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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5년 08월 29일 15:50분78 읽음
글: 김경인(생명공학 스타트업 머스큘로이드 대표)

대한민국에서 음주는 단순한 기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조직의 융화를 위한 수단으로, 그리고 개인의 감정 조절을 위한 도구로서 술은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회식과 접대 문화, 명절과 경조사 등 특별한 상황뿐만 아니라 단순히 누군가를 만날 때에도 술은 정서적 교류의 매개체로 작동합니다. 더 나아가,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술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술을 권하고 적당한 술은 괜찮다고 하는 관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술을 쉽게 접하고 자주 접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음주에 관대한 문화와 술을 통한 감정 조절이 일반화된 분위기 속에서, 음주의 문제성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나와 내 주변에 너무나도 만연한 술, 알코올 중독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특히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겉으로는 사회적·직업적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에 그 심각성이 더욱 은폐되고 간과되기 쉽습니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가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곳에 빠지지 않고 또, 나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는 일반적인 중독자의 이미지와는 달리,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며 사회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겉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심각한 알코올 의존과 자기기만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는 알코올에 관한 심각한 의존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직업적 기능을 유지하며 외부에 중독의 징후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 역할 수행 능력 유지: 직장, 가정, 사회적 관계에서 기능적으로 문제를 보이지 않고 활동하므로 일반적인 중독자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자기 합리화: 음주가 자신에게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나는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괜찮다”라고 주장하고, “스트레스가 많아 술이 필요하다.”라는 논리로 음주를 정당화합니다.
고도의 방어기제 활용: 자신의 중독 문제를 부정하거나, 오히려 술을 능숙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정, 억제, 지적화 등의 심리적 전략을 통해 외부의 우려를 무력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료 회피: 중독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시며,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시거나 외면하고, 주변 혹은 전문가의 개입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이들은 중독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시스템 내에서 쉽게 포착되지 않으며, 진단과 개입의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도 적응형 중독의 위험성은 ‘정상적 기능’이라는 외피 속에 가려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 손상 누적: 간 질환, 고혈압, 위장 질환, 수면 장애, 뇌기능 이상 등 다양한 신체적 문제들이 서서히 진행됩니다.
정서적 관계 단절: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감정적 교류가 점차 얕아지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갈등이나 소외가 심화하면서 감정적 연결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독 고착화: 음주가 스트레스 해소의 하나로 습관화되고, 다른 대처 전략을 찾지 못하게 되며, 음주에 대한 의존이 생활 방식의 일부로 고착되면서 회복에 대한 동기가 점점 약화합니다. 특히 음주가 정서 조절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중독의 위험성을 조기에 포착하기 더욱 어렵습니다. 또한 겉으로 보이는 ‘성공적인 삶’ 속에서 이러한 손상들이 진행되는 만큼, 주변인들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개입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예방적이고 실천적인 대처 방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중독일수록, 자신과 주변인의 '민감한 감지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래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합니다.

1. 자기 점검 루틴 만들기
정기적으로 자신의 음주 습관을 기록하고 평가해 보세요.
“오늘 내가 술을 마셔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같은 질문은 음주의 감정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음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렵다고 느껴질 경우, 의존 가능성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습니다.

2. 신뢰할 수 있는 주변인의 관찰과 피드백 수용하기
가족, 친구, 혹은 동료가 음주에 대해 우려를 표할 때 방어적 반응보다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술 마시는 횟수가 늘어난 것 같아”라는 말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조기 개입을 위한 경고일 수 있습니다.

3. 주기적인 정신건강 검진 또는 상담 참여
음주 문제를 포함한 스트레스, 감정 조절 능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정신건강 선별검사나 상담을 받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병식이 없는 경우라도 전문가의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조기에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4. 스트레스 해소 방식 다변화하기
술 외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개발해 보세요(운동, 명상, 취미 활동, 술대신 차 마시기 등).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술을 찾는 패턴을 줄이는 것이 중독 예방의 핵심입니다.

5. 음주 문화에 대한 인식 교육 받기
음주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 중독을 정상화하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술’이라는 사고방식이 오히려 감정 대처 능력을 저하하고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만약 예방에 실패하여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면, 전문가로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치료는 다면적이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음주량이나 빈도로 판단하기보다는, 음주가 개인의 삶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 몇 가지 치료 방법을 참고해 보세요.
동기강화 상담: 치료에 대한 저항감을 감소시키고, 본인의 문제를 자각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 방식입니다.
심리치료 및 인지행동치료: 왜곡된 사고와 행동을 수정하며, 음주 이외의 건강한 대처 전략을 구축하여 음주에 의존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교정합니다.
약물치료 병행: 갈망이나 불안, 우울 등과 관련된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 치료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가족 치료 및 지지 체계 강화: 가족 및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회복에 필요한 지지를 강화하고, 정서적 회복을 도와서 중독 치료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 기반을 마련합니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는 사회적 성공과 중독이라는 이중적인 현실 속에 놓여 있으며, 그 복잡성으로 인해 간과되기 쉽습니다. 특히 음주에 관대한 사회,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분위기 속에서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은 더욱 교묘하게 작동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능 유지만으로 중독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기 쉬우나, 중독은 삶의 질을 점차 저하할 수 있는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질환으로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가 건강을 되찾고, 더욱 온전한 삶을 영위하실 수 있도록 당사자와 주변에서 함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전에 알코올 또한 마약과 같은 심각한 중독물질임을 인식하여 멀리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건강한 삶은 건강한 정신에서 옵니다.
월간암(癌) 202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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