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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투병수기꼭 살아야지고정혁 기자 입력 2009년 01월 15일 10:24분880,277 읽음
해찬들(가명 45세) | 직장암 3년
2005년 직장암 판정.
방사선 항암치료 후 2005년 12월 수술.
2006년 5월 복원수술.
눈을 떴다. 6시 30분. 조용히 잠을 자는 아내를 보니 맘이 아프다. 손이라도 잡아 주고 싶은데 깰까 봐 그냥 천장을 바라보며 뒤척인다. 아내가 눈을 뜬다. 아내에게 묻는다.
“재섭이 몇 시에 일어나?”
“7시쯤 일어날 거야.”
아내는 너무 피곤해서인지 눈을 다시 감는다. 하긴 내가 세상모르고 잠든 사이에 잠을 못 이루고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홉 살 난 딸내미는 침대 아래에 잠들어 있다. 요즘도 가끔 이불에 오줌을 싼다고 침대에서 쫓겨나기 때문이다. 자기 방이 있는데도 꼭 엄마랑 자고 싶어 안달이다. 침대 아래 방바닥에서 자는 딸을 보고 있으니 숨이 막힌다. 너무 어리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다. 어젯밤 아내랑 이야기하는데 “아빠, 암 걸렸어? 수술해야 해?” 한다.
7시.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 녀석을 깨웠다. 벌떡 일어나 씻더니 늘 그렇게 말없이 학교에 간다.잠시 눈을 감으니 암환자 딱지가 붙기까지의 일들이 머릿속에 스크린처럼 펼쳐 보인다.
며칠째 화장실만 가고 싶었다. 나오지도 않는 똥이 마렵다. 치질같이 피까지 나온다. 내일 모래 어머니 제사 때 이틀 쉬면서 병원에 가 봐야지 하고 대장 내시경 검사를 예약했다.
아내랑 차를 타고 오면서 동네 피부과에 들렀다. 참 더럽게도 사타구니에 무좀균이 있다고 해서 두 번째 약을 타러 올라갔다. ‘이번 기회에 발에 있는 무좀까지 없애자.’ 의사와 상담을 할 때 아내 말이 생각났다. 항문이나 치질 같은 것도 본다고.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 의사한테 내 증상을 이야기했다.
“똥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가는데 나오지도 않고 끈적끈적한 것이 나오면서 피까지 나오네요. 치질인가요?”
의사는 나를 빤히 보더니 “내가 항문 전문의요. 진료를 받아 볼래요?” 한다. 대장 내시경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 내키지는 않았지만 해보기로 했다. 진찰실에 올라갔다. 시키는 대로 바지를 벗고 굼벵이처럼 옆으로 누웠다. 손가락을 항문으로 집어넣고 이리저리 만지는 것 같다. 밖에 간호사를 부르더니 뭐라고 한다. 아프기도 하고 항문으로 들어온 손가락이 너무 이상하다.
진찰을 끝내고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언제부터 이랬어요? 몇 살이에요? 큰 병원으로 가 보세요. 그리고 옆구리에 항문 있는 사람도 있지요.”한다. 옆구리에 항문이라니, 그때는 별소리를 다 하네 속으로만 생각하고 넘겼다. 의사는 소견서에 몇 자 적었다. 한글은 기억이 안 나고 영어만 기억이 난다. ‘메스’, 영어로 썼지만 왠지 그 단어만 떠올랐다. 수술?그리고 큰 병원에 갔다. 가는 중간에 “몇 살이에요? 큰 병원에 가 봐요. 옆구리에 항문….” 하던 의사 말이 자꾸 생각났다. 설마? 아니겠지.
두 시쯤 접수를 끝내고 여섯 시 다 되어서야 내 차례가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피가 마르는 것 같다. 담배도 수없이 피웠다. 몇 살이에요? 하고 이어지던 의사 말이 떠오르면서….
담당 의사는 동네 의사가 써 준 몇 글자를 보더니 같은 방법으로 진찰을 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직장암 같아요. 90% 정도. 정확한 거는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고….” 나머지는 생각이 안 난다. 의사가 뭐라고 쓰는데 전부 영어라 모르겠고, ‘12시 방향’만 생각난다. 아마 암이 꼬리뼈 쪽에 있나 보다.
조직 검사를 하러 갔다. 이번에는 엎드리라고 하더니 힘 빼고 아 소리를 내라고 한다. 아 소리가 나는 동시에 기구를 집어넣었다. 아마 조직 검사에 필요한 조직을 떼어내는가 보다.
다른 검사는 늦어 못하고, 가슴 엑스레이만 찍으러 가는데 여러 사람에 누가 둘러싸여 가는데 어디선가 본 듯 낯이 익다. 자세히 보니 경호원들 사이에 휠체어에 탄 사람은 김대중 씨다. 힘이 없어 보인다. 나하고 같은 엑스레이 실이다.집으로 오는 내내 눈물이 나온다. 미치겠다. 고생만 ‘허벌나게’ 했는데 좋은 세상 만나서 재미있게 살아 봐야 할 텐데. 아내와 아이들한테 미안하고, 시골에 홀로 계시는 아버님께도 미안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살아야겠다. 꼭 살아서 식구들하고 재미있게 한번이라고 살아 봐야겠다.
내일부터는 검사 시작이다. 다른 쪽으로 번지지 않았는지 검사를 하고 입원과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좀 어지럽고 오줌 누는 것이 불편하고 허리가 아프지만 난 꼭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그렇게 나는 길고도 긴 암환자의 대열에 서게 되었다.
이제 3년이 흘러, 전쟁터의 병사가 가슴에 총을 꼭 품듯 그때 꼭 살아야 할 의무를 지금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월간암(癌) 200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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