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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자신과 우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늪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4년 06월 20일 16:39분1,465 읽음
글: 김경인 박사
성균관대학교 행동신경약리학 박사, 세계 최고 실험동물 기업 The Jackson Laboratory와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마약 연구, 현재 생명공학 연구원 <머스큘로이드>대표


무섭기도 하고 호기심도 자극하는 미지의 세계 마약.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세상 사람들은 딱 두 부류로 나뉩니다. 마약을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마약을 이야기할 때 무섭다, 건강을 해친다, 사회를 망가뜨린다, 나쁘다 등의 위협적인 구호로 겁주기식의 캠페인을 하는데, 이런 식의 캠페인으로는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이용되는 마약으로 술과 담배가 있습니다. 술은 심장질환, 간경화, 알코올성 치매 등 신체적·정신적 폐해를 야기하고, 음주운전, 주취 폭행, 성범죄 등의 범죄와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크다고 합니다. 담배는 어떤가요? 담배에는 4,0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는데, 그중 많은 물질이 독성이 있거나 발암물질이어서, 담배를 피우면 심혈관 질환, 폐 질환, 각종 암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수명도 짧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간접흡연,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 문제, 청소년의 성장 발달 장애 등의 피해 때문에 국내 담뱃갑에는 끔찍한 사진을 붙이게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술과 담배를 얘기할 때도 마약과 같이 무섭다, 건강을 해친다, 사회를 망가뜨린다, 나쁘다 등 공포 유발 캠페인이 주를 이룹니다. 이것으로 사람들이 술과 담배를 중단하거나 시작을 안 하나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이미 청소년기에 시작하고, 성인이 되면 으레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죠. 술과 담배는 아마 인류와 영원히 할 겁니다. 마약 역시 공포감 조성만으로는 그 시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의 마약에 대한 캠페인을 조금 바꾸려고 합니다. 마약에 대한 위험성과 더불어 마약과 가족, 행복, 일상, 돈, 국가, 나, 삶 등의 범주를 아우르는 마약의 실체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마약이 무엇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지, 누가 하는지, 왜 못 끊는 건지…… 이제 그 궁금증을 풀러 갑니다.

요즘 마약과 관련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연예인 누구누구가 마약을 했다, 클럽에서 마약범죄가 일어났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젊은 층으로 마약 확산 등등의 뉴스가 보도되는데, 과연 이것이 요즘만의 문제일까요? 과거에는 술·담배를 하지 않았는데 요즘에 술·담배를 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커지고 있다? 아닙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술, 담배, 마약 하는 사람은 계속하고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주변에 몇 명의 마약중독자가 있길래 이렇게들 난리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백만 명의 알코올중독자와 50만 명의 마약중독자가 사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으로 계산하면 50명 중 한 명이 알코올중독자이고, 100명 중 한 명이 마약중독자라는 이야기입니다. 2022년 서울 전철 이용객이 하루 535만 명가량이었다고 하니 5백만 명으로 계산하면 하루 5만 명의 마약중독자가 서울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직 감이 안 오신다고요? 그럼 이렇게 계산해 보겠습니다. 전철 한 칸 적정인원이 160명이라고 하니까 전철 한 칸에 최소한 한 명은 마약중독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전철 두 칸에 세 명, 전철 한 번 들어오면 그 안에 16명의 마약중독자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실제 전철에 마약중독자가 이만큼 있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

마약중독자들이 바라는 단 한 가지가 무엇일까요
한 번만 더 하기? 많은 양을 한 번에? 새로운 약? 환각 느끼기? 약에 대한 갈망 멈추기? 약에서 벗어나기? 죽음? 모두 아닙니다. 마약중독자들이 바라는 단 한 가지는 지금 당신처럼 되기입니다. 마약을 하지 않았던 그때로, 마약을 처음 접했던 바로 그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하는 후회와 죄책감으로 살게 됩니다. 마약을 모르던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아침에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면서 일어나고, 만원 버스를 타고 가기 싫은 직장에 나가서 보기 싫은 직장 상사와 일을 하고, 성과에 얽매여 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만원 전철을 타고 터벅터벅 퇴근해서 저녁 먹고, 드라마 한 편 보고 잠을 자는 그냥 그런 삶. 도대체 난 누구인가, 난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이게 내가 꿈꾸던 삶이던가 고뇌하고 특별할 것 없이 지루하기까지 한 평범한 삶을 마약중독자들은 그토록 바랍니다.

마약중독자의 인생에 평범한 삶은 더는 없습니다. 마약중독자는 마약의 유혹으로부터 평생을 싸우며 살게 됩니다. 마약은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참는 것입니다.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배우는 것일 뿐입니다. 없었으면 좋을 마약에 대한 기억을 재활 학습으로 억누르고 있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마약사범의 재범률이 10명 중 3명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나머지 7명은 안 걸렸거나, 아직 안 걸렸거나, 재활 중일 것입니다. 재활을 시도한 사람들 10명 중 8명이 재발하고, 나머지 2명이 죽을 때까지 마약의 유혹을 참고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약은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발 시험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어째서 마약을 한 번 내 몸에 시험해 보면 안 될까요
마약 경험자들이 약에 취해서 있는 시간은 몇 분에서 몇 시간 정도이고, 그 외의 시간은 약을 찾아 헤매는 시간입니다. 마약에 중독되는 순간부터 당신의 인생은 마약의 것이 되고, 당신은 마약만을 생각하고, 마약만을 찾고, 마약만을 바라보고 살게 됩니다.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는 오늘 마약을 하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일을 하는 이유는 마약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외출하는 이유는 마약을 사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집에 가는 이유는 마약을 하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숨을 쉬는 이유는 마약을 하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살아있는 이유는 마약을 하기 위함입니다. 당신은 마약에 영혼을 팔았고, 마약의 노예가 되었고, 마약상의 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삶이 좋고, 이러한 삶에 호기심이 생기시나요? 시도해 보시려고요? 잠깐! 마약에 중독되는 순간이 언제일까요? 마약을 몇 번이나 해보면 중독이 될까요? 술 한 잔 마셨다고 알코올 중독되지 않죠. 약 한 번 잘못 먹었다고 중독되지 않죠. 마약도 약이니까 계속하다 보면 중독되는 거겠지, 아니면 최소 몇 번은 해야 중독되지 않을까, 한 번은 괜찮을 거야, 한 번 하고 내가 안 하면 그만이지, 그러니까 한 번 해보자 한다면 방금 말씀드린 삶을 생각해 보세요.

마약은 횟수와 무관합니다. 마약은 접하는 순간 중독됩니다. 횟수에 상관없이 단 한 번만으로 중독됩니다. 마약은 당신의 의지력과 상관없이 다시 찾게 됩니다. 단 한 번의 마약이 나의 뇌세포를 파괴하고, 나의 뇌를 녹아내리게 합니다. 당신의 뇌는 더는 당신 것이 아닙니다. 단 한 번에 마약의 노예가 되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한 번만? 한 번 만에! 중독됩니다!

마약중독은 왜 돌이킬 수 없을까요
마약을 하게 되면 마약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고 뇌로 들어갑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신 것과 같이 뇌는 수많은 뇌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뇌세포는 뇌세포들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여 뇌세포가 촉진 혹은 억제되게끔 도와주는 화학물질인 신경전달물질에 의해서 작동합니다. 우리 뇌에서는 끊임없이 신경전달물질이 나오고 없어지고 하면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신경전달물질이 적당한 극미량 분비되어 뇌신경이 조절되는데, 마약은 뇌세포들을 자극하여 신경전달물질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서 과도한 흥분, 이완 등을 일으켜서 환각에까지 빠지게 합니다. 이때 뇌세포들이 파괴되고 결과적으로 뇌가 녹아내립니다.

뇌세포가 순간적으로 평소의 10배, 100배, 아니 평생 나올 신경전달물질을 쏟아내고 약발이 다 되면 뇌세포는 지치고 쪼그라듭니다. 마약중독자들의 뇌를 보면 활발해야 하는 뇌 부위의 활성이 상당히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주변을 지각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림빅시스템이라고 하는 뇌 부위의 활성이 낮아져 있습니다. 이렇게 지친 뇌는 전과 같이 활발히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평생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우리 몸의 시스템은 대체할 것이 생기면 활동을 멈추거나 약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화가 잘되는데도 소화제를 계속 먹으면 소화액의 분비가 줄어듭니다. 소화액을 대신할 소화제가 있기 때문이죠.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약물로 신경전달물질을 제공하면 뇌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들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렇게 뇌세포는 자신의 기능을 잃게 됩니다. 뇌는 더 민감해서 한 번 잃어버린 기능을 다시 회복시키기란 굉장히 힘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듯이 뇌 부위는 손상되면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마약이 뇌세포를 망가뜨리고 망가진 뇌세포는 회복되지 않음으로 마약을 하게 되면 비가역, 즉, 돌이킬 수 없는 것입니다.

마약은 어떻게 단 한 번에 각인이 될까요
2003년 전 대구 지하철에서는 끔찍한 참사가 있었습니다. 192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참사였습니다. 사망자의 가족뿐만 아니라 그날 생존한 사람들의 뇌 속에는 그날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충격적인 경험을 했을 때 우리의 뇌 속에는 그 장면이 각인이 됩니다. 그러고는 평생 기억됩니다. 무엇인가가 우리의 뇌에 각인이 되는 데는 시간이나 횟수보다는 강도(세기)가 중요합니다. 마약이 그렇습니다. 당신이 마약을 접하는 순간 당신의 뇌에는 마약이 각인됩니다. 몇 번 만에? 단 한 번 만에! 한 번 각인된 마약에 대한 기억은 죽어야 끝이 납니다.

마약을 하면 뇌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순간 폭발적으로 분비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몇 분에서 몇 시간 지속되는데, 그러고 나면 뇌세포는 탈진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신경전달물질이 전과 같이 나오지 않습니다. 몇 시간 동안 전력 질주로 달리기를 한 사람은 걷기도 힘들겠죠. 뇌세포도 똑같습니다. 뇌세포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한참을 가고 그동안 마약을 한 당신도 축 처져있습니다. 이때 무기력, 우울, 불안을 느낍니다. 당신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모두 큰 혼란을 겪게 되어 심장은 마구 뛰었다 천천히 뛰었다가 하고, 몸은 추웠다 더웠다고 하고, 침이 바싹바싹 마르고, 설사도 하고, 변비도 생깁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뇌는 이 혼란스러움을 안정적인 상태로 바꾸려고 하고, 뇌세포들은 신경전달물질을 다시 분비합니다. 그러나 마약을 하기 전과 다릅니다. 전력 질주로 달리기하면서 무릎과 근육이 망가져서 예전처럼 못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뇌는 마약에 대한 반응을 마치 트라우마와 같이 기억합니다. 그러면서 부족해진 신경전달물질을 채우려고 합니다. 당신은 슬금슬금 마약이 생각나고, 이제 겨우 두 번째라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마약을 찾습니다. 이미 중독이 된 겁니다.

다음 호에 계속...
월간암(癌) 202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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