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칼럼
암환자의 정신건강 관리 - 불면증 다루기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12월 29일 15:36분4,934 읽음


글: 메디플러스솔루션 권민석 이사

암 진단을 받은 직후부터 대다수의 암환자들은 신체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암의 전 과정에 걸쳐 부정, 분노, 불안과 공포, 슬픔, 우울, 자책감, 외로움 등 다양한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환자의 42%가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강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환자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보고된 증상은 우울, 불안, 불면증입니다. 시기별로 보면 초기 암 진단의 충격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급성 스트레스 형태도 존재하고, 이후 치료 과정이나 회복 과정에서도 스트레스가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암의 조기 발견도 가능해지고 치료 기술의 발달로 치료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 역설적으로 평균적인 암환자로써의 투병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스트레스 상황이 더 길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치료와 회복에 있어서 생존의 문제와 함께 장기적 치료로 인한 여러 정서적 어려움과 경제적 압박,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도전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암환자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돌보는 것은 그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하고 중재하는 것은 치료의 순응도를 높이고 치료 경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환자의 중장기적인 삶의 질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암환자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어려움의 하나가 바로 불면증입니다. 암환자의 불면증은 연구마다 약간의 차이들은 있지만 대체로 암환자의 60~80%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일반 암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불면증은 대부분의 치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시적인 부작용 정도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심각하게 치료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적절히 치료되지 않아 만성적인 증상으로 발전할 경우 우울증, 불안 장애 등과 같은 정신건강문제로 이어져 암의 경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불면증 자체로도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암환자의 불면증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상에서는 불면증이 생겼을 때 수면제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들도 이러한 수면제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수면제가 불면증을 비교적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일 수는 있지만 이후 수면제에 대한 의존 및 남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반면,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약물적 요법으로 가장 알려진 것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이며 그 치료에 시간과 노력이 들기는 하지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고 수면제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임상의사협회에서도 수면제 사용 전 인지행동치료를 먼저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수면제 복용 전 비약물적이면서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임상적으로 검증된 인지행동치료법을 시도하기를 권고합니다.

이러한 불면증의 발생 및 지속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메커니즘 중 가장 알려진 것은 ‘3P 모델’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소인적 요인(Predisposing factor), 촉발 요인(Precipitating factor), 지속 요인(Perpetuating factor) 3가지 요인을 의미합니다.

소인적 요인은 불면증을 쉽게 가능하게 하는 성격이나 나이, 기저질환 등을 의미하며 주로 암환자에게는 나이, 가족력, 신체적/정신적 기저질환 등이 있습니다.
촉발 요인은 어떤 사유로 인해 불면을 촉발시키는 사건이나 계기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나 트라우마성 사건 등을 의미하는데, 암환자에게는 암이나 치료로 인한 스트레스, 치료로 인한 고통, 피로, 입원, 암치료 중 생기는 신체적 변화 등을 말합니다.
지속 요인은 불면증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써 일반적으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나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수면 전 TV 시청 등)을 의미하며 암환자에게는 피로로 인한 낮잠, 지나치게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있기, 과도한 염려 등이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위의 3가지 원인 중 지속 요인과 촉발 요인을 중점적으로 완화시켜 불면증 증상의 호전을 목표로 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크게 다음과 같이 1) 수면위생교육 2) 자극조절법 3) 수면제한법 4) 인지치료 5) 이완요법 등 5가지로 나뉘며, 각각은 인지행동치료 전문가와 함께 이론적 학습 및 실습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주로 수면 전문의나 임상심리전문가와 주 1회 정도(회당 40~60분 내외) 만나 4~8주 동안 교육을 진행합니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를 사용했을 경우 약물 치료군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치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약물 부작용이 없어 미국 수면의학회에서도 약물 처방 전 먼저 시도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지행동치료보다 약물 처방이 더 효과가 클 수도 있으며 특히 단기적으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약물 처방이 우선시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암 치료가 단기 게임이 아니라 점차 중장기 게임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지속적이며, 우울, 불안, 만성 통증 등 다른 문제들로 함께 개선할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를 고려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면증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암환자는 담당 의사에게 인지행동치료나 약물처방에 관하여 자문을 구하고 의사에 가이드에 따라 노력하여 불면증을 조기에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비약물적 요법으로 인지행동치료뿐 아니라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또는 불면증 치료 프로그램(MBSR, MBTI 등)도 주목받고 있는 등 다양한 비약물적 요법의 대안이 생겨나는 만큼 본인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불면증 치료에 완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앞서 소개한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의 주요 내용을 가볍게 실천해 보고 싶다면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종양학회에 발표한 ‘암 환자를 위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라는 논문에서 권고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바쁜 외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지침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에는 앞서 설명한 수면제한법, 자극조절법, 이완요법, 인지치료 등의 다양한 기법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를 통합하여 설명하기에는 상당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환자들로 하여금 쉽게 지킬 수 있도록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누워있는 것 자체가 잠을 자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세요.
머리가 잠을 자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워있는 동안은 우리의 몸이 잠을 자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밥’을 먹지 않더라도 빵이나 라면 등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것처럼, ‘뇌’가 잠을 자지 않더라도 몸으로 피로를 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잠이 오지 않아 누워있는 경우, 실제 잠을 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오히려 밤에 잠을 자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낮 동안에 누워있지 않도록 하고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아침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세요.
잠자리에 드는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몸을 완전히 일으켜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의 7~8시간 전에 잠자리에 눕도록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잠자기 전에 침대나 소파에 누워 TV를 시청하시는 것 또한 숙면에 방해가 되는 행동입니다. 잠자리에 눕기 전까지는 절대 눕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을 자기 위해 너무 억지로 노력하지 마세요.
잠은 ‘와라, 와라’하면 도망가고, ‘가라, 가라’하면 오히려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잠을 푹 자야만 몸이 회복된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잠이 오지 않는 것을 너무 걱정하게 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긴장하게 되어 되레 잠을 더 달아나게 만듭니다. 특히 암환자들은 ‘잘 자야 면역력이 증가한다’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무조건 잠을 잘 자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담감이 오히려 잠을 더 잘 못 자게 만듭니다. 불면증 자체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식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복식호흡을 배우세요.
몸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복식호흡은 몸의 이완을 유도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입니다. 불면증에 대해 걱정하며 밤새도록 누워있는 것보다는, 침실 밖을 나와서 복식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숙면에 더 효과적입니다.

참조:
▪ Yi M, Kim JH, Park EY, Kim JN, Yu ES. Focus group study on psychosocial distress of cancer patients. J Korean Acad Adult Nurs. 2010;22:
19-30.
▪ Kim JH. Development of recommendations for distress management
toward improvement of quality of life in cancer patients. Seoul: Ministry for Health, Welfare and Family Affairs; 2009.
▪ Park, M.A, Choi, E.S., Nurses’ Awareness of Psychological Distress and Delirium in Cancer Patients and Job Stress, Asian Oncol Nurs. 2017 Dec;17(4):252-262.
▪ Lee, I.J, The Effects of Stress on Quality of Life in Cancer Patients:Focusing on the Moderating Effects of Post-traumatic Growth, Health and Social Walfare Review, 32(3), 2012, 522-557
▪ S. Yoon and S. Chung et al, Cognitive-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for Cancer patients, Korean Journal of Psycho-Oncology, 2017; 3(1);1-10
▪ Chang Hyun Jang, Seok Hyeon Kim, Dong Hoon Oh,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of Insomnia, Hanyang Medical Reviews 2013; 33(4): 210-215.
▪ Spielman AJ, Caruso LS, Glovinsky PB. A behavioral perspective on insomnia treatment. Psychiatr Clin North Am 1987;10:541-553
▪ Lowery AE. Sleep and cancer. In: Holland JC, Breitbart WS, Jacobsen PB, Butow PN, Loscalzo MJ, McCorkle R, editors. Psycho-Oncolog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2015. p.231-238
▪ Chung, SH., How to Manage Insomnia and Sleep Disorders of Cancer Patients?, J Sleep Med 2020;17(1):11-18.
월간암(癌) 2021년 12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