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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현대의학암이 "약해졌을 때" 치료제를 바꿔라 — 내성을 막는 새로운 타이밍 전략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6년 08월 31일 13:42분40 읽음
- 암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 중 하나는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언제 바꾸느냐'일 수 있다. 영국 런던시티세인트조지대학교(City, St George's, University of London) 연구팀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종양이 아직 줄어들고 있는 동안 치료제를 미리 교체하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이 재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을 바꾸는 지금의 방식 대신, 종양이 반응을 보이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다음 치료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이 전략이 겨냥하는 것은 암 치료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약물 내성' 문제다.
암은 왜 다시 자라날까
이 연구를 이끈 수학과 로버트 노블(Robert Noble) 박사는 “치료를 시작하면 종양이 처음엔 줄어들지만, 많은 경우 결국 다시 자라난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재발은 치료에 내성을 갖게 하는 돌연변이를 얻은 소수의 암세포에서 비롯된다.”라고 덧붙였다.
돌연변이란 세포의 유전 정보에 생기는 변화를 말한다. 암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중 특정 약물을 견뎌내게 해주는 변화가 하나라도 생기면, 그 세포는 다른 암세포들이 죽는 와중에도 살아남아 계속 증식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살아남은 세포의 후손들이 종양을 다시 키워낸다. 현재 임상 현장의 표준적인 접근은, 검사 결과 암이 다시 자라기 시작한 게 확인될 때까지 기존 치료를 유지하다가 그제서야 다른 약이나 치료법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재발을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살아남은 암세포들에게 진화할 시간을 더 벌어준다는 점이다. 두 번째 치료를 시작할 즈음이면 일부 세포는 이미 그 치료에도 저항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갖추고 있을 수 있다.
"쓰러졌을 때 한 번 더 밟는다" 전략
진화생물학 이론은 다른 접근을 제안한다. 첫 번째 치료가 듣지 않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종양이 아직 반응하고 있는 동안 두 번째 치료로 전환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쓰러졌을 때 한 번 더 밟는다(kick it while it's down)" 전략이라 부른다.
이 접근은 특히 가장 효과적인 1차 치료조차 내성 때문에 자주 실패한다고 알려진 암종에서 유용할 수 있다. 치료를 일찍 바꾸면 특정 내성 세포 집단이 종양 전체를 장악하기 어려워진다. 새로운 치료마다 종양에 다른 종류의 생존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암세포가 거기에 적응할 여지가 줄어드는 원리다. 노블 박사는 연구 관련 팟캐스트에서 "진화적 접근은 항생제 내성 대응이나 특정 독감 시즌에 어떤 백신을 써야 할지 예측하는 등 다른 영역에서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며 "종양에서도 비슷한 접근이 통할 것이라 볼 근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잠깐, 항생제 내성·독감 백신과 무슨 상관?
항생제 내성도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쳐 생긴다. 약을 견뎌낸 세균이 번식하며 내성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식이다. 독감 백신 개발도 매년 유행할 바이러스 변이를 추적해 어떤 균주를 표적으로 삼을지 미리 예측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두 사례 모두 '적이 어떻게 변할지 미리 읽고 선수를 친다'는 점에서, 이번 암 치료 전략과 같은 논리를 공유한다. 연구팀이 착안한 지점도 바로 여기다.
수학 모델로 종양의 진화를 추적하다
연구팀은 원래 기후변화 같은 환경 압력 속에서 동식물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연구할 때 쓰이던 수학적 도구를 암 연구에 응용했다. 이 틀에서는 각각의 암 치료가 하나의 '환경 압력'으로 작동한다. 치료는 약에 취약한 세포를 죽이는 동시에, 우연히 유용한 내성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는 살려둔다. 연구팀은 이 모델로 치료 일정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어떤 암세포가 살아남고 얼마나 빨리 증식하는지를 예측했다.
그 결과, 종양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기 전에 미리 치료를 전환하는 쪽이 현재의 표준 치료보다 대체로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만 이는 아직 수학적 모델링 단계의 결과이며,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실험실 연구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재 연조직육종, 전립선암, 유방암 분야에서 소규모 임상시험 세 건이 이미 진행 중이며, 추가 시험도 준비되고 있다.
치료제 두 개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연구팀의 모델은 또 다른 시사점도 던진다. 많은 경우 치료제 두 가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블 박사는 "우리 모델은 이 새로운 접근이 표준 치료보다 대체로 우수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측한다"면서도 "두 가지 치료를 아무리 최적의 타이밍으로 배열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종양에서만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같은 원리로 세 가지 이상의 치료를 번갈아 사용하면 더 큰 종양도 제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치료법이 세 개, 네 개로 늘어날수록 암세포는 계속 바뀌는 압박에 연속으로 노출되고, 그 모든 치료를 동시에 견뎌낼 세포 집단을 만들어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이 전략이 모든 환자, 모든 암종에 통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치료 방침은 여전히 종양의 종류와 크기,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각 치료를 정확히 언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도 추가로 규명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암 치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놓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치료가 실패한 뒤에야 반응하는 대신, 의사가 내성이 생기기 전에 미리 그 가능성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짚어볼 점: 아직은 '가능성'이라는 것
이번 결과는 전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것으로, 실제 환자에게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지침은 아니다. 진행 중인 소규모 임상시험들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고, 치료 전환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이 부작용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검증돼야 한다. 이러한 '적응적 치료(adaptive therapy)' 개념 자체는 최근 몇 년간 종양학계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온 연구 흐름 중 하나로, 이번 연구는 그 흐름에 수학적 근거를 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치료 계획을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이런 새로운 접근법이 언제 임상에 도입될지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제네틱스(Genetics)』에 게재됐다. 노블 박사는 국제 수리생물학자 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인도과학교육연구소(IISER) 푸네 캠퍼스 석사과정생 스리쉬티 파틸(Srishti Patil)이 런던시티세인트조지대학교에서 노블 박사의 지도로 수개월간 수행한 졸업 연구에서 출발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학부생 아르만 아메드(Armaan Ahmed)와 파리도핀대학교(Université Paris Dauphine-PSL)의 야닉 비오사(Yannick Viossat) 박사도 연구에 참여했다.
참조:
Srishti Patil, Armaan Ahmed, Yannick Viossat, Robert Noble. Preventing evolutionary rescue in cancer using two-strike therapy. GENETICS, 2026; 232 (2) DOI: 10.1093/genetics/iyaf255월간암(癌) 202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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