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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훔친 노래
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11월 17일 15:20분877,626 읽음
김영숙_시인. 노래 그룹 해오른누리 기획실장. 1992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 <슬픔이 어디로 오지?> <고통을 관찰함> <흙되어 눕고 물되어 흐르는>이 있음. 유방암 투병.

어떤 사람이 내 노래를 훔쳤어요.
그 사람은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고
그 노래는 아주 슬픈 노래였어요.
나는 유명하지 않아서 뭐라 말할 방법이 없었어요.
그 노래가 들릴 때마다
그래도 내 노래가 쓸 만했나보다 생각했어요.

이제 와 생각하니 나도 늘
남의 노래, 하나님 노래 훔치고 살았네요.
길을 걷다가 잠자다가도 문득
절로 넘치는 노래가 내 노랜가요 뭐
노래의 주인이야 늘 다른 이인 걸요.
어릴 적부터 내 속에서 넘쳐나서 늘 지었던 노래
결국은 모두가 다른 이를 위한 노래였잖아요.

다 용서합니다.
내 노래 가져간 이,
내 마음을 가져간 사람들
그리고 엎드려 용서를 구합니다.
처음 남의 것 욕심내서 훔쳤던 다섯 살 적 내 살던 동네 구멍가게 진열대의 과자.
말없이 마음 훔치고 내팽개쳐 버린 많은 이들께.
늘 훔치면서 죄책감은커녕 감사의 마음조차 일지 않았던 하나님 주신 나의 노래
나의 인생에 머리 조아려 용서를 구합니다.
월간암(癌)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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