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투병수기
세 번의 수술, 그리고 다시 찾은 평범한 일상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6년 09월 30일 10:33분43 읽음
글: 임옥순 (1956년생, 여성)

시작은 작은 통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복부가 팽만한 느낌이 들고, 이따금 복통이 반복되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흔히 겪는 소화불량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잦아지자 불안한 마음에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마친 담당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큰 병원으로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서울 보라매병원으로 옮겨 CT를 비롯한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은 하루하루가 백 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그 짧은 시간조차 견디기 힘들었고, 별일 아닐 거라고 스스로 다독이다가도 문득 불안이 밀려와 마음이 오락가락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들은 진단명은 난소암이었습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평생 큰 병 한 번 앓아본 적 없던 제게 암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낯설고 무거운 것이었습니다. 남편과 자식들 얼굴이 스쳐 지나갔고, 이 사람들을 두고 내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가장 먼저 찾아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며칠을 뜬눈으로 보냈고, 밥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싸움, 난소암 4기
막막해하던 우리 가족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의 권유로 부인과 명의로 알려진 국립암센터 박상윤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고, 비로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015년 6월 16일, 난소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수술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진행되었습니다. 난소와 자궁을 모두 절제하였고, 암세포가 이미 대장까지 전이된 상태여서 대장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부위까지 함께 잘라내야 했습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 온몸에 연결된 줄과 낯선 병실 천장을 바라보던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들은 최종 진단은 난소암 4기. 그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수술 이후 총 6회의 항암 치료를 견뎌냈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몸의 기력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입맛을 잃어가는 제 모습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거울 속에 낯선 제 모습이 비칠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곁을 지켜준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냈습니다.

되풀이되는 재발, 무너지지 않은 마음
치료가 끝난 후 몸이 서서히 회복되는 듯 보였습니다. 조금씩 입맛도 돌아오고 머리카락도 다시 자라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정말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품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정기 CT 검사에서 복부에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고, 추가 검사 끝에 악성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어렵게 되찾은 평온이 다시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다시 찾아온 암 소식에 이번에는 오히려 담담해지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수술 없이 항암 치료를 우선 진행하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고, 2017년 11월 30일부터 2018년 5월 30일까지 무려 9회에 걸친 항암 치료가 이어졌습니다.

길고 긴 치료 과정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신앙과 가족이었습니다. 매일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했고, 가족들이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회복에 집중하며 지내던 중 다시 전이가 확인되었고, 2019년 12월 24일에는 간과 림프절 부위에서 전이가 발견되어서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후 6회의 항암 치료가 이어졌습니다. 반복되는 수술과 항암 치료는 몸도 마음도 지치게 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2년 동안은 식이요법과 생활 관리에 최선을 다하며 재발을 막기 위해 애썼습니다. 하지만 2021년 12월 24일, 이번에는 부신암이 재발하였고 또다시 수술과 6회의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세 번째로 마주한 재발 앞에서 저는 치료 방법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면역 치료인 이뮨셀 치료를 시작하였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병행해 오고 있습니다.

완치, 그리고 지금
그렇게 여러 번의 수술과 항암 치료, 그리고 면역 치료를 이어온 끝에 올해 7월, 담당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진료실을 나서던 그 순간, 그동안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순간의 벅찬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절대로 방심하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다 나은 줄 알았다가 다시 재발을 겪었던 지난 시간이 있었기에, 완치라는 말에도 마음을 놓기보다는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완치 판정 이후에도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며, 앞으로도 면역 치료를 병행해 건강한 삶을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세 번의 큰 수술과 여러 차례의 항암 치료를 견디며 저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병을 이겨내는 데에는 물질적인 치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적인 의지와 마음가짐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도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교회에서 권사와 구역장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가족들과 마주 앉아 밥 한 끼를 나누는 것,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는 압니다. 같은 길을 걷고 계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온다고,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월간암(癌) 2026년 9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