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특집기사췌장암 ‘고장 난 스위치’를 꺼라, 난공불락의 요새를 무너뜨린 신약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6년 10월 30일 19:21분265 읽음
- 생존 기간 2배 연장, 사망 위험 60% 감소… ‘절대 불가’라 불리던 표적 항암제 ‘다락손라십’의 눈부신 성과
초기 증상이 없어 황달이나 복통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온몸으로 암이 퍼진 상태인 경우가 많은 췌장암. 통계에 따르면 전이성 췌장암 판정을 받은 환자의 약 97%가 5년 이내에 세상을 떠날 만큼, 췌장암은 오랫동안 ‘가장 치명적인 암’이라는 악명을 떨쳐왔다.
기존의 독한 화학 항암제는 췌장암의 진행을 잠시 늦출 수는 있었지만, 암세포가 금세 내성을 만들어버려 결국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도대체 췌장암은 왜 이토록 독하게 살아남는 것일까?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종양학계가 흥분에 휩싸였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이곳을 공격하는 약은 절대 만들 수 없다”며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췌장암의 핵심 원인을 완벽하게 타격하여, 말기 환자의 생존 기간을 무려 2배나 껑충 늘려버린 혁신적인 먹는 신약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매끄러운 당구공과 고장 난 스위치, ‘KRAS’ 유전자의 저주
췌장암 환자의 90% 이상은 ‘KRAS(크라스)’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는 원래 세포가 적당히 자라고 멈추도록 지시하는 ‘전원 스위치’ 역할을 한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 스위치가 ‘켜짐(ON)’ 상태에서 꽉 끼어 고장이 나버린다. 그 결과 암세포가 미친 듯이 무한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 스위치를 끄는 약을 만들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약물이 단백질에 달라붙어 스위치를 끄려면 단백질 표면에 울퉁불퉁한 ‘열쇠구멍(주머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이 KRAS 단백질의 겉면은 마치 흠집 하나 없는 둥글고 매끄러운 ‘당구공’ 같아서, 그 어떤 약물도 미끄러질 뿐 결코 달라붙을 수가 없었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췌장암 표적 치료제 개발을 ‘불가능(Undruggable)’이라고 불렀던 이유다.
징검다리를 놓아 매끄러운 당구공을 꽉 붙잡다
모두가 포기했을 때, ‘레볼루션 메디신스(Revolution Medicines)’라는 제약회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약물이 KRAS 당구공에 직접 달라붙지 못한다면, 중간에 ‘징검다리’를 하나 놓으면 어떨까? 이들은 매일 입으로 간편하게 삼켜 먹는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이라는 신약을 개발했다. 이 약은 몸속에 들어가면 세포 안에 있는 ‘사이클로필린 A’라는 도우미 단백질과 먼저 손을 잡는다. 두 물질이 결합해 모양이 변하자, 놀랍게도 이 덩어리가 그토록 미끄러웠던 KRAS 단백질을 꽉 움켜쥐고 ‘고장 난 스위치’를 마침내 꺼버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생존 기간 2배 연장, 췌장암 치료의 역사를 새로 쓰다
2026년 5월 말 발표된 이 신약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는 전 세계 의학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미 다른 치료를 받고도 암이 악화된 말기 전이성 췌장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시험에서 엄청난 성과가 나타났다. 기존의 독한 화학 항암제를 맞은 환자들의 생존 기간은 6.7개월에 불과했지만, 다락손라십을 매일 복용한 환자들은 무려 13.2개월로 생존 기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췌장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60%나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다. 췌장암처럼 독한 암에서 이 정도의 수명 연장 효과는 가히 기적에 가까운 수치다.
부작용은 있지만, 잃어버린 ‘삶의 질’을 되찾다
물론 부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약 86%가 눈에 띄는 피부 발진을 겪었고, 입안이 심하게 허는 구내염, 설사, 메스꺼움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의 화학 항암제가 머리카락을 빠지게 하고 극심한 백혈구 감소증으로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신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비율이 훨씬 적었다. 오히려 진통제를 덜 먹을 만큼 통증이 줄어들었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는 등 ‘인간다운 삶의 질’을 훨씬 더 잘 유지할 수 있었다.
난공불락의 성벽이 마침내 무너지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 신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전 세계 보건 당국의 정식 승인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워낙 치료제가 절실한 췌장암 분야이기에 심사가 초고속으로 진행된다면 빠르면 수개월 내에 실제 병원에서도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 약을 만들 수 없다”는 오랜 절망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우리 몸에 꼭 맞는 표적 항암제로 췌장암의 숨통을 정확하게 끊어낸 위대한 과학의 승리. 이 획기적인 도약이 다른 약물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췌장암을 머지않아 당뇨나 혈압처럼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바꿔줄 날이 성큼 다가왔음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최신 췌장암 사전
KRAS (크라스) 유전자: 세포가 분열하고 자라도록 명령을 내리는 유전자입니다. 췌장암 환자의 대부분은 이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암세포가 통제 불능 상태로 증식하게 됩니다.
표적 항암제: 무차별 폭격을 가해 정상 세포까지 죽이던 기존 화학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가 가진 '특정 유전자(표적)'만 콕 집어서 유도탄처럼 정밀 타격하는 똑똑한 치료제입니다.
다락손라십 (Daraxonrasib): 표적이 없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KRAS 변이 췌장암을 공격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먹는(경구용) 표적 항암제'의 이름입니다.
참조:
Eileen M. O’Reilly, Zev A. Wainberg, Andrew E. Hendifar, Mitesh J. Borad, Filippo Pietrantonio, Shubham Pant, Pascal Hammel, Chiara Cremolini, Gulam A. Manji, Paul E. Oberstein, Ignacio Garrido-Laguna, Christoph Springfeld, Nilofer S. Azad, Makoto Ueno, Stephen Y. Chui, Ying Zhang, Hina Patel, Yeonju Lee, Zeena Salman, Brian M. Wolpin. Daraxonrasib or Chemotherapy in Previously Treated Metastatic Pancreatic Cancer.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6; DOI: 10.1056/NEJMoa2605555월간암(癌) 2026년 10월호
추천 컨텐츠
암을 치료하는 현대적인 방법 5가지과거에 비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술이나 항암치료 그리고 방사선치료가 전부라고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의학이 발전하면서 치료 방법 또한 다양해졌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중입자 치료기가 들어오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중입...
깨끗한 혈액 만들기 위해 생각할 것, 6가지필요 이상으로 많은 음식을 먹는다 현대인의 생활을 고려해 볼 때 육체노동자가 아니라면 세끼를 모두 챙겨 먹는 자체가 과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살아온 300만 년 중 299만 9950년이 공복과 기아의 역사였는데 현대 들어서 아침, 점심, 저녁을 습관적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게다...
[에세이] 사유(思惟)를 만나다글: 김철우(수필가) 가벼운 옷을 골랐다.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놓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밤의 떨림과는 무색하게 준비는 간단했다. 현관문을 나서려니 다시 가벼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전시였던가. 연극 무대의 첫 막이 열리기 전. 그 특유의 무대 ...
나를 위로하는 방법, 한 가지우리 주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 죄를 저지른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서는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범죄를 저지르며 교도소를 간다고 합니다. 즉 1...
- 월간암 - 정기구독신청
1년 5만원 정기구독료를 납부하시면 매월 집에서 편하게 월간암을 접할 수 있습니다. - 고려인삼공사 - 문의전화: 02-862-3992
시베리아 자작나무에서 채취 관리, 러시아 정부가 인증한 고려인삼공사 최상급 차가버섯 추출분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