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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해외암정보암세포의 전이 경로를 미리 읽어, AI가 여는 맞춤형 치료 시대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6년 04월 30일 19:27분359 읽음
- 유전자 패턴을 분석해 전이 위험을 80% 정확도로 예측하는 AI 개발
암 치료를 받는 환우들에게 수술 성공만큼이나 간절한 기도는 바로 “제발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게 해주세요”일 것이다. 실제로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 주요 암에서 발생하는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처음 생긴 암 덩어리(원발암) 때문이 아니라, 암세포가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퍼져나가는 ‘전이(Metastasis)’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떤 암세포는 제자리에 얌전히 머물러 있고, 어떤 암세포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온몸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암 덩어리를 만드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 치명적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매달려왔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UNIGE)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발표한 연구는, 이 오랜 미스터리를 푸는 데 있어 인공지능(AI)이 얼마나 놀라운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전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법자가 아닌, 나름의 규칙을 가진 암세포
연구를 이끈 아리엘 루이즈 이 알타바(Ariel Ruiz i Altaba) 교수는 암을 단순히 ‘통제 불능의 무법자 세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암은 우리 몸이 태아 시절 성장할 때 사용했던 세포 분열 스위치가 어른이 된 후 엉뚱하게 다시 켜지면서 발생하는 ‘왜곡된 발달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즉, 암세포가 이리저리 퍼져나가는 현상도 제멋대로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의 철저한 생물학적 규칙과 유전자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따라서 연구팀의 목표는 이 암세포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전이)를 가기 위해 주고받는 은밀한 유전자 암호(신호)를 해독해 내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암세포의 유전자 지도를 그리다
이 암호를 해독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세포의 유전자 상태를 완벽하게 들여다보려면 세포를 산산조각 내야(파괴해야) 하는데, 세포가 살아서 어떻게 움직이고 전이되는지 관찰하려면 세포를 파괴해서는 안 되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의 종양에서 세포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이 세포들을 똑같이 복제(클로닝)하여 배양했다. 복제된 세포 중 일부는 유전자를 낱낱이 분석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세포들은 실제 쥐의 몸속에 넣어 얼마나 멀리 이동하고 전이를 일으키는지 살아서 관찰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팀은 두 개의 대장암 종양에서 추출한 약 30개의 복제 세포군을 대상으로 수백 개의 유전자 활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전이를 잘 일으키는 암세포 무리 특유의 ‘뚜렷한 유전자 발현 패턴(유전자 서명)’을 마침내 찾아냈다. 특히 암의 전이는 세포 하나가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암세포 무리가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상호작용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중요한 사실도 밝혀냈다.
유전자 암호를 푸는 AI 탐정, ‘맹그로브GS’의 탄생
연구팀은 이렇게 찾아낸 방대한 유전자 패턴 데이터를 인공지능 시스템에 학습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예측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로 ‘맹그로브GS(MangroveGS)’다. 이 인공지능의 가장 큰 장점은 단 한두 개의 유전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개의 유전자 패턴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환자마다 암세포의 미세한 특징이 다르기 마련인데, 맹그로브GS는 수백 개의 지표를 융합하여 분석하기 때문에 개인별 오차에 휘둘리지 않고 매우 안정적인 결과를 내놓는다.
결과는 놀라웠다. 맹그로브GS는 환자의 대장암 세포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 암이 훗날 재발하거나 전이될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무려 80%에 가까운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 냈다. 이는 현재 병원에서 쓰이고 있는 그 어떤 예측 방식보다도 뛰어난 성과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대장암 세포로 학습한 이 AI 모델이 위암, 폐암, 유방암 등 다른 암에서도 전이 위험을 훌륭하게 예측해 냈다는 사실이다.
과잉 진료는 막고, 맞춤 치료는 강화하다
이 맹그로브GS 시스템이 실제 병원에 도입되면 환우들의 암 치료 과정은 어떻게 달라질까? 환자가 수술을 통해 종양 조직을 떼어내면, 병원은 그 세포의 RNA를 추출해 맹그로브GS에 입력한다.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분석을 마치고 ‘전이 위험도 점수’를 의료진과 환자에게 안전하게 전달한다.
이 점수가 낮게 나왔다면, 환자는 전이될 확률이 극히 낮으므로 머리가 빠지고 구역질이 나는 독한 항암 화학치료를 무리해서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즉, 불필요한 과잉 진료와 부작용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반대로 전이 위험 점수가 높게 나온 환자에게는 남들보다 훨씬 더 촘촘한 추적 관찰과 선제적이고 강력한 표적 치료를 집중하여 암의 전이를 초장에 억제할 수 있다.
AI와 함께 맞이하는 정밀 의료의 시대
막연한 두려움 속에 부작용을 감수하며 천편일률적인 치료를 받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는 환자 개개인의 암세포가 가진 유전자 지도를 읽고 미래의 행동까지 예측하는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의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아리엘 루이즈 이 알타바 교수는 “이 정보는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맞춤형 치료의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의 속도까지 극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보이지 않는 적의 움직임을 미리 읽어내어 방어선을 구축하는 인공지능. 차가운 컴퓨터 코드로 짜인 이 최첨단 기술이, 전이와 재발의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는 수많은 환우에게 얼마나 큰 안심과 더 나은 내일을 선사할 수 있을지 그 눈부신 미래를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Box] 쏙쏙 이해되는 의학·IT 용어 사전
전이 (Metastasis): 암세포가 처음 발생한 장소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우리 몸의 다른 장기(간, 폐, 뇌 등)로 이동하여 새로운 암 덩어리를 만드는 현상을 뜻합니다.
유전자 발현 패턴 (Gene Expression Pattern): 수많은 유전자 중에서 어떤 유전자가 스위치가 켜져 활발하게 일하고 있고, 어떤 유전자가 꺼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유한 형태입니다. 일종의 '세포의 성격 테스트 결과지'와 같습니다.
RNA 시퀀싱 (RNA Sequencing): DNA가 원본 설계도라면 RNA는 설계도를 복사해 온 작업 지시서입니다. 세포 안의 RNA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현재 암세포가 어떤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지 파악하는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입니다.
참조
Aravind Srinivasan, Arwen Conod, Yann Tapponnier, Marianna Silvano, Luca Dall’Olio, Céline Delucinge-Vivier, Isabel Borges-Grazina, Ariel Ruiz i Altaba. Emergence of high-metastatic potentials and prediction of recurrence and metastasis. Cell Reports, 2026; 45 (1): 116834 DOI: 10.1016/j.celrep.2025.116834월간암(癌) 202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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