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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상부요로암 맞춤 치료의 새 길 연다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6년 09월 30일 11:11분117 읽음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방광으로 흘러가는 통로인 신우와 요관. 이곳에 암이 생기는 '상부요로상피암' 환자들은 치료 방향을 정하는 순간부터 어려운 선택과 마주한다. 암이 표면에만 머물러 있다면 신장을 살리는 내시경 치료로 충분하지만, 근육층까지 파고들었다면 신장과 요관을 통째로 들어내는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얼마나 깊이 침범했는가'를 치료 전에 정확히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우와 요관은 워낙 좁고 가늘어 내시경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고, CT·MRI를 더해도 침윤 깊이를 세밀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많은 환자가 불확실한 정보 위에서 신장 보존과 절제 사이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혈관 속을 보던 초음파, 요로로 들어가다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함원식·박지수 교수 연구팀이 이 오랜 진단의 사각지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연구팀이 주목한 기술은 혈관 내 초음파, 이른바 IVUS(Intravascular Ultrasound)다. 원래는 심장혈관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쓰이던 이 기술은 머리카락보다 조금 굵은 초음파 카테터를 혈관이나 조직 안으로 밀어 넣어, 단면을 360도로 촬영해 낸다.

연구팀은 이 카테터를 요관 안으로 삽입해 암 조직의 단면을 직접 들여다보는 방식을 상부요로상피암 진단에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검사로는 가늠하기 힘들었던 침윤 깊이를, 조직에 근접한 초음파 영상으로 훨씬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아이디어가 근거 없는 시도는 아니다. 연구팀은 앞선 예비 연구를 통해 IVUS를 요로 진단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안전한지를 이미 확인했고 임상시험 승인과 특허 출원까지 마친 상태다. 이번 연구는 그 연장선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검증에 나서는 단계다.

3년간 12억 5000만원 규모 국가 연구로 확대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2026년 제2차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중 연구자주도 임상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본궤도에 올랐다. 2029년까지 3년간 총 12억 5000만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연구 설계는 명확하다. 상부요로상피암 환자가 진단을 위해 요관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IVUS 검사를 함께 시행하고, 이렇게 얻은 침윤 깊이 정보가 이후 수술로 얻어진 실제 병리 결과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비교 분석한다. 동시에 카테터를 요관에 삽입하는 검사 과정 자체가 환자에게 안전한지, 그리고 이 정보가 실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들여다본다.

불필요한 신장 절제는 줄이고, 필요한 치료는 놓치지 않도록
함원식 교수는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느껴온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한다. "상부요로상피암은 치료 전에 암의 침윤 깊이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워 신장을 보존할지, 근치적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시행할지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겠습니다."

박지수 교수는 연구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새로운 초음파 기술을 실제 치료 결정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신장 절제를 줄이는 동시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정확히 선별할 수 있는 진료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환자 맞춤형 치료 기준 마련을 향해
이번 연구가 목표를 달성한다면, 상부요로상피암 환자들은 보다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침윤이 얕은 환자는 불필요하게 신장을 잃는 상황을 피하고, 반대로 적극적인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는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가려낼 수 있는 표준화된 진료 경로가 마련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연구자주도 임상연구지원사업은 의료 현장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를 연구자가 직접 찾아내고, 임상연구를 통해 환자 치료의 실질적인 근거와 기준을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의 이번 도전이 상부요로상피암 치료의 오랜 딜레마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3년 뒤 결과가 주목된다.
월간암(癌) 202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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