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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백두산 종주, 천지를 품에 안다
고정혁 기자 입력 2008년 09월 29일 14:14분878,379 읽음

고동탄 | 암환자지원센터 사무국장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보려면 비자를 받아 우리나라 땅을 벗어나 중국 땅을 밟고 장백산을 올라야 한다.

중국의 장춘에서 버스를 타고 꼬박 4시간을 넘게 달리는데 창 밖 풍경은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벼농사를 짓고, 중국인들은 옥수수, 감자, 콩 등 알갱이가 큰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 5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버스를 타고 백두산 입구로 출발한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갑다. 입구에서 표를 끊고 버스로 5호경계비 주차장까지 이동, 천지까지는 계단을 타고 걸어간다. 수직에 가까운 1300여 계단길을 올라야 천지를 만날 수 있다.

민족의 혼이 발아된 영산의 정산에 있는 천지는 천상의 호수라는 뜻이다. 천지는 장군봉을 비롯한 열여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호위를 받고 있다. 호수 바닥에서는 광천수가 솟아 물이 마르지 않는다. 신령스러운 천지를 상상하며 숨찬 발걸음을 옮긴다.

계단에서부터 청석봉, 백운봉, 용문봉을 거쳐 천지까지 이르는 트래킹코스는 약 4시간 거리이다.

일 년 중 천지를 맑게 볼 수 있는 날은 채 100일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거의 늘 구름으로 휩싸여 쉽사리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다. 올라가기 전의 날씨는 좋았지만 산 위에서의 기상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첫 방문으로 천지전경을 감상하는 것은 운이 대단히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과연 천지를 볼 수 있을까?

행운이 함께 했는지 탁 트인 천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천지의 물은 등골까지 시리게 차고, 맑은 하늘아래 검푸르게 깊은 천지는 신비롭고 환상적일만큼 아름답다. 가슴속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그 어느 산을 올라도 백두산과 천지만큼 전율스런 감동을 주는 곳이 있을까 싶다.

우리 민족의 뿌리인 백두산과 천지! 반쪽은 중국, 나머지 반은 북한으로 나뉘어 중국을 통해 반쪽 백두산 흙을 밟는 것이 내내 아쉬웠다.

8시간 트래킹 내내 맑은 하늘아래 천지를 볼 수 있었다. 천지에 10번 올라와도 3번 정도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잠깐뿐이라며 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조선족 가이드가 얘기해준다. 눈에, 마음에 가득 천지를 담으려 깊은 심호흡을 하면 산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 안아 주는 듯하다.

산 아래에서 맑다고 해도 산 위는 순간에 기후가 변덕스럽게 변한다. 천지는 살아있는 듯 안개를 빨아들이고 하늘을 뒤덮는다.

천지에는 노란 양귀비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월간암(癌)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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