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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이 안 올 때, 수면제 의존이 아니라, 불면증 치료가 필요한 이유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6년 02월 13일 10:30분258 읽음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단순히 잠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밤마다 뇌가 쉬지 못한 채 깨어 있는 상태가 반복되면 신체와 정신은 빠르게 소진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약 70만 명 이상이 수면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증은 이제 현대인의 대표적인 만성 질환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해아림한의원 인천부평점 권형근 원장은 불면증은 단순히 ‘잠이 안 오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잠드는 데 30분이상 걸리는 입면장애, 자주 깨는 수면유지장애, 새벽에 일찍 깬 뒤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기각성 등으로 나뉜다. 이러한 문제가 최소 3개월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특히 만성화될 경우 수면 부족이 전두엽 기능 저하, 기억력 감퇴, 판단력 약화, 정서 조절 장애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기능 저하와 삶의 질 악화를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불면증과 정신 건강은 매우 밀접하다. 불안증을 가진 환자는 잠자리에 누운 뒤에도 걱정과 긴장이 이어지며 쉽게 잠들지 못하고, 우울 성향이 있는 경우 수면의 시작과 유지가 모두 어려워진다. 문제는 불면 자체가 다시 불안증과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밤이 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의 회복 기능은 떨어진다. 그 결과 맥박과 체온,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뇌는 쉬어야 할 시간에도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수면과 각성은 시상, 시상하부, 시교차상핵, 뇌간망상체, 송과체 등 다양한 뇌 구조의 정교한 상호작용으로 조절된다. 정상적인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밤 사이 4~5회 반복되는 구조를 보인다. 그러나 만성 불면증 환자는 이러한 수면 구조가 흐트러지며, 얕은 잠이 지속되거나 깊은 수면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수면검사를 통해 수면단계, 호흡, 심박, 근긴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른 수면장애와 감별할 수 있다. 검사결과에 따라 치료 방향을 보다 정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만성 불면증 치료의 기본 원칙은 비약물적 접근을 우선하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효과가 비교적 입증된 방법으로, 잠들기 전 과도한 걱정을 줄이는 인지 재구성,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수면 환경 개선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수면 제한법은 침대에 머무는 시간을 조절해 수면 효율을 높이고, 자극 조절법은 침실을 오직 수면과 연결된 공간으로 재학습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방법은 수면제 의존을 줄이면서 장기적인 수면 안정에 기여한다.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을 단순한 ‘잠의 문제’가 아니라, 심신(心身) 균형이 무너진 결과로 본다. 원인에 따라 여러 변증으로 구분해 치료한다. 예를 들어 생각이 과도하게 많아 잠들지 못하는 상태를 사결불수(思結不睡)로, 예민하고 놀람이 잦은 경우를 심담허겁(心膽虛怯)으로, 과로와 체력 저하로 열이 위로 떠오르는 경우를 음허내열(陰虛內熱)로, 장기간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힌 경우를 간기울결(肝氣鬱結)로 본다. 이러한 변증에 따라 한약 치료를 통해 자율신경계 균형을 회복하고, 과항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힘을 기르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해아림한의원 인천부평점 권형근 원장은 “충분히 자지 못해 다음 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조기에 불면증 치료를 시작하여 극복해야 한다”며 “불면증 증상을 방치하면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위험이 증가하고, 우울증·공황장애·강박증 등 신경정신과 질환의 발병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개선 역시 중요하다. 규칙적인 취침·기상 시간 유지, 낮 시간의 적절한 운동,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 제한, 저녁 시간의 스마트폰 사용 감소는 수면 리듬을 안정시키는 기본 원칙이다. 잠들기 1시간 전 따뜻한 전신욕이나 심호흡, 명상, 점진적 근육 이완은 과활성화된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밤늦게 과도한 운동으로 몸을 극도로 피로하게 만들어 억지로 잠드는 방식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신과 약물치료는 필요한 경우 단기간 활용할 수 있지만, 장기 복용 시 의존성과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최소 용량, 최소 기간 원칙을 따르고, 인지행동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하는 통합적 치료가 바람직하다.

불면증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수면제에만 의존하기보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경계와 정서적 안정까지 함께 회복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잠은 의지로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라, 회복의 조건을 갖추었을 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생리적 기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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