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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당뇨병, 치료가 급하게 세질수록 췌장암도 살펴봐야 한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6년 10월 30일 19:28분283 읽음
건강검진에서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그리고 몇 달 만에 먹는 약으로는 부족해 인슐린 주사까지 맞게 되었다면 이는 단순한 혈당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새로 당뇨병을 진단받았을 때 처음부터 치료 강도가 높았거나 짧은 기간 안에 치료가 빠르게 강화될수록 췌장암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정문재 교수, 내분비내과 이민영 교수,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 연구지원부 유민희 연구원이 함께 진행했으며, 국제학술지 거트(Gut)에 게재되었다.

왜 당뇨병과 췌장암을 함께 봐야 할까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열 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5년 생존율은 20퍼센트 안팎에 그친다. 그만큼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위험군을 미리 골라내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그런데 췌장암 환자의 약 절반은 진단 전에 당뇨병을 함께 앓고 있었고, 이 중 상당수는 암 진단보다 앞서 혈당이 오른 상태였다. 다만 그동안의 연구는 대부분 "당뇨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당뇨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심했는지, 이후 얼마나 빠르게 나빠졌는지에 따라 췌장암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40만 명을 15년간 추적하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새롭게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40세 이상 성인 11만 6064명과, 당뇨병이 없는 대조군 28만 6599명을 최대 15년간 추적했다. 당뇨병 진단 당시 약물을 전혀 쓰지 않은 사람, 먹는 혈당강하제를 처방받은 사람, 처음부터 인슐린 주사가 필요했던 사람으로 나누어 이후 췌장암 발생률을 비교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진단 당시 약을 쓰지 않은 경우는 췌장암 위험이 3배, 먹는 약을 처방받은 경우는 4.3배, 처음부터 인슐린 주사가 필요했던 경우는 5.6배 높았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3년 이내에 발생한 췌장암만 따로 보면 이 차이는 더욱 커져서, 각각 4.75배, 9.44배, 10.73배까지 벌어졌다. 즉 당뇨병 진단 당시부터 이미 치료가 강했다면, 그것이 췌장암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진단 이후 짧은 기간에 치료가 얼마나 빨리 강해졌는지였다. 처음에는 약 없이 지내다가 6개월 안에 약물 치료를 새로 시작한 사람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췌장암 위험이 6.5배 높았다. 반면 처음부터 먹는 약을 쓰고 이후에도 치료 강도가 그대로 유지된 사람은 3.67배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장 위험이 높았던 경우는 먹는 약으로 치료받다가 6개월 안에 인슐린 주사로 넘어간 사람들로,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췌장암 위험이 무려 26.5배까지 치솟았다.

숫자에 놀라기보다 신호로 받아들이기
이 정도의 수치만 보면 덜컥 겁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정문재 교수는 신규 당뇨병 환자에서 실제로 췌장암이 발생할 절대적인 확률 자체는 낮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규 발생 당뇨병의 초기 중증도와 단기간의 진행 양상을 췌장암 조기 발견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면서도 "다만 신규 당뇨병 환자에서 췌장암의 절대 발생 위험은 1~2퍼센트 미만으로 낮아, 임상 양상과 위험예측모형·생체표지자를 결합한 정밀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이번 연구의 의미는 모든 신규 당뇨병 환자가 췌장암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단 초기의 중증도와 짧은 기간의 악화 속도를 살펴보면 그중에서도 특히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거나, 최근 몇 달 사이 혈당약이 갑자기 늘었거나 인슐린 주사를 시작하게 되었다면, 이 변화를 담당 의사와 상의하며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것이 좋다.
월간암(癌) 202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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