자모임에서 김태식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암환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고 어느 때고 가리지 않으시고 달려오시는 선생님! 김태식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흔치않은 행운이라 믿습니다.
국내 종양분야의 보완대체의학에 관한 허와 실을 13년째 연구해온 전문의사, 어떤 의학의 일방적인 지지가 아닌 모든 의학(양, 한방, 보완대체의학, 민속의학 등)이 환자중심, 환자위주로 되어 암환자들 스스로 각기 다른 의학의 서로 다른 장점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십니다.
한때는 손님 많기로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잘되던 병원을 정리하고 오지 밀림에서 의료봉사를 하겠다고 훌쩍 떠났었던 돈키호테 같은 의사. 국내에서 보완 대체분야를 가장 오래 연구한 의료인 중의 한 분. 어느덧 선생님은 우리 암환자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십니다.

한번 암에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당연한 사실에 어찌 손을 써야 할지 암담한 상황에서 선생님의 힘 있는 강의와 암환자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과 격려의 메시지는 자칫 그늘에 빠지기 쉬운 나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었습니다. 직접 진료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분의 암환자를 위해 열어둔 정보들을 읽고 되새기며 한 땀 한 땀 암 정복의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선생님 또한 사랑하는 아들을 암으로 떠나보내고 암환자들을 고쳐주겠다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셨습니다. 암환자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길을 열려고 그저 외곬으로 옆도 뒤도 편한 길도 마다하고 달려오신 것을 우리 모두 하나같이 잘 알기에 혈육보다도 더한 끈끈한 유대감을 느낍니다.

지난겨울 암환자들이 모인 소박한 자리에 선생님이 나타나셨습니다. 눈에 띄는 빨간 웃옷을 입으셨습니다. 빨간색은 생명을 상징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활력을 느끼게 하는 색이기에 일부러 빨간 옷을 입고 오신 것을 알았습니다. 환자들을 진료하거나 상담할 때 환자가 꼭 웃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시간을 한 시간으로 잡으신다는 말씀을 들을 때는 참의사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암환자라는 딱지가 붙은 지 어느덧 7년차. 암과 싸우기도 힘에 부치는데 생활의 궁핍함은 또 다른 만만찮은 무게로 짓눌러 옵니다. 같이 팔 걷고 가정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무언가라도 일을 해야 하는데 번번이 일어나려다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이 견딜 수 없이 나를 비참하고 슬프게 합니다. 그럴 때면 선생님의 응원을 떠올리며 이를 악뭅니다.
“난치병보다 불치의 사람이 더 중요하다. 마음에서 지면 이미 반은 진 것이다.”
“당당하게, 신바람 나게, 멋지게 투병하고 혹 승패에 진다 하더라도 정말 가치 있었던 한 편의 드라마가 내 인생이었노라는 고백을 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살라”는 진심 어린 지지의 말씀들을 떠올리며 가라앉으려는 절망에서 선생님의 말씀과 열정을 지렛대 삼아 다시금 추슬러 올리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암을 노래할 수 있는 여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렇습니다. 암으로 가든 명을 다하고 가든 시차의 차이만 있지 결국은 누구나 가는 길, 피할 수 없다면 담담히 인정하고 암이라는 친구와 큰 불화를 일으키지 말고 그저 순하게 살아갈 길을 모색하리라는 마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선생님의 암환자들을 위한 사랑과 열정이 오늘도 저를 힘있게 세워주는 소중한 기둥이며, 암환자의 삶도 살아내야 할 소중한 삶이기에 있는 힘을 다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까지 열심을 다해 살아가렵니다. 그것이 선생님의 암환자를 향한 열성적인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다만, 유일하게 남은 욕심이 하나 있습니다. 의사이기에, 그것도 현대의학 이외 분야를 다루기에, 그것은 병원에서 치료 힘든 암 환우들에게 정말 만족할만한 암 치료의 등불을 밝히고 싶습니다. 비록 아주 밝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작은 희망의 불빛이라도 되어 드리고 가고 싶은 욕심이 그 하나입니다.”

그래요 선생님, 선생님의 유일한 욕심을 속히 이루시기를 암환자 모두의 염원을 담아 이렇게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빨간 스웨터의 의사 김태식 선생님 파이팅!

월간암(癌) 200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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