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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전문가칼럼무엇을 먹을 것인가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6년 08월 31일 13:33분58 읽음
- 글: 김진목 (파인힐병원 원장)
세상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이 넘쳐난다. 치킨, 햄버거, 라면, 피자, 케이크, 과자, 달콤한 음료까지. TV를 틀어도 먹방, 휴대폰을 켜도 음식 광고다. 늦은 밤 배달 앱만 열어도 사람 마음을 흔드는 음식 사진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왜 몸에 안 좋다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맛있을까? 어떤 사람은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한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 치킨 맛이었으면 세상 사람들이 다 건강했을 텐데.” 듣고 보면 정말 맞는 말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식품의 산업화’ 때문이다. 음식은 언제부터 ‘상품’이 되었을까?
옛날 시골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따고, 곡식을 도정하고, 된장을 담그고, 김치를 저장했다. 음식은 “배를 채우고 몸을 살리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음식은 ‘상품’이 되었다. 상품이 되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 더 오래 보관되어야 하고
- 더 자극적인 맛이 나야 하고
- 더 싸게 많이 만들어야 하고
- 사람들이 계속 사 먹게 해야 한다
결국, 식품회사들의 목표는 “몸에 좋은 음식”보다 “계속 손이 가는 음식”이 되기 쉽다. 예를 들어 감자를 생각해 보자. 삶은 감자는 금방 배가 부르고 오래 먹기 어렵다. 그런데 감자를 얇게 썰어 튀기고 소금을 뿌리고 향을 첨가하면 어떻게 될까? 바로 감자칩이다. 한 봉지를 열면 “딱 세 개만 먹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바닥을 보게 된다. 이것이 산업화된 음식의 특징이다. 사람의 입맛을 강하게 자극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런데 왜 많이 먹어도 힘이 없을까?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많이 먹으면 힘이 나겠지.”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많이 먹는데도 늘 피곤한 사람이 많다. 배는 나오는데 기운은 없고, 자꾸 눕고 싶고, 식사 후 졸음이 몰려온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 몸은 단순히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만 먹는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동차에 기름만 넣는다고 달릴 수 있을까? 엔진오일도 필요하고, 점화장치도 필요하고, 배터리도 필요하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연료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연료를 실제 에너지로 바꾸려면 비타민, 미네랄, 효소 같은 작은 영양소들이 꼭 필요하다. 이들을 ‘미세영양소’라고 부른다. 문제는 현대 가공식품들이 이 미세영양소를 거의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하얀 음식이 위험한 이유
식품 산업에서는 음식을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들기 위해 껍질과 씨눈을 제거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 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흰쌀이다. 원래 벼는 껍질과 쌀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도정을 하면서 점점 깎아내 흰쌀로 만든다. 그렇게 하면 밥이 부드럽고 하얗고 윤기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영양소도 함께 깎여 나간다는 점이다. 현미의 미강과 쌀눈에는 비타민, 미네랄, 효소, 식물영양소, 섬유질 같은 중요한 영양소 대부분이 들어 있다. 그런데 흰쌀에는 극히 일부만 남는다.
쉽게 말하면 이런 느낌이다. 사과를 껍질째 먹으면 영양이 풍부하다. 그런데 껍질을 벗기고, 즙만 짜고, 설탕까지 넣으면 맛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자연의 균형은 깨진다. 흰쌀도 비슷하다. “많이 먹는데 왜 살만 찌죠?” 정크푸드의 무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칼로리는 높은데 몸이 제대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 많이 먹는다
- 살은 찐다
- 그런데 피곤하다
- 자꾸 단 음식이 당긴다
몸이 필요한 영양소를 못 받으니 계속 배고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마치 공사 현장에 벽돌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정작 기술자가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 재료는 있는데 일을 못 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대사증후군이다. 그리고 더 심해지면 각종 만성질환과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물은 사실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독을 만든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있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다. 동물처럼 도망가지도 못한다. 벌레가 달려들어도 도망 못 가고, 햇빛이 강해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식물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화학물질을 만든다. 이것을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식물의 천연 방어물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물질들이 사람 몸에서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브로콜리, 블루베리, 토마토, 녹차 같은 음식들이 건강식으로 유명한 이유도 바로 이런 식물영양소 때문이다. 식물 입장에서는 “벌레 오지 마!”인데, 사람 몸에서는 “세포를 보호해 주는 성분”이 되는 셈이다. 자연은 참 신기하다.
한때는 섬유질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섬유질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 몸이 섬유질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가 진행되면서 엄청난 사실이 밝혀졌다. 섬유질은 장 속에서 스펀지처럼 작용했다.
- 지방을 흡착하고
- 노폐물을 붙잡고
- 발암물질과 중금속 배출을 돕고
- 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든다
즉, 몸속 청소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섬유질이 부족하면 장 건강도 나빠지고 혈당 조절도 어려워진다.
현미밥이 처음엔 맛없는 이유
건강을 위해 현미밥을 시도한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너무 까끌까끌해.”,“씹기 힘들어.”, “소화가 안 돼.”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부드러운 음식에 익숙해져 왔다. 흰쌀밥은 거의 씹지 않아도 넘어간다. 하지만 현미밥은 다르다. 섬유질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양배추 샐러드를 생각해 보자. 대충 씹으면 목에 걸리고 삼키기 어렵다. 꼭꼭 씹어야 한다. 현미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래 씹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거칠게 느껴지던 현미밥이 씹을수록 달콤해진다. 왜 그럴까? 침 속 효소가 탄수화물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미에는 미강과 쌀눈 속에 천연 기름 성분이 들어 있다. 바로 현미유다. 현미를 오래 씹으면 이 고소한 기름이 서서히 배어 나온다. 그래서 현미밥은 단순히 “건강한 밥”이 아니다. 단맛, 고소한 맛, 씹는 식감이 세 가지가 함께 살아난다. 흰쌀밥은 부드럽고 달다. 하지만 현미밥은 씹을수록 풍미가 깊어진다.
마치 인스턴트커피와 핸드드립 커피의 차이 같다. 처음엔 달달한 믹스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점점 커피 본연의 향을 알게 되면 깊은 풍미를 찾게 된다. 현미밥도 그렇다. 결국 사람들은 현미밥을 찾게 된다. 처음엔 대부분 타협한다. 3분도 현미, 5분도 현미, 찰현미 섞기 이런 식으로 조금씩 적응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현미 맵쌀 100%가 제일 맛있네!” 이유는 간단하다. 곡물 본연의 풍미가 가장 살아 있기 때문이다.
현미밥을 맛있게 먹는 가장 쉬운 비법
많은 사람들이 찰기를 위해 비싼 찰현미를 찾는다.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충분히 불리는 것.” 아침에 밥을 지을 예정이라면 전날 저녁부터 현미를 물에 담가 두면 된다. 그러면 현미가 수분을 머금으면서 훨씬 부드럽고 찰진 식감을 갖게 된다. 한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현미밥은 성격 급하면 맛없어.” 정말 맞는 말이다. 천천히 불리고, 천천히 씹어야 현미의 진짜 맛이 나온다. 자연 식물식은 거창한 게 아니다. 사람들은 건강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비싼 영양제, 특별한 음식, 복잡한 식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의외로 단순하다. 자연에 가까운 음식, 덜 가공된 음식, 식물 중심 식사, 통곡물 섭취 이것이 바로 통곡자연식물식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현미밥이 대표적인 통곡물이고, 서양에서는 통밀빵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건강은 거창한 비밀이 아니다. 결국 건강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전날 밤 현미를 물에 담가 두는 작은 습관, 천천히 꼭꼭 씹는 식사 습관,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선택하는 작은 선택들이 몸을 바꾼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왜 흰쌀밥만 최고라고 생각했을까?” 그 순간부터 현미밥은 더는 억지로 먹는 건강식이 아니다. 몸도 편안하고, 씹을수록 고소하고, 먹고 나면 든든한 진짜 음식이 된다.
결국, 사람의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면 천천히 회복하고, 지나치게 가공된 음식을 먹으면 조금씩 무너진다. 그래서 건강은 어려운 이론보다 매일 먹는 밥 한 공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월간암(癌) 202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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