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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서 매일 만나는 콩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21년 11월 30일 17:19분5,102 읽음


아미노산으로 분해하여 소화가 쉬운 발효 콩
콩은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이다. 삶거나 볶아서 그냥 섭취할 수 있으며 간장, 된장, 청국장 등을 만들 때 주재료이다. 입이 심심할 때 땅콩은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고소한 맛 때문에 즐거움이 생긴다. 아마도 인류가 섭취하는 음식 중에 곡류와 함께 단연 콩은 으뜸으로 많이 섭취할 것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값이 싸고 맛도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영양적으로 보아도 지방과 단백질을 함유하여 밥과 콩만으로도 필요한 영양소를 대부분 섭취할 수 있다. 콩은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식품이며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단백질이 소화되기 위해서는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발효된 콩은 이미 아미노산으로 어느 정도 분해되어 있으므로 소화에 무리가 없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의 선조들도 이런 점을 알고 발효와 숙성이라는 과정을 고안해 냈을 것이다. 콩도 발효시켜 섭취할 때 소화가 잘 되어 흡수율이 높아진다.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섭취하면 체질에 따라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차기도 한다.

콩을 발효시킨 것 중에서 간장과 된장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음식 문화이다. 콩을 불려 삶은 후에 사각형 틀에 넣어 말린 후 볏짚으로 만든 새끼줄을 이용해서 처마에 매달아 말리면 메주가 된다. 이 메주를 소금물에 섞은 후 발효시키면 간장이 되는데 간장을 떠낸 후 남은 건더기가 된장이다. 또 속성으로 발효하여 섭취할 수 있는 장이 있는데 청국장이다. 청국장은 숙성 시간이 짧고 일명 바실러스 균이라고 알려진 살아있는 균을 섭취할 수 있다. 된장은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이런 점을 보완하여 선조들이 고안해낸 속성 발효 콩 제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청국장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은 일본의 낫토와 우리나라의 청국장을 자주 비교하는데 콩을 주재료로 발효시킨다는 공통점 외에는 많은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일본의 낫토는 정형화된 청국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정해진 콩을 사용해야 하고 일본 정부에서 허가한 바실러스 균 중에 낫토균만 사용한다. 따라서 낫토는 종류가 딱 한 종류만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청국장은 대부분의 콩 종류를 사용할 수 있고 볏짚을 꼽아 그 속에 있는 바실러스 균을 배양하는데 이때 공기 중에 떠도는 여러 종류의 바실러스 균과 결합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콩을 사용했는지, 또 균을 배양할 때의 기온과 습도 등 날씨에 영향을 받으면서 맛이 다양해지고 균의 종류로 다양해진다.

낫토는 생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국장은 생으로도 먹지만 국이나 찌개를 끓일 수도 있고 샐러드의 양념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요리 방법이 있다. 둘 다 바실러스 균과 콩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면역력을 올리고 체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다.

소고기와 콩고기
인류는 농사를 지어 콩을 재배함으로써 질 좋은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쌀의 영양성분은 주로 탄수화물이지만 콩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다. 과거 기름진 음식이 부족했던 시절 콩은 유일한 기름진 음식이었다 해도 좋을 것이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콩은 고기를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그리고 지구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소고기보다는 콩을 통해서 단백질과 지방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고기 1Kg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략 5Kg 정도의 콩을 소에게 먹이로 제공해야 되는데 인류가 소고기 섭취를 줄이고 대신 콩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런 고기의 폐해를 인식하고 채식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분들이 애용하는 대체 식품은 콩요리가 주를 이룬다. 콩의 단백질을 이용한 콩고기는 이제 시중에도 많이 유통되고 있으며 맛과 식감도 소고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콩은 발효시키지 않고도 많은 요리의 재료로 사용된다. 식탁 위에서 만나는 콩과 관련 된 요리를 얼핏 떠올려 보아도 몇 가지는 이름을 댈 수 있다. 콩자반, 두부, 부대찌개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베이크드 빈스, 비지찌개 등은 우리가 애용하는 콩요리이다. 심지어 중국집에 가서 메뉴판을 보아도 콩짜장면이 있다. 중국집 주인에게 왜 콩짜장면이냐고 여쭤보니 짜장면 위에 강낭콩이 몇 알 올라가 있어서 이름이 콩짜장이라고 한다.

밥을 지을 때도 콩을 넣어서 만들고 과거에는 교도소와 같은 수용시설에서도 콩밥을 주었다. 지금은 콩이 들어간 밥은 오히려 쌀밥보다 비용이 올라서 쌀밥만 제공한다고 한다. 사실 과거 교정시설에서 콩밥을 주었던 이유는 식단에 고기가 없어서 단백질 섭취를 위한 방법이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교정시설도 고기가 반찬으로 나오면서 콩밥이 아닌 쌀밥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소문난 식당을 둘러보면 콩을 이용한 맛집이 상당하다. 청국장 요리만 판매하는 식당부터 두부 전문점은 쉽게 동네에 하나씩은 있는 듯하고 채식인을 위한 식당에는 콩고기를 이용한 갈비와 불고기, 제육볶음 등의 요리도 있다. 콩고기의 제조법이 발달하면서 현재 나오는 콩고기는 육즙이 흐르는 정도로 소고기의 맛과 식감까지 표현할 수 있다.

또 소고기와 콩고기를 영양적으로 분석해보면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소고기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고 있어서 많이 섭취했을 때 심혈관질환과 관련하여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콩고기의 단점이라면 식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가공과정에서 인공첨가물을 사용한다. 이런 인공첨가물이 인체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에는 콩고기도 시중에 유통되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포장지에 적혀있는 인공첨가물 목록을 보고 지방과 나트륨의 양을 확인한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식감과 인공첨가물의 차이를 잘 따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으로 각광받으며 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각종 연구결과를 따져보면 건강에 대하여 몇 가지 헷갈리는 지점이 존재하는데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호르몬과 관련되어 있다.

에스트로겐과 콩의 이소플라본
콩은 이소플라본(Isoflavone)이라는 호르몬 교란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 때문에 간혹 에스트로겐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생식기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이다. 반대로 어떤 연구는 이소플라본이 여성에게는 유방암을, 남성에게는 전립선암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로 상반되는 연구결과인데 암환자의 입장이거나 암을 예방하려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을 신뢰해야 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의문점은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콩이라는 유익한 식재료를 자신의 식단에서 완전히 빼버리기에는 아쉬운 면이 너무 많다.

과학적 연구결과도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암과 투병하면서 콩을 이용한 발효식품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등 도움을 받은 암환자들이 많다. 또 암을 예방할 목적이라면 적당한 양의 콩을 즐기면서 스스로의 몸 상태를 확인한다면 무리 없이 콩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에스트로겐 함유 정도를 따져보면 섭취 가능한 콩의 종류도 많다.

작년 한국식품과학회에서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콩과 관련한 연구자료 발표가 있었는데 일본의 대학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는 눈에 띈다. 이 연구는 1992년부터 16년간 콩 섭취를 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추적한 결과이며 암이나 심장병,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성에 대한 것이다. 이 연구의 결론은 대두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만성질환의 위험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전립선암이나 유방암처럼 호르몬 계통의 암 예방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위험성도 낮아진다는 결론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콩이 약은 아니지만 식품으로써 오랜 기간 식단에 올린다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콩은 우리 식단에 있었으며 오랜 기간 요리 문화가 발달해서 수많은 요리법이 존재하고 있다. 발효시켰을 때 더욱 유익하며 건강을 위해서 식단에서 뺄 수 없는 식재료라는 점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더구나 소고기 섭취는 지구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 소를 사육하는 환경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콩의 섭취량을 늘리고 고기의 섭취량을 줄이면서 지구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스스로의 건강을 유지하고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방법이 콩을 가까이 하는 것이라면 지금부터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월간암(癌)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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