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특집기사태고적 단백질의 반격, 암세포 방어막 뚫는 '보초병' 찾아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6년 09월 30일 10:31분45 읽음
- 종양 내부에서 만들어진 보체 'C3'의 항암 극대화 효과 규명
기적의 치료제라 불리는 '면역 항암제'는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를 일깨워 암세포를 스스로 공격하게 만드는 3세대 항암제다. 독한 화학 물질로 정상 세포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던 과거의 항암제와 달리,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되어 수많은 암 환우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 기적의 약도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면역 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의 약 20~30%만이 드라마틱한 치료 효과를 경험할 뿐, 나머지 대다수 환자에게는 약이 잘 듣지 않거나 금세 내성이 생겨버린다. 영악한 암세포가 자신들의 요새 주변에 면역 세포를 잠재우는 강력한 방어막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 나고야대학교 의학대학원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이 암세포의 끈질긴 방어막을 무력화시킬 아주 놀라운 열쇠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그 열쇠는 인류에게 혈액 순환 시스템이 생기기도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아주 원시적이고 오래된 면역 단백질, 'C3'에 숨겨져 있었다.
핏줄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던 태고의 방패, 'C3'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다양한 방어 시스템이 있다. 그중에서도 '보체(Complement)'라고 불리는 단백질들은 우리 면역계의 가장 오래된 조상 격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연구의 주인공인 'C3' 단백질은 진화론적으로 아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며, 해면동물이나 해파리처럼 핏줄(혈관)조차 없는 아주 단순하고 원시적인 생물체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생명체의 근원적인 방어막 역할을 해왔다.
인간의 경우, 이 C3 단백질은 주로 간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핏속으로 방출된다. 혈액을 타고 온몸을 빙글빙글 돌다가 몸에 나쁜 세균이 침입하면 알람을 울리고 세균의 껍질에 구멍을 내어 파괴하는 아주 든든한 군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핏속을 떠도는 C3가 아니라, 간과 멀리 떨어진 신체 특정 장기나 조직의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C3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과학계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핏속을 도는 백만 대군보다, 요새 속의 보초병 하나가 낫다
나고야 대학교의 미야이 유키(Yuki Miyai)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가 둥지를 튼 종양 내부의 미세 환경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암 덩어리 주변에는 암세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섬유아세포라고 불리는 다양한 정상 세포들이 암세포에 포섭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연구팀은 종양 조직 내부의 이 섬유아세포들이 자체적으로 C3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그룹의 쥐들은 간에서 C3를 만들지 못하게 막아 핏속의 C3 수치를 90%나 뚝 떨어뜨렸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의 쥐들은 핏속의 C3는 멀쩡히 내버려 둔 채, 종양 내부의 섬유아세포에서만 C3를 만들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핏속에 C3가 거의 없는 첫 번째 쥐들은 면역 항암제(항 PD-1 항체)를 투여하자 암세포가 쑥쑥 줄어들며 약이 아주 기가 막히게 잘 들었다. 하지만 종양 내부에서 C3를 만들지 못한 두 번째 쥐들은, 핏속의 C3 수치가 충분히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면역 항암제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미야이 교수는 이 기막힌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면역 항암제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혈액 속을 떠도는 막대한 양의 C3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암 덩어리라는 요새 '내부'에서 만들어진 국소적인 C3 보초병만이 치료의 성패를 쥐고 있었던 것입니다."
면역 군대를 잠재우는 암세포의 '스파이'를 차단하다
그렇다면 종양 내부에서 만들어진 이 소량의 C3 단백질이 어떻게 기적의 항암 효과를 이끌어낸 것일까? 그 비밀은 암세포가 고용한 '스파이'들을 쫓아내는 능력에 있다. 암세포는 자신의 요새를 지키기 위해 골수에서 '면역 억제성 골수성 세포'라는 스파이들을 대거 불러모은다. 이 스파이들은 종양 안으로 침투해 들어와, 암세포를 공격하러 출동한 내 몸의 훌륭한 T세포(전투 부대)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아무리 비싼 면역 항암제를 맞아 T세포를 훈련시켜도, 요새 안쪽에 이 스파이들이 득실거리면 약효가 전혀 듣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종양 내부에서 C3가 만들어지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다. C3 단백질은 종양 안에서 'iC3b'라는 조각으로 부서지면서 튼튼한 바리케이드를 친다. 이 바리케이드는 암세포가 부른 스파이(골수성 세포)들이 요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완벽하게 길목을 차단해 버린다. 스파이들이 사라진 틈을 타 면역 전투 부대인 T세포가 요새 안으로 진격하여 암세포를 시원하게 무찔러 버리는 것이다.
폐암 환자들의 데이터가 증명한 놀라운 생존율
연구팀은 쥐 실험의 성과를 확인한 후, 실제 폐암 환자들의 종양 샘플을 분석하여 사람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 검증에 나섰다. 결과는 쥐 실험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일치했다. 암세포 주변 조직에서 이 C3 단백질이 높게 측정된 폐암 환자들은 면역 항암 치료의 효과가 훨씬 좋았고, 생존 기간도 비약적으로 길었다. C3 수치가 높은 환자의 약 절반이 치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C3 수치가 낮은 환자들은 단 한 명도 면역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았다. 쥐 실험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의 혈액을 뽑아 측정한 핏속의 C3 농도는 치료 성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약이 듣지 않던 암 환자들에게 열린 새로운 치료의 문
이 놀라운 발견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묘수를 짜냈다. 아예 C3가 스파이를 막아내는 방식을 그대로 흉내 낸 '모방 약물'을 만들어 쥐에게 투여한 것이다. 그러자 과거에는 면역 항암제가 털끝만큼도 듣지 않던 고집스러운 악성 종양들이 솜사탕처럼 녹아내리며 치료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쥐들의 생존 기간 역시 눈에 띄게 길어졌다.
이번 연구는 비싸고 훌륭한 면역 항암제를 누구에게 투여해야 효과가 있을지 미리 감별해 내는 훌륭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나아가, 면역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절망에 빠진 환자들의 종양 내부에 인위적으로 C3 단백질을 늘려주거나 이를 흉내 내는 약을 함께 투여한다면, 차갑게 굳어버린 암세포의 요새를 다시 깨부수고 기적의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혈액 순환이라는 거창한 시스템이 존재하기도 전, 아주 먼 옛날 해파리와 해면동물 시절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켜온 가장 원시적인 단백질 보초병. 이 작고 오래된 생명의 파수꾼이 21세기 최첨단 면역 항암 치료의 거대한 한계를 뛰어넘을 가장 강력하고 빛나는 열쇠가 될 것임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최신 면역 항암 사전
면역 항암제: 환자의 몸속에 원래 존재하는 면역 세포(T세포)를 훈련시키고 잠을 깨워, 암세포를 스스로 찾아내 공격하게 만드는 3세대 기적의 치료제다. 키트루다, 옵디보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보체 C3 (Complement C3): 간에서 만들어져 핏속을 도는 훌륭한 면역 단백질 덩어리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핏속이 아닌 '암 종양 내부'에서 만들어진 C3만이 암세포의 방어막을 뚫는 훌륭한 보초병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면역 억제성 골수성 세포 (Myeloid Cell): 원래는 뼈(골수)에서 만들어지는 세포지만, 암세포의 꼬임에 넘어가 암 덩어리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 편인 면역 세포들을 깊은 잠에 빠뜨리는 얄미운 '스파이' 역할을 한다.
참조:
Yuki Miyai, Yukihiro Shiraki, Ryota Ando, Daisuke Sugiyama, Yoshitaka Sato, Katsuhiro Kato, Naoya Asai, Fuyang Cao, Nobuyoshi Nagao, Kana Tanabe, Masahiro Nakatochi, Tetsunari Hase, Toyofumi Fengshi Chen-Yoshikawa, Tomoko Kobayashi, Shintaro Iwama, Nobutoshi Esaki, Shinji Mii, Hiroshi Arima, Hiroshi Kimura, Masahide Takahashi, Yuichi Ando, Atsushi Enomoto. Local, but not circulating, complement C3 shapes immune checkpoint blockade efficacy by controlling myeloid cell infiltration. Nature Communications, 2026; DOI: 10.1038/s41467-026-75542-3월간암(癌) 2026년 9월호
추천 컨텐츠
암을 치료하는 현대적인 방법 5가지과거에 비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술이나 항암치료 그리고 방사선치료가 전부라고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의학이 발전하면서 치료 방법 또한 다양해졌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중입자 치료기가 들어오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중입...
깨끗한 혈액 만들기 위해 생각할 것, 6가지필요 이상으로 많은 음식을 먹는다 현대인의 생활을 고려해 볼 때 육체노동자가 아니라면 세끼를 모두 챙겨 먹는 자체가 과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살아온 300만 년 중 299만 9950년이 공복과 기아의 역사였는데 현대 들어서 아침, 점심, 저녁을 습관적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게다...
[에세이] 사유(思惟)를 만나다글: 김철우(수필가) 가벼운 옷을 골랐다.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놓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밤의 떨림과는 무색하게 준비는 간단했다. 현관문을 나서려니 다시 가벼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전시였던가. 연극 무대의 첫 막이 열리기 전. 그 특유의 무대 ...
나를 위로하는 방법, 한 가지우리 주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 죄를 저지른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서는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범죄를 저지르며 교도소를 간다고 합니다. 즉 1...
- 월간암 - 정기구독신청
1년 5만원 정기구독료를 납부하시면 매월 집에서 편하게 월간암을 접할 수 있습니다. - 고려인삼공사 - 문의전화: 02-862-3992
시베리아 자작나무에서 채취 관리, 러시아 정부가 인증한 고려인삼공사 최상급 차가버섯 추출분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