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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가 바로 서야 건강하고 장수한다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6년 10월 30일 19:17분110 읽음
글 : 박순근 (힐링타운 다혜원 촌장)

우리 몸의 중심에는 척추가 있다. 척추는 단순히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 아니라 머리와 몸통을 받치고 걷고 앉고 일어서는 모든 움직임을 연결하는 중심축이다. 목뼈부터 등뼈, 허리뼈에 이르기까지 각 마디마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 있는 추간판은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척추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면 몸 전체의 균형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척추의 건강은 곧 몸 전체의 움직임과 건강수명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허리가 굽고 등이 앞으로 말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세가 무너지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보행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낙상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등이 굽은 자세로 오래 걷다 보면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려 작은 턱이나 계단에서도 발이 걸리기 쉽고, 넘어졌을 때 몸을 재빨리 지탱하지 못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노년기에는 근력과 균형감각이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힘이 더욱 중요하다.

척추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주변 근육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등과 허리, 엉덩이와 다리의 근육은 몸을 바로 세우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코어 근육이라 불리는 이 부위의 근육들은 척추뼈 자체보다 오히려 척추를 지지하는 보호대에 가깝다. 근육이 튼튼하면 척추뼈와 디스크에 실리는 부담이 줄어들고, 반대로 근육이 약해지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뼈와 관절로 전달된다. 단순히 걷는 운동뿐만 아니라 가슴을 부드럽게 펴고 몸의 중심을 세우는 움직임을 생활 속에서 자주 실천해야 한다.

현대인의 생활습관도 척추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장시간 내려다보면 머리가 앞으로 빠지고 어깨가 말리기 쉽다. 고개를 15도만 숙여도 목뼈에 실리는 하중은 서 있을 때보다 훨씬 커진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런 자세가 하루에도 몇 시간씩 반복되면 목과 어깨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자세가 반복되면 목과 어깨뿐 아니라 등과 허리에도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한 자세로 오래 있지 말고 일정한 간격으로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바른 자세는 억지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것이 아니다. 허리를 과도하게 뒤로 젖히기보다 척추가 가진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면서 편안하게 몸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는 옆에서 보았을 때 완만한 에스자 형태의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 곡선이 있기 때문에 걷거나 뛸 때 발생하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허리를 일자로 펴려고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반대로 뒤로 젖히는 자세는 오히려 이 자연스러운 곡선을 해칠 수 있다. 걸을 때는 발밑만 내려다보지 말고 시선을 조금 멀리 두며, 가슴을 부드럽게 열고 턱을 지나치게 앞으로 내밀지 않는 것이 좋다.

생활 속에서는 간단한 동작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세우고 가슴을 열어 천천히 호흡한다. 하늘을 바라보듯 시선을 위로 두되 목이나 허리를 무리하게 뒤로 젖히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보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혹은 물을 마시러 갈 때처럼 일상 속 자연스러운 순간을 활용해 잠깐씩 몸을 일으켜 세우는 습관을 들이면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을 자주 반복하는 것이 한 번에 강하게 운동하는 것보다 지속적인 자세 관리에 도움이 된다.

다만 척추질환이나 골다공증이 있거나 목과 허리에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허리를 펴거나 뒤로 젖히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골밀도가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한 스트레칭이나 동작은 오히려 골절이나 통증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한 통증, 다리 저림이나 근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면 의료진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장수의 핵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데 있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힘으로 걷고 움직이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진정한 건강수명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 몸을 가누고 화장실에 가고 식사를 준비하는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동작들이 사실은 척추와 하체 근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척추를 세우고 다리를 움직이며 몸의 중심을 지키는 습관이 중요하다.

오늘 자신의 자세를 한번 돌아보자. 고개가 앞으로 빠져 있지는 않은지, 어깨가 말려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거울 앞에 서서 옆모습을 비춰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자세 습관을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편안하게 몸의 중심을 세워보자. 건강한 노년은 특별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의 바른 자세와 꾸준한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월간암(癌) 202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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