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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이 간에 부담을 준다는데 항암 중 먹어도 될까요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3년 05월 08일 17:52분2,458 읽음
글: 장성환 한의학박사, (사) 대한통합암학회 부회장, 대한암한의학회 부회장, 의료법인 명원의료재단 파인힐병원 한방원장, 통합의학 센터장

항암 중 절대 한약을 먹지 마세요?
한의사로서 암환자들을 상담하게 되면 대부분이 “병원에서 절대로 한약을 먹지 말라고 들었어요. 한약을 먹으면 간이 손상되고 신장이 망가지고, 항암제에 영향을 미쳐 항암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요. 무서워서 한약을 못 먹겠어요.” 라거나 “한약을 먹으면 암이 성장해서 절대 먹지 말라고 들었어요.”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일본, 대만, 중국의 의사들은 항암 중에 한약을 자주 처방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에서는 오히려 환자들에게 이런 부정적인 가이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거가 없는 정체불명의 한약이나 비전문가들에 의해 한약으로 둔갑한 약제들은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항암 중 간 손상을 줄여주고, 신장을 보호해주는 등 항암 독성을 줄여주고, 항암 효능은 향상해 주며, 생존율을 향상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보고된 한약도 있다’라는 점에서 마치 ‘모든 한약이 항암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처럼 가이드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한약이 간 손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일본은 의료가 일원화되어 의사들이 한약을 처방할 수 있다. 또한 한약이 국가 보건 시스템에 통합되어 있다. 일본에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내원한 8,752명의 외래 환자와 900명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제제에 대한 안전성을 살폈다. 그 결과 10년 조사 기간에 발생한 총 2만 1,324건의 의약품 사건 보고서 중 한약으로 인한 약물 사고 사례는 총 10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약과 양약을 합친 전체 약물 사고 중 불과 0.48%가 한약으로 인한 사고라는 의미이다. 일본에서 10년간 보고된 879건의 약인성 간 손상 보고를 조사한 결과 14.3%가 항생제, 10.1%가 정신·신경계 약물로 인해 간 손상이 발생하는 등 전체 약인성 간 손상의 60% 이상이 양약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1).

반면 한약이 간 손상의 원인이 된 경우는 단 7.1%로 양약에 의한 간 손상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일본, 타이완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한약이 간 손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내용은 국제 전문 학술지인 “독성학 아카이브(Archives of Toxicology, IF 5.9)”에 실리기도 했다. 국내 한의사에 의해 수행된 연구논문에서는 한약만 복용한 57명의 환자에게서는 간 기능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양약을 병행한 환자 256명 중 6명에서 간 기능 이상이 관찰됐다고 보고 했다2).

해외 의사들은 왜 항암 중에 한약을 처방하고 있나?
일본의 암 치료 전문의들은 2010년 기준 92.4%가 한약을 처방(일본 전역 암 치료 병원 124곳, 900명 설문 연구 결과)하고 있으며, 실제 암 치료에서 항암 부작용 완화, 방사선 부작용 완화, 면역력 향상 등이 한약 치료로 기대된다고 평가하고 있다3). 한약이 간을 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간세포를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며, 간 조직의 섬유화를 감소시켜 간경화의 발생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들 또한 확인되고 있다.

대만에서 국가 전수조사를 통한 10년간의 추적 관찰 끝에 가미소요산 한약이 B형 간염 환자의 총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춘 사실을 확인했다4). 중국 용화대학 종양팀의 연구에 따르면 한약 치료는 간암 환자의 항암화학요법에 따른 독성 부작용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5).

항암 중 간 손상을 억제하는 한약도 있다.
일본 시즈오카 대학 약학팀은 실험연구에서 폐암, 여성암에 자주 사용되는 백금계 항암제인 카보플라틴 단독 투여는 간 손상으로 GOT, GPT가 3배~6배로 크게 증가한 반면, 십전대보탕을 카보플라틴과 함께 투여한 경우에는 간 수치가 감소하여 유의하게 차이를 보였으며(P<0.001), 항암제 효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6).

일본 호후 소화기병센터의 도다 등은 대장암 환자 수술 전, 수술 후에 항암제 테가푸르를 투여한 44명을 대상으로 십전대보탕 병용 유무에 대한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RCT)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십전대보탕을 테가푸르와 함께 투약하였을 때 간 손상이 유의하게 억제되었으며(p<0.01), 식욕부진, 오심.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 발현 시기 지연도 나타났다. 또한 십전대보탕 병용군에서는 암조직 내에 5-FU의 항암 농도가 상승하였으나, 정상조직 내에서는 저하되는, 즉 정상조직은 보호하면서도 암조직을 보다 공격하도록 하는 종양 선택성이 향상 되었다7).

무분별한 민간요법이 간 손상의 주원인이다.
한약은 2012년부터 정부 주도로 ‘우수 한약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jGMP)’를 도입하여 엄격하게 심사 및 평가하고 있다. 원료 구입부터 제조, 포장에 대한 품질 전반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한약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식약공용품목이라는 국내 제도하에서 한약과 민간약이 식품으로 혼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한약이 간을 나쁘게 했다는 것은 대부분 전문의료기관에서 처방한 한약이 아니라 농산물 또는 식품용으로 나온 한약재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전대 한의대팀이 국내외 31개 임상보고 논문을 분석한 결과, 간 손상을 보고한 97명의 환자 중 87명(89.7%)이 단일 한약재를 복용하여 간 손상이 발생하였고 이것들은 칡즙(갈근), 백하수오, 느릅나무(유근피), 백선피, 꾸지뽕, 보골지 등 민간요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한약재들이었다. 즉 전체 90%의 경우가 한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자의적으로 사용한 단일 한약재를 복용한 경우로 대부분 잘못되거나 부풀려진 인터넷 정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8).

암 환자의 경우에도 민간요법을 자연요법이라 부르며 단일 한약재들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한약의 경우 반드시 한의원 등 전문의료기관에서 처방받아야 한다. 또한 항암제라는 독성 약제가 사용되고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정체불명의 한약이 아닌 항암 독성을 완화한다고 과학적 근거가 보고된 한약을 위주로 처방받아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2001년부터 모든 의대가 한방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료인이 된 이후에도 학회를 통해 한약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즉, 항암 중에 어떤 한약을 사용해야 안전하고 항암의 독성을 줄여줄 수 있는지 학회에서 가이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항암 중 한약은 절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막연하고 부정적 설명보다는 일본 암 치료 의사들처럼 ‘항암 중 발생하는 독성을 OO 한약 등이 완화한다고 알려진 근거가 있으니 추천 드린다.’라고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1) 하지메 타키카와, 일본에서의 현재 약인성 간 손상의 현실과 그 문제점, 일본의사협회지 53권 4호
2) Jeung TY et al, A prospective study on the safety of herbal medicines, used alone or with conventional medicines. J Ethnopharmacol. 2012 Oct 11;143(3):884-8.
3) A Ito, et al. First nationwide attitude survey of Japanese physicians on the use of traditional Japanese medicine (kampo) in cancer treatment.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2;2012:957082.
4) Tsai DS et al. The use of Chinese herbal medicines associated with reduced mortality in chronic hepatitis B patients receiving lamivudine treatment. J Ethnopharmacol. 2015 Nov 4;174:161-7.
5) Hu B et al.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for prevention and treatment of hepatocarcinoma: From bench to bedside, World J Hepatol. 2015 May 28;7(9):1209-32.
6) Kiyoshi Sugiyama, et al. Protective Effect of Juzen-taiho-to against Carboplatin-Induced Toxic Side Effects in Mice. Biol. Pharm. Bull. 1995;18(4):544-548.
7) 戸田智博, 松崎圭祐, 川野豊一, ほか. 大腸癌に対する Tegafur 徐放性製剤 (SF-SP) と十全大補湯 (JTX) の術前および術後併用療法の検討-とくに組織内濃度と Thymidine
Phosphorylase (TP) 活性について-. 癌の臨床 1998; 44: 317-23
8) Woo-Jin Lee, et al. Systemic review on herb-induced liver injury in korea. Food Chem Toxicol. 2015 Oct;84:47-54.


월간암(癌) 202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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