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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겨울산
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12월 12일 19:31분877,858 읽음
산은 말없이
그의 가슴팍께로 향하는
길 하나를 열어놓았을 뿐
눈이 덮인 산길의 고요
겨울산이 정적에 싸여 있다고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인가
들어 보아라
새들은 삐빗비빗 시원의 언어로 지절대고
산자락에서 바다로 떠나는 물은
힘줄 굵은 팔뚝 그물 당기는
어부의 노래를 들려준다
가파른 경사로 오를수록
금맥을 찾던 광부의 잃어버린 전설을
바람은 또 소나무 위로 불어대며
쑤아쑤아 이야기하지 않는가
쌓인 눈의 무게를 못 이기어
생목 툭툭 끊어져 나뒹구는 겨울나무들
나무들이 삼키는 비명
그들 모두 수다하게 지껄이진 않지만
바람과 눈과 기온이 절묘하게 서로 만나
피워낸 설화
겨울 해 아래 날카롭게 빛나는 투명한 꽃
그 무게 이마에 얹고 또 한 계절
살아내는 것이다

-김영숙 제 1 시집 <슬픔이 어디로 오지?> 수록

사람이 견뎌내야 하는 아픔은 어디가 끝일까요.
사람이 넘어가야 하는 고통의 산은 또 얼마나 높은 건가요.
서해안 기름유출로 어부들은 가슴이 다 무너졌겠지요.
어부로 살아가는 일, 광부로 살아가는 일, 농부로 살아가는 일, 모두가 삶에 혹독한 바람이 불 때가 왜 없겠어요.
백합의 골짜기도 때로는 있겠지요.
암 환자의 삶도 마찬가지.
힘내서 이겨냅시다.
월간암(癌)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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