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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4기 진단 후, 스마트(SMART) 프로그램과 함께 만들어진 긍정적 변화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22년 09월 26일 13:21분3,278 읽음
글: 박민철 (가명, 1949년생)
작년, 그러니까 2021년 8월 2일을 잊을 수 없다. 그날 나는 정식으로 암 환자가 되었으며 더구나 4기의 진단을 받았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어 동네 비뇨기과에서 지속해서 진료받아 왔는데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었고 취미로 자전거를 타면서 꾸준히 운동해 왔고 건강에 나름의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암이라는 병이 나에게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바람과는 달리 갑자기 현실은 바뀌었고 불현듯 찾아온 병은 나에게 큰 시련을 안기고 있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완치하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나는 4기에 이르러서야 병을 알게 되었고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후회와 슬픔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만들어졌다.

지난해 6월 평소 다니던 비뇨기과에서 PSA 수치가 정상을 넘었다면 조직검사를 권유했다. 오랫동안 다니던 병원에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무언가 불안했지만,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내원하여 조직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위해서 전립선에 총 16군데 조직을 채취했으며 그중에 3곳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 나는 16개 채취한 조직에서 3개이니 초기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담당의와 상담해보니 암은 이미 뼈로 전이되어 있었고 전립선을 벗어난 범위까지 전이가 되었으므로 4기라는 설명을 한다.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졌고 꿈일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현실을 거부하고 있었다. 멍한 상태로 며칠을 보내니 꿈은 현실이 되었고 나는 4기 진단을 받은 암 환자가 되어 있었다. 자책이 밀려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꾸준히 병원에 다녔는데 왜 갑자기 4기로 진단 된 것인지, 일찍 큰 병원에 와서 검사받았으면 초기에 발견되어 쉽게 치료가 가능했을 텐데 등의 온갖 후회가 밀려왔으며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내에게는 비밀로 할 수 없어서 사실을 말했다. 아내의 표정은 나와 같은 슬픔으로 뒤덮였으며 어찌할 바 모르는 집사람을 보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병원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4기였으므로 수술이 불가하다는 담당 의사의 말에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가 이어졌다. 전립선암 환자의 표준치료였다. 약을 먹으니 PSA 수치는 정상범위로 떨어졌으며 방사선치료가 20회 진행되었다. 방사선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방광에 소변이 어느 정도 차 있고 직장은 비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방사선치료가 시작되기 몇십 분 전에 물을 큰 컵으로 마시고 관장을 진행했다. 이런 점은 매일 치러야 하는 불편한 점이었지만 다행히 큰 통증이 없었기 때문에 치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져만 갔다.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자책이었다.

다행히도 병원 치료는 무사히 끝났고 나도 암과 투병하는 데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있었다. 암에 걸리기 이전에도 건강관리를 위해서 음식과 운동은 늘 철저했었는데 이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던 시기가 되었다. 암이 진행되는 것인지 아니면 내 기분이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가는 것을 느꼈고 다리에 힘이 빠져 갔다. 또한 전립선암 환자의 가장 불편한 점인 소변 참기는 시시때때로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병원 치료의 부족함을 체감하면서 무언가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동영상 사이트에서 파인힐 병원의 김진목 원장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통합암치료라는 말에 나는 공감하였으며 특히 이 병원이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다니기에도 편해 보였다. 이 병원은 여러 치료가 있었지만, 그중에 고주파 온열치료가 적당하다 싶어 일주일에 두 번씩 외래에 방문하여 치료받으며 이 병원의 시설과 시스템을 조금씩 알아 가던 중이었다. 암 재활병원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암으로 입원한 환우들을 보면서 분위기가 밝으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조금씩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얼마 전 이 병원에서 3개월간 진행하는 스마트(SMART)프로그램을 시작하는데 참여를 권하였다. 얼마간 병원에 다니면서 신뢰가 생기던 차에 이런 권유를 받고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암과 투병 하면서 마음속으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인간관계와 비용이었다. 그중에서도 비용은 무엇을 하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투병 생활이 하루 이틀 이어질 것도 아니고 길면 수십 년에서 짧아도 몇 년은 이어질 것이고 가지고 있는 돈을 허투루 써버리고 나면 나중에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곤란해지므로 지혜롭게 투병 중 비용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이 걸림돌이었다.

나는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해왔다. 새벽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기도로써 예배를 드리고 일과를 시작한 게 25년이 넘었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 스마트프로그램을 참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에 대한 응답이 생겼다.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비용 문제가 해결되었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파인힐병원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프로그램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몸과 마음 그리고 종교를 더해 영혼까지 변화시켜 다시 건강을 회복하여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치유로써 몸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기 위하여 일기를 작성한다. 그리고 종교적인 활동으로 영혼까지 치유의 길로 인도한다. 신앙생활을 오래 해온 나에게 종교가 가미된 프로그램은 안성맞춤이었다. 자연요법은 니시박사가 권장해온 풍욕,냉온욕,마그밀 관장 등이며 식사는 채식과 야채즙 위주의 식단으로 채워진다. 병원 앞에 있는 영남알프스 등반은 일과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이다. 3개월간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변화하여 최상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지난 7월 4일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대략 한 달 반 정도가 흘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변화는 크게 나타났다. 다리에 힘이 없었는데 근육이 붙으면서 오히려 다리 힘이 더욱 강해졌다. 무엇보다 소변 참기에 대한 변화는 뚜렷하다. 전립선암 환자는 소변을 참지 못해서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야 하지만 지금은 나의 의지에 따라서 화장실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성공이며 긍정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70이 넘은 나이에 다시 젊어진다는 느낌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나름대로 건강을 관리하며 운동하고 음식을 골라 섭취하며 생활했음에도 4기 암 진단을 받았는데 아마도 이런 경험을 만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준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암이라는 병에 생각이 꽂혀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절망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게 흐르고 있다. 진단받을 때만 해도 세상이 깜깜해지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흐트러져 있었지만 이제 희망을 보고 있다. 그 희망 속에서 즐겁게 지내다 때가 되어 이별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나이 70 넘은 4기 암 환자가 짧지만, 그간의 소회를 이렇게나마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다음에 또 더 좋은 기회가 생기면 그때 글을 남기려고 한다. 암과 투병하는 모든 분이 희망을 잃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월간암(癌) 20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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