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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투병수기내 동생 훈에게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2월 16일 07:03분878,805 읽음
- 김은진
요즘 계속 잠도 잘 못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계속 야위어만 가는 너를 보며 누나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생각이 많다. 건강했던 시절 보다 무려 20kg이나 빠져 버린 네 모습을 보며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정말 걱정이다.
처음 진단을 받은 지난 8월에는 어처구니도 없고 받아들이기도 힘들어 믿지 못했었지. 그렇게 병원 치료가 계속되면서 조그만 징후에도 한없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또 끝없는 불안에 빠지기를 몇 달, 그렇게 지금까지 우리는 지내왔구나.
처음 나는,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대며 네게 많은 것을 강요했었구나.
이게 좋다는 데, 저게 좋다는 데, 넌 왜 안 할까?
운동을 해야 한다는데 왜 저렇게 누워만 있을까?
야채가 좋다는 데 왜 저렇게 안 먹을까?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 하는데 왜 저렇게 예민할까?
내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네게 섭섭했다가 불안했다가 참았다가 뭐 그렇게 혼자 힘들어 하고 있었다.
나을 수 있는 데, 좋아질 수 있는 데, 네가 지레 겁을 먹고 맥을 놓고 있는 것 같아 혼자 동동거리던 시간들이었지.
네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또 얼마나 불안한지….
네가 어떤 마음인지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
훈아 누나는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단다.
누가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니라는 거, 누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고 해서 네 마음도 금세 그리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훈아,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 떠올려 보렴.
나와 함께 동동거리며 이것저것 준비하는 네 착한 아내와 또 네게 강요만 하는 나쁜 누나지만 너를 사랑하는 나, 또 철없이 응석만 부리지만 한사코 네 곁에서 맴도는 우리 귀여운 강아지 세 마리 장군이, 남이, 뽕이….
그리고 너를 바라보고 너를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 이 모두를 위해서라도 한 번 더 힘을 내 보자꾸나.
전에 TV에서 본 이야기인데 어떤 사람이 잘못해서 냉동 창고에 갇혔대. 아무리 불러도 사람들은 오지 않고 결국 다음날 그 사람은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되었대. 냉동 창고에서 밤을 새웠으니 당연하겠다 싶었는데, 근데 그 냉동 창고는 가동되지 않는 상태였대. 그런데도 그 사람은 얼어 죽었다네.
훈아, 우리도 어쩌면 냉동 창고에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하지만, 누나는 믿는단다. 이 냉동 창고는 결코 춥지도 않고 우리는 출구를 찾아 반드시 나갈 수 있다고 말이야.
훈아, 우리 서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또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자. 그렇게 서로에게 솔직하게 한마음이 되어 가면 너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가장 좋은 길을 찾지 않을까 싶어.
이 누나도 겁이 나고 무섭단다. 하지만 힘을 낼 거야. 겁나고 무섭다고 맥 놓고 있으면 더 겁나고 더 무서워지니까.
우린 지금 낯선 산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해도 지고 여기저기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있어. 하지만 우리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지 않겠니? 함께 노래라도 부르자꾸나. 그렇게 길을 찾다보면 어느새 아침 햇살이 비추고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겠지. 어쩌면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바로 그 길이 아니겠니? 그리고 행복하게, 오래도록 함께 있자꾸나.
훈아,
네 마음이 그러할 때까지 기다리마. 사랑한다.월간암(癌)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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